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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강원일보
2004/5/27(목)
[강원의 숨결](17) 김화읍 생창리  

( 문화면  2004-5-27 기사 )
 민통선 북방마을인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마을로 가는 길목은 정겨운 시골길 그대로다.

 여느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이 대부분 마을을 떠난 생창리마을의 정경은 푸근함과 여유로움 한켠에 힘겹게 살아온 부모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6·25전쟁으”로 마을을 떠난 이후 70년초 이 마을에 다시 정착한 주민들은 현재 97가구 350여명으로 넉넉하지 못한 논, 밭을 경작하며 생활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요즘 대부분 모내기를 마친 후여서 모판과 비닐을 정리하는 등 영농 뒷정리에 한창이다.

 또 들녘 곳곳에는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며 모누비기와 김밭매기에 분주한 노부부의 모습에서 푸근한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하고 있다.

 생창리마을은 구김화권의 중심지이다.

 6·25 전 인구 1만의 황화철산지인 김화는 63년 행정구역마저 철원군에 병합된 채 지상에서 깨끗하게 사라졌으나 정신은 살아있다.

 주민들은 생창리에서 동남쪽으로 붙은 `와수리' 일대가 상경기의 활성화로 '신김화' 역할을 하고 있으나 본래 김화가 아니라고 말한다.

 진짜 김화는 김화읍 '읍내리'인데 지도상에만 존재할 뿐 현재는 민통선과 비무장지대에 들어가고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남한에 남은 진짜(?) 김화는 생창리마을이라고 주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6·25직전까지 마을 바로 옆에 김화군청이 있었고 김화권의 중심부로 영화를 누렸던 마을.

 당시 경원선과 금강산 전철을 통해 원산의 수산물과 철원의 쌀을 교환하는 등 남북을 연결하는 물류통로로 주목을 받았던 이 마을은 질곡으로 덮인 현대사의 아픈 상흔을 드러내놓고 있다.

 인공치하인 40년대 후반 북한 정치보위부건물이 있었던 동굴, 끊겨진 암정교 등은 안보교육의 산교육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생창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군청소재지인 갈말읍에서 43번 국도를 따라 김화읍을 건너 군부대초소를 지나면 왼쪽 감자밭에 괴이한 불상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석가불과 흡사한 이 불상을 두고 주민들은 돈부처라고 부른다.

 주민들은 이 불상에 치성을 드리면 돈과 재물이 생긴다고 믿고 있다.

 얼굴 등 여러 곳에 총탄을 맞은 흔적이 있고 목부위도 절단된 것을 이어놓은 자국이 보인다.

 제작년대는 알 수 없으나 석불상이 세워진 서남향 20여미터에 고려시대때 창건됐다는 삼신사지가 있으며 지금도 오당이 산재해 있다.

 불상 밑에 양초들이 놓여 있는 것을 두고 주민들은 `겨울철 노름꾼들이 치성을 드린 것'이라고 한다. 이 불상은 원래 생창리쪽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과거 군장병들이 방향을 와수리쪽으로 트는 바람에 와수리가 김화권의 신도시로 자리잡았다고 전설처럼 전해진다.

 불상을 지나 차량으로 3분여 마을로 들어서면 '암정리' 5번 국도 상에 나타난 `도로원표'에는 화천 43.9km, 원산153.5km, 회양 57.43km란 글귀가 보인다.

 임진왜란 때 이 5번도로를 타고 가등청정이 북진했는가 하면 이 길을 타고 청나라의 누르하치가 쳐내려왔다.

 한국전쟁 땐 인민군과 국군, 미군이 이 도로를 두고 피나는 ‘철의 삼각지’ 전투를 벌였다.

 철원-평강-김화가 ‘철의 삼각지’가 된 것은 철원 평강 김화가 경원선과 금강산 철길로 이어지는데다 세곳 모두 금 철 규석 등의 매장량이 풍부한 철산지이기 때문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생창리마을 주변은 성재산성, 어수정, 전골총 등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삼국시대 고구려와 신라가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성재산성'은 지난 2000년 육군사관학교 발굴조사단(단장: 이재)에 의해 그 실체가 확인됨으로써 이 산성의 가치는 물론 조선시대 병자호란 당시 대첩지로서의 이 지역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 때문에 철원군은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연내 성재산성에 대한 발굴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성재산성이 있는 성재산(468m)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쪽으로 2㎞, 남방한계선상에 솟아 있다. 북쪽으로 해발 1,062m의 오성산, 오른쪽으로 해발 604m의 계웅산, 왼쪽으로 백골OP가 있고 철원읍에서 이어지는 평원을 따라 놓여진 금강산 철도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요충지이다.

 또 서쪽방면으로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해발 584m 천불산이 불상의 형체를 띤 채 우뚝 자리하고 있으며 북쪽방면 암정리저수지 인근에는 커다란 왕릉같은 전골총이 나타난다.

 철원군지에 따르면 1636년 청의 누르하치가 10만 대군을 이끌고 여기까지 쳐들어왔을 때 관찰사 홍영구를 비롯한 2,300여 명의 관군과 의병들이 맞서 싸우다 여기서 장렬히 전사했다. 곳곳에 널려 있는 시체를 6, 7군데에 가매장했다가 9년 뒤에 이곳에 합장을 하여 전골총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밖에도 마을뒷산 어귀에는 속앓이가 있는 사람이 마시면 씻은 듯 낳는다고 전해지는 어수정(御水井)이라는 샘터가 주민들의 자랑거리로 남아있다.

 주민들은 접경지역 지원법이 추진될 때는 물론 남북관계가 나아질 때마다 끊어진 금강산선 전철의 연결로 옛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정책적으로 비무장지대(DMZ)인근 휴전선 아래에 입주시킨 통일촌의 생활여건이 전혀 개선되지 않으면서 수 십년간 일궈온 삶의 터전을 버리고 쓸쓸히 떠나는 주민들도 하나, 둘 생겨나는데도 실망하지 않고 생업에 열중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남북교류가 시작되면 생창리마을이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을 김영인(44)이장과 주민들은 최근 수년동안 `금강선 전철 복원' `원산시와 생창리마을간 자매결연' 등을 성사시켜 달라고 건설교통부와 통일부 등 정부부처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또 혹한지 철원지역에서도 가장 춥다고 알려진 마을 기후특성을 활용, 2, 3년전부터 도시민들에게 맨투맨식 농특산물판매에 전력을 기울이며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해 내고 있다.

 지난해 연말 서울과 경기도 의정부주민들은 `겨울철 혹한은 멸균 멸충효과는 물론 각종 농작물을 튼튼하게 만든다'며 이 마을주민 20여가구에서 80㎏들이 콩 10여가마분량의 메주와 찹쌀, 참기름, 들기름, 검정콩, 흰콩, 녹두, 율무, 도토리가루 등을 구입했다. 또 매년 직거래량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주민들의 짭짤한 소득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마을 한재득(65)씨는 “생창리마을은 조용하기만 한 최북단 작은 마을이지만 남북교류시대가 시작되면 북녘땅을 한달음에 내달릴 수 있는 약속의 땅”이라며 “대다수 주민들은 머잖아 번영했던 옛 김화군의 중심지로서 명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鐵原=李正國기자·jklee@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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