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례행사가 된 수해, '문산'이 주는 교훈 [경향신문 사설] 연례행사가 된 수해, '문산'이 주는 교훈
2006-07-18 18:48
1996년 여름 파주시 문산읍은 200㎜가량의 비에 시가지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2년 뒤에는 파주시 봉일천 시가지가 물에 잠겨 외부와 고립됐다. 99년 여름 다시 문산읍은 거대한 호수로 변해 아파트 2층까지 물에 잠겼다. 수해 피해액도 엄청났다. 96년에는 4백4억원, 98년에는 5백85억원, 99년에는 7백98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인명 사상자도 100여명에 달했다. 그러던 파주시가 태풍 매미의 내습 등으로 전국적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2003년, 수해로 입은 재산피해는 고작 6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15~16일 200㎜에 육박한 비가 내린 문산읍은 일부 농경지가 물에 잠긴 것 외에는 별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 같은 파주의 변신은 수방(水防)에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파주시는 2000년부터 3년 동안 4천억 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수방 시스템을 세웠다. 둑방을 높이고, 하천의 바닥을 넓히고, 배수펌프장을 증설하는 등 다각적인 수리사업을 진행했다. 한탄강댐 건설이 유일 대책인 것처럼 이에 매달린 정부와 달리, 파주시 스스로 체계적인 수방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상습 홍수 지역’이란 사슬을 끊었다. 과거 폭우만 내리면 물에 잠기던 파주시 월롱면에 세계 최대 규모의 LCD 단지가 들어설 수 있게 했다.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라고만 돌리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아직도 수해 방지를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고, 수해가 발생한 다음 사후약방문식으로 막대한 복구비를 쓰는 것을 관행처럼 반복하고 있다. 해마다 치수(治水)사업비보다 수해복구비를 4배쯤 더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연재해는 예방이 우선이다. 최악의 상황까지를 감안해 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한반도를 휩쓴 엄청난 물난리 뒤에 허둥지둥 내놓는 졸속 대책으로는 안 된다. 장기적이고도 체계적인 수방 대책을 세워 꾸준히 실천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파주 문산의 교훈에서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