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농협개혁방안 ②중앙회 시·군지부 폐지 2003-3-20 우리나라의 농협중앙회는 서울의 중앙회 본부, 시·도 지역본부, 시·군지부까지, 중앙회 내에서만 3단계 조직으로 돼 있다. 이는 세계의 협동조합들이 아래로부터 조합이 모여 지역단위의 연합회나 품목별·업종별 연합회로 올라가는 상향식 조직체계와는 정반대다.  중앙회가 은행사업을 영위하면서 시·군지부까지 두는 이런 구조는 조합의 상호금융과 경합하는 문제, 조직 자체의 고비용·저효율 문제로 인해 폐지여론이 들끓어 왔다. ○지도·경제사업 기능 유명무실.. ‘고비용 저효율’ 끊임없는 논란 ▲실태=일선조합은 70년대 초반 이동조합의 읍·면단위 합병이후 90년대부터는 광역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회는 지난 80년 전두환 군사정권에 의한 군조합의 중앙회 편입을 포함해 61년 이후 40여년 동안 중앙회 본부, 15개 시도지역본부, 156개 시군지부의 3단계 조직을 기본적으로 유지해 오고 있다. 이같은 조직체계는 조합으로부터 올라가는 상향식이 아니라 중앙회로부터 내려오는 하향식 조직체계로서 ‘비대한 중앙회’ ‘왜소한 일선조합’이라는 모순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시도, 시군 행정단위에 중앙회 지역본부와 지부를 맞추다 보니 지역의 대표성도 농민대표나 조합장이 아니라 중앙회 직원인 지역본부장, 시군지부장이 행사하고 있다. 특히 시군지부의 경우 은행사업 외에 지도·경제사업 기능이 사실상 거의 유명무실한데도 지부장, 부지부장, 지점장, 차장 등 고위직이 즐비하다. 농협중앙회 시군지부는 대부분이 은행사업 직원이며, 지도·경제사업에는 극소수만이 배정돼 있다. 특히 156개에 달하는 중앙회 시군지부와 700개에 이르는 지점·출장소 등 금융점포는 은행사업에 주력하면서 지역에 따라서는 일선조합 상호금융과 경합현상 마저 빚고 있다. 자금과잉 시대인 지금, 도시에서 벌어 농촌을 지원한다는 역할은 이제 사실상 무의미해진 상태이고, 오히려 일선조합의 상호금융과 경쟁하는 것은 “중앙회는 회원과 경합하면 안된다”는 농협법에도 어긋난다. 농협중앙회가 지역본부와 지군지부를 통해 따 내는 공공예금은 지난해 7월말 현재 광역금고 85개, 군금고 85개 교육금고 15개 등 201개에 달한다.  중앙회가 유치한 공공예금은 98년 10조4119억원으로 총수신의 25.9%에서 2001년말 21조3790억원으로 총수신의 29.6%를 점한다. 이에 따른 수익은 98년 3123억원에서 2001년 534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공공예금 운영 수익이 조합에 귀속되는 구조가 된다면 조합과 농민 조합원의 살림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다. ▲중앙회 방침=농협중앙회는 참여정부의 지방분권화 정책에 맞춰 중앙본부의 기능을 지역본부에 대폭 이관해 지역본부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군지부 폐지 문제는 △시군지부를 지점화하고 신용사업만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 △시군단위로 농협을 통합해 시군지부의 은행업과 회원농협의 상호금융업을 겸영하는 방안  △시군지부를 폐쇄하고 그 기능을 지역조합에 이관하는 방안 등 3가지를 가지고, 장단점 분석, 일선 조합과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최적안을 도출한다는 의사를 보였다. ▲시군지부는 지금도 폐지할 수 있다=중앙회 본부-시도지역본부-시군지부-조합의 4단계 농협구조를 바꿔야 한다는데엔 별 이견이 없다. 특히 전문가들이나 한농연·전농 등 농민단체들 모두 당장 조합과 경합하는 중앙회 시군지부를 당장 폐지하자는 여론이 강하다. 김정주 건국대 교수는 “시군지부는 일선조합의 광역합병화로 그 기능이 불필요하고, 선출직 조합장들을 중앙회 직원들이 관리하는 반발이 컸다”면서  “심지어는 신용사업을 놓고 시군지부 지점과 일선조합이 심각하게 경합하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에 시군지부는 기능을 폐지하고 기능을 지역조합에 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종익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현행 농협법에도 중앙회 지역본부나 시군지부를 두도록 돼 있는 조항은 없다”면서 “시군지부의 경우 사실상 지도·경제사업 기능이 없는 만큼 신·경분리 전에라도 당장 지점화하고 기능을 지역조합에 넘기면 된다”고 밝혔다.  공공금고의 경우 중앙회 은행면허를 광역조합이 위탁받아 수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시도지역본부의 경우 중앙회 신용·경제사업이 분리되고, 아래로부터 연합회 체제로 전환되면 자연히 지도·감독, 은행, 경제사업연합체 등으로 기능이 분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우리와 농업환경이 유사한 일본의 경우 일선 조합 위에 도도부현 단위의 기능별 연합회가 있고, 중앙단위에도 기능별 연합회가 있다. 전문농협(품목농협) 위에는 각종 전국전문농협연합회가 있다. 이런 모든 연합회 위에는 비경제단체로 지도·농정·감독기능을 하는 전국농협중앙회가 있다. 중앙회가 신용·경제·지도사업을 모두 수행하면서 시군단위까지 장악하는 우리와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