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사서 보전' 없던 일 됐지만
결국 없던 일로 되긴 했지만, 'DMZ와 민통선 땅을 사들여서 보전하겠다'는 계획은 DMZ자연에 대한 환경부 집착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DMZ 토지 공유화 방안'은 연말 노무현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그 보다는 토지이용 규제나 제한이 낫겠다'고 정정했다. 소유권을 둘러싼 혼란, 공유화에 대한 국민 거부감 등이 접경지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과연 DMZ를 사들인다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현실적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토지이용 규제나 제한'만으로도 접경지역을 숨막히게 하는 것이다. 그게 그린벨트 같은 조건일텐데, 가뜩이나 갖가지 규제에 옴짝달싹 못하는 주민생활을 더 옥죌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미 수립된 접경지역 개발계획과 사사건건 충돌할 사태까지도 짐작게 하고 있다.
DMZ와 민통선의 자연환경을 물론 통일 후에도 보전하자는 데는 민통선마을 주민이라도 반대할 리 없다. 그러나 사람을 내쫓고라도 보전하겠다는 환경부의 맹신적 DMZ 자연가치평가는 솔직히 손들어 주기 싫고 두렵기까지 하다. DMZ일대는 밀집된 주둔군으로 높은 인구밀도와 군사시설이나 선전방송 등의 소음이나 야간의 불빛, 크고 작은 군작전 등 왕성한 인구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DMZ 자연생태계를 천이가 억제된 '방해극상(妨害極相)'이며, 오히려 그렇게 형성되는 특별한 자연생태계의 가치를 더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복원돼야 할 빈약한 자연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DMZ 자연보전 정책은 과연 '손 하나 까딱 안 한 자연'인지, 아닌지에 대한 평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환경부의 판단이 어떤지가 궁금한 것이다.
이번에도 희귀종 철새들이 날아오는 곳이기 때문이란 등의 단서가 붙었다. 그러나 철새도래는 철원평야를 개간하고 저수지를 판 개발 부산물이다. 더구나 폭설기 두루미나 독수리가 먹이를 주는 농민들의 보호를 받고, DMZ의 멧돼지 산양 등 산짐승들이 일제히 군인들의 보호를 받는 것도 DMZ의 독특한 자연과 인간의 공생 모델이다. DMZ 자연도 살리고 사람도 살 수 있는 방법을 농민, 군인도 생각해 내는데, 이 나라 환경 헤드들만 유독 가능치도 않은 구상을 내놓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내셔널 트러스트에 의한 'DMZ 토지 공유화'는 당장 실천보다는 선언적, 상징적 의미에 비중을 뒀을 것이다. 그러나 그 탁상형 발상이 당장 두루미 모이 포대를 들고나서던 농민에게 "내가 두루미에 정성들일 필요가 있나"하는 마음을 먹게 했다면, 그것이 바로 비인간적이고 비환경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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