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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에 다락터 사격장 제외(한탄강댐 토론회에서 있었던 일)
[연속기획: 한탄강은 흘러야 한다 3]
홍수조절 논쟁과 더불어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가 용수공급 논쟁이다. 주민들은 수자원공사가 처음에는 한탄강댐이 '홍수전용'이라고 홍보를 했다가 최근에 와서 '용수공급'도 겸할 것이라고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며 그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주민들은 댐 건설 예정지에 위치한 동양 최대 규모의 다락터 사격장이 환경영향평가 수질조사 항목에서 제외된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그렇다면 환경영향평가에서 수질조사를 담당했던 전문가는 과연 누구였을까.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12월 11일 포천군민회관 대강당.
이곳에서는 오후 3시부터 장장 3시간 동안 수자원공사측 전문가들과 수몰예정지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띤 토론회가 열렸다.
경기도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를 지켜보기 위해 포천, 연천, 철원 등에서 온 약 300명의 주민들이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대다수 주민들은 '한탄강댐 결사반대' 등의 구호가 적힌 붉은 머리띠를 매고 있었다.
주민측 대표 발제자로 나온 이철우 한탄강네트워크 사무처장은 수자원공사가 작성한 '한탄강댐 기본설계보고서' 내용을 조목조목 제시하며 홍수조절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한편 용수공급 문제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홍수조절 논쟁에 대해서는 두 번째 기사 참조)
다음은 용수공급 문제에 대한 이철우 사무처장의 발언 요지.
"수자원공사는 그 동안 공개적인 석상이나 공식적인 자료를 통해 한탄강댐이 '홍수전용댐'이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러나 우리가 입수한 '한탄강댐 기본설계보고서' 중 '과업의 목적' 항목에는 '경기북부지역의 안정적인 용수공급'이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수자원공사가 이렇게 거짓말을 늘어놓은 데는 이유가 있다."
 ▲이철우 한탄강네트워크 사무처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는 그 이유를 곧바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것은 바로 한탄강 상류지역인 철원군 주민들의 댐 반대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서였다. 일부나마 용수공급이라는 목적이 들어간 댐이 들어서면 상류지역은 각종 규제를 받는 등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사실이 알려질 경우 철원 주민 대다수가 댐 건설 반대에 나설 것이 두려워 숨긴 것이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 수자원공사는 한탄강댐이 용수공급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한 마디로 엄정하고 투명해야 할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자원공사가 정당치 못한 '꼼수'를 썼던 셈이다.
그리고 그러한 '꼼수'가 일정 정도 주효했던 것도 사실이다. 처음에는 철원 주민들이 한탄강댐 문제를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라 '강 건너 불 구경' 정도로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한탄강에 댐이 들어설 경우 상류지역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상습적인 범람과 안개 등으로 농사와 건강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철원 주민들의 태도는 바뀌기 시작했다(참고로, 한탄강은 현재 포천과 동두천 주민들이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날 토론회에서 용수공급 논쟁과 관련해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된 것은 '다락터 사격장' 문제였다.
특히 한탄강댐 건설 예정지에 있는 동양 최대 규모의 다락터 사격장이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자원공사의 댐 건설 논리를 옹호하는 전문가로 참석한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의 발언과 행태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주민들은 수자원공사 측에 질문을 퍼부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문제의 사건이 발생한 것은 토론회가 끝나갈 무렵 한 주민의(전농강원도연맹 김용빈사무처장 ; 033) 455 2757. 455 ㅡ 1854) 우연한 질문에서 비롯됐다. 다음은 그 질문 요지다.
"댐 건설 예정지 바로 위에는 그 면적이 자그마치 700만 평에 이르는 동양 최대의 사격장이 40∼50년 동안 운영돼 왔다.
그 동안 얼마나 폭격을 했는지 그 넓은 산등성이에 나무 한 그루 없다. 비만 오면 화약, 분진, 중금속이 황톳물에 섞여 쓸려 내려온다. 특히 1996년 홍수 당시에는 이틀 동안 이 지역에 집중적으로 850mm의 비가 쏟아졌다.
용수공급 기능도 일부 가지고 있는 댐을 바로 그런 사격장 아래에 건설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수자원공사측에서 답변에 나선 사람은 한탄강댐 환경영향평가 중에서 수질조사 항목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였다.
"다락터 사격장에 납, 구리 등의 성분이 있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위험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가장 좋은 대책은 사격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사격장이 그대로 있더라도 유독성을 절감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의 대안을 제시했다.
"예컨대 사격장 바로 밑에 습지나 작은 연못 같은 체류지를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격장에서 빗물에 쓸려 내려오는 유독성 물질을 그곳에서 가라앉혀 정화시킨 뒤 흘려 보내자는 말이다.
특히 사격장의 오염물질은 대부분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모두 쓸려 내려온다. 왜냐하면 오염물질은 사격장 표층에 분포해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의 답변이 다소 길어지자 방청석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개의치 않고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듯 전문용어(?)까지 동원했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것을 전문용어로 '비점오염원'이라고 하는데, 오염물질을 체류지에서 정화시켜 내려보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정화한 물을 전문용어로 '초기세척수'라고 하는데, 다른 선진국에서도 많이 쓰는 방법이다."
그런데 박 교수의 답변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반대쪽 토론자로 앉아 있던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생태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가 격앙된 목소리로 박 교수의 행적(?)을 폭로하면서 토론회장은 일대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박석순 교수의 발언은 참으로 무책임하다. 무엇보다 박 교수는 한탄강댐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면서 엄청난 환경적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는 다락터 사격장을 아예 포함시키지 않았던 장본인이다.
그런 용서받기 힘든 과오를 범했던 사람이 한 마디 사과도 없이 마치 그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하고 있는 것은 기만적인 행위이다."
사실 이 문제는 수자원공사가 지난 9월경 연천에서 열었던 주민설명회 도중에 이철우 사무처장에 의해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주민설명회는 이 사실에 분노한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염형철 팀장의 '폭로'는 가뜩이나 박석순 교수의 강의식 답변에 화가 나 있던 주민들에게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방청석 여기 저기서 주민들의 욕설 섞인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락터 사격장 면적이 몇 평이나 되는 줄 아느냐?" "작은 연못을 수백 개는 만들어야 할 텐데, 현장에는 직접 가 보기나 하고 그런 말을 하는 거냐?"
"댐이 세워지면 사격장이 거의 수몰될 것이 뻔한데 도대체 어디에다 작은 연못을 만들겠다는 거냐?"
"30분에서 1시간 동안 내린 빗물만 작은 연못으로 흐르게 한다고? 빗물이 어디 말 잘 듣는 병정들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거냐?"
독자들은 오마이뉴스 9월 26일자 '현장취재-동양 최대 다락터 사격장을 가다'를 읽어보면 주민들이 왜 거친 목소리로 이런 질문을 쏟아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석순 교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해명에 나섰다.
"환경영향평가에 다락터 사격장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나보고 책임지라는 것은 부당하다.
나는 어디까지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전문가일 뿐이다. 현장조사는 삼안건설에서 했고, 나는 그들이 조사해온 것을 총화해서 시뮬레이션에 입력해 나온 객관적 결과를 내놓았을 뿐이다."
박 교수의 답변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환경영향평가는 완성본이 아니라 초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초안이라는 것은 일단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알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초안에 모든 것이 완벽하게 담겨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착각이다. 최종 완성본은 아직 안 나왔다."
'착각'이라는 박 교수의 도발적 용어에 다시 방청석이 발끈했다. 여기저기서 주민들이 벌떡 일어나 삿대질을 해가면서 항의성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난 번 주민설명회 때에는 환경영향평가가 끝났다고 해놓고 왜 이제 와서 딴 소리냐?" "아직 환경영향평가도 끝나지 않았다면서 국회에서 예산부터 통과시키려고 하는 이유는 뭐냐?" "혹시 국회 건교위 의원들에게는 환경영향평가를 끝냈다고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건교위에서 예산이 통과됐단 말이냐?"
사회자가 토론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협조해 달라고 수 차례 부탁한 뒤에야 방청석은 간신히 진정됐다.
박 교수 대신에 수자원공사의 다른 관계자가 보충 답변에 나섰다.
"다락터 사격장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화약 문제 전문가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아 걱정이다. 그래서 미국에 있는 텍사스공과대 등 전문기관에 의뢰 중이다."
결국 수자원공사도 다락터 사격장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마침내 토론회가 끝났다. 기자는 연단에서 내려온 박석순 교수를 찾아갔다. 그러나 벌써 주민 몇 명이 그를 에워싼 채 열띤 질문을 퍼붓고 있었다. 그 와중에 박 교수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 설사 초안이라고 해도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다락터 사격장이 빠졌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나는 댐이 들어설 경우 수질 문제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만 담당했다.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초안이 완벽할 수는 없다."
-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런 중요한 문제가 초안에서 빠졌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군사상의 비밀에 해당할 경우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다락터 사격장이 그런 경우에 해당돼서 빠졌다는 말인가? "……."
박석순 교수는 마지막 질문에 대한 즉답을 피한 채 다시 '비점오염원' '초기세척수' 등 예의 그 '전문용어'들을 동원해 가면서 선진국의 오염물질 처리방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전문가'인 기자가 보기에도, 박 교수의 설명이 다락터 사격장이 환경영향평가에서 빠진 '중대한 오류'에 대한 해명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회장 연단 아래 서 있던 '한탄강댐 백지화를 위한 주민대책위' 김창전 위원장(농업, 포천군 관인면 삼율리)에게 토론회를 지켜본 소감을 묻자, 그가 침울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름다운 한탄강의 비경 ⓒ 월간 <말> 박여진
"오늘 토론회를 통해 한탄강댐 백지화의 정당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기관의 관료들과 전문가들이 국민의 혈세를 사용해서 내어놓은 논리와 주장이 너무나 부실하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다. 특히 대학 교수라는 전문가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대안이라고 늘어놓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자신은 현장조사는 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만 담당했다면서, 어떻게 수자원공사의 댐 건설 논리를 옹호하러 돌아다닐 확신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토론회장을 빠져 나오자 세상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던 한 주민이 기자에게 다가와 이런 말을 했다.
"기자 양반이 보기에도 우리 주장이 옳지 않소?
그런데 왜 이런 것은 신문에서 취재하지 않는 거요? 그러니까 저런 교수 양반이 자꾸 나오지. 저 교수가 있는 학교의 학생들은 오늘 있었던 일을 알기나 할까? 오늘 토론회를 기사로 쓰면, 이화여대생은 꼭 읽으라고 하쇼."
2001/12/18 오후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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