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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열린우리당 중앙당사에서 상임중앙위원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염동연 의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 대신 웃음띤 얼굴로 회견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
염동연 전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이 2기 지도부 출범 두달만에 하차한 이유는 무엇일까.
8일 오전 사퇴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그가 밝힌 사퇴의 변은 현재 열린우리당이 처한 상황을 미뤄 짐작하자면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 너무 많다.
지난 4월 전당대회 당시 그는 실용지도부 구성을 위해 막판 뒤집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동료 의원들의 드러나지 않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염 전 위원은 호남지역의 대의원 표 결집에 성공한다.
그는 실용지도부만이 정체된 우리당의 현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실용 전도사를 자임했었다. 물론 그의 후면에는 정동영 장관이 자리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까지 그는 애착을 보였던 것이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염동연 전 위원은 일부 상임중앙위원의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일례로 그를 포함한 상임중앙위원 중 몇명은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을 찾아 "당의장을 해야 한다. 도와드리겠다"고 강력히 의견을 개진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막상 선거전이 펼쳐졌을때는 이미 그의 발언은 식언이 되고 말았다. 특히 지난 4월 1일(전당대회 전날) 대의원의 표심이 크게 이동한 것으로 풀이되는 이 시간, 그는 2등을 위한 마지막 표심 잡기에 들어갔고 개혁파 후보들은 그 힘에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애착을 갖고 있던 상임중앙위원을 불과 두달만에 내놓은 그의 결정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해석이다.
특히 최근 당정청과 관련, 당지도부가 강성 발언을 이틀 동안 쏟아낸 적이 있는데, 그가 행한 이해찬 총리에 대한 공격이 그의 사퇴를 불렀다는 해석은 지나치게 확대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이기도 하다. 물론 염 전 위원 스스로도 이것이 사퇴의 배경은 아니라고 분명히 못을 박기도 했다.
어찌됐든 현재까지 나온 그의 사퇴 배경을 모아보면 그는 실용 지도부에 대한 당안팎의 압박과 최근 제기되고 있는 비리 의혹에 대해 부담을 느껴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문희상 의장과 더불어 실용파 지도부로 일컬어지는 염 전 위원이 당직을 사퇴하자, 세를 확장하고 있는 재야파는 ‘장영달 체제’ 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염 전 위원의 사퇴는 열린우리당의 새판짜기 움직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염 전 위원은 8일 사퇴 기자회견 후 박기춘 사무처장 등 당직자 면담에서 자신의 입장을 알아달라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쏟아 냈으며 자주 물을 마시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염 전 의원은 이날 면담에서 “내가 여기서 (지도부로서) 할 일이 없다”면서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민을 도와주겠다는데 왜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 것인가”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염 전 위원은 이해찬 총리 발언 때문에 사퇴를 결심했다는 추측을 거듭 부인해 최근 제기되고 있는 개인적인 의혹에 대해서 부담을 느꼈음을 반증했다.
이날 염 전 위원측은 기자에게 “말 그대로 대통령 측근이라는 부담감도 있었다”면서 “없는 것을 만들어 내서 흔들어대니 별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최근 이철우 전 의원이 제기한 한탄강댐 의혹과 관련, ‘지금 사퇴하면 이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력 부인하면서도 “하지만 이런 일이 터지는 것이 부담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염 전 위원이 기자회견에서 “최근 정치상황에 비애를 느꼈다”면서 “대통령 주변 인사들에 대한 음해와 악의적 공격으로 레임덕을 조기화하려는 기도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 것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염 전 위원은 “이런 각박한 정치 환경에서 측근이라는 업보를 숙명처럼 가질 수 밖에 없는 나로선 한 발 물러나 백의종군하는 길이 현명한 선택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개혁파 한 초선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염 전 위원이 여기저기서 불거지는 의혹에 대해 정치적인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면서 “검찰 조사 등에 미리 대비하는 차원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실용 대 개혁 논쟁을 접자고 말한 당지도부의 바람과 달리 당내에선 이같은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면서 “실용 지도부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며 “그렇게 예상해 왔고 현재 그런 상황으로 가고 있지 않느냐. 자연스레 도태될 사람은 도태되고 지지를 받을 사람은 지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10월 재보선에선 당내 영향력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며 “실용과 개혁 양 날개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실용의 날개로만 날았다”고 말했다.
그는 문 의장에 대해 “앞으로 상중에서 많이 힘들어질 것이다. 염 전 위원과는 개인관계를 떠나 색이 비슷해 협조해 왔을 것”이라며 “장영달-유시민-한명숙 등 개혁파 위주의 상임중앙위원이 중심이 되면 많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희상 당의장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이같은 노선 갈등이 일고 있는 분위기를 의식한 듯 당내 갈등이 무척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념 논쟁은 사소한 문제다. 우리는 여당이다. 갈등이 비춰지면 여당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면서 “좌·우니, 실용·개혁이니, 변혁적 실용이니 등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갈등에 불과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문 의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논란은 무주(워크숍)에 매장하고 왔다”며 “유령을 꺼내 다시 논쟁하자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염동연 전 위원의 사퇴가 몰고올 우리당 지도부의 주도권 경쟁은 어쩔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신아령(ararshin@dailyseop.com)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