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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종현
2006/9/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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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휴 님] 갑인봉사소  
조선시대 윤휴 님의 갑인봉사소(甲寅封事疏) 갑인년 7월 1일



포의신(布衣臣) 윤휴는 참으로 황공하옵께도 삼가 목욕 재계하고 백 번 절하며 주상 전하께 이 말씀을 올리는 바입니다. 생각건대, 국모(國母)께서 승하하시고 인산(因山)도 이미 지났는데 우리 전하의 효성으로 추모하시는 마음 애통은 얼마이며 망극하기 그 어떻겠습니까.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감정을 억제하시고 예대로 따르시어 몸이 야위거나 부모의 뜻을 어기는 일이 없이 선후(先后)의 뜻을 그대로 준수하심으로써 대효(大孝)의 도리를 다하소서. 신은 참으로 황공한 마음으로 머리를 조아리고 또 조아리는 바입니다.
신이 듣건대, 천하의 걱정거리를 제거하는 자 반드시 천하의 복을 누리고 천하의 의리를 부식하는 자 반드시 천하의 명예를 얻는다고 했는데, 그 방법으로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잘 이용하고, 계기를 잘 살펴 기민하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아, 지난 병자ㆍ정축년의 일로 말하면 하늘이 우리를 돌보지 않아 금수가 사람에게로 다가와서 우리를 치욕 속에 몰아넣고, 비좁은 성안에서 곤욕을 당하게 했으며, 우리 백성들을 죽이고 우리 의관을 다 찢었는데, 그때 선왕께서는 종묘사직을 위해 한번 죽고 싶은 것도 참고 만백성을 위해 수치도 털어버린 채 피눈물을 삼키고 가슴을 치면서 언젠가 한 번 나갈 기회를 보고 오늘까지 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동안 많은 세월이 흘렀고 귀신도 사람도 울분이 찰 대로 찼습니다. 지금 북쪽 소식을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그러나 그 추한 무리들이 점거하고 있은 지가 이미 오래되어 중국에서는 원노(怨怒)가 일고 있고, 서쪽에서는 오삼계(吳三桂)가 일어나고 있으며, 남쪽에서는 공유덕(孔有德)이 연결을 취하고 있고, 북쪽에서는 달자(韃子)가 기회를 노리고 있으며 동쪽에서는 정금(鄭錦)이 엿보고 있습니다. 머리 깎인 유민들이 숨을 죽이고 가슴을 치면서 고국에 대한 생각을 잊지 않고 회오리바람이 이는가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천하 대세를 알 만합니다.
우리로 말하면 지형이 서로 인접해 있는 나라이고 또 가장 요충지대이며 천하의 뒤편에 위치하여 전성을 누릴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는데, 바로 이 시기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군대를 일으키고 격문을 돌려 그들 기를 꺾고 마음을 흥동시켜 천하의 걱정거리를 함께 걱정하고 천하의 의리를 붙잡아 세우지 않는다면, 그는 칼을 쥐고도 베지 않고 활을 만지기만 하고 쏘지는 않는 그렇게 애석한 일이 될 뿐만 아니라, 선왕 유업을 이어가시려는 성상의 마음이 우리 조종 우리 선왕께 전달될 길이 없어 천하 만세에 이렇다 할 말이 없지 않을까 그것이 걱정인 것입니다.
옛날 우리 강헌 대왕(康獻大王 태조(太祖))께서 고려 말기를 당하여 동녕(東寧)을 공격, 북으로 원(元) 나라를 끊고 요동에서 회군하여 역절(逆節)을 미연에 방지하였는데, 그는 사실 천명과 인심에 순응하여 끝없이 위대한 업적을 남기신 일로서 명 태조(明太祖)도 만리를 훤히 내다보고 특별히 사랑의 유지를 내렸던 것입니다. 그 유지에 의하면, “조선 국왕은 나 이상으로 기력을 발휘하여 중국을 치려던 군마(軍馬)를 되돌렸고 고려 국왕이 되어 국호를 조선으로 고쳤는데, 그것은 천도(天道)가 본시 그러한 것이니 조선 국왕은 지성을 다하라.” 했는데, 그 교훈적인 말은 지금까지도 사람들 귀에 쟁쟁하고 역사에 빛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로부터 이후로 성자(聖子)와 신손(神孫)이 조금도 폐추함이 없이 그 유업을 이어왔고 중국에서도 우리를 다시 변방 이족(夷族)으로 대하지 않고 본토인과 똑같이 대우하면서 사랑과 광명을 주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소경 대왕(昭敬大王 선조(宣祖)) 때는 임진ㆍ계사년 왜란으로 팔도 백성들이 모두 어육(魚肉)이 되고 종묘의 영령들도 다시 혈식(血食)을 못하게 됐었는데, 그때 만력(萬曆) 황제(명 신종(明神宗))가 천하 군대를 동원하고 대부(大府)에서 수백만금을 덜어내어 도왔으며 문무 장사들이 적의 칼날 아래서 죽음을 무릅쓰고 7년 가까운 전쟁 끝에 우리를 수화(水火) 속에서 구출하여 편안한 자리에다 올려놓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이미 멸망한 나라를 일으켜 세워준 덕이야말로 끝없는 하늘과 맞먹는 덕으로서 일개 속국이 중국으로부터 그러한 대우를 받기란 고금을 통하여 일찍이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소경 대왕께서는 우리의 힘이 그 은덕을 갚기에는 부족하고 당시 사세도 더 어쩔 수 없음을 알고서도 한평생 서쪽을 등지고 앉은 일이 없이 마치 물이 비록 일만 번 꺾이더라도 계속 동을 향해 흐르는 것과 같은 뜻을 보였고, 재조번방(再造藩邦)이라는 네 글자를 손수 크게 써서 중국 장사(將士)의 사당 안에다 걸게 하여 그것을 자손과 신서(臣庶)들에게 두고두고 보이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 얼마나 애처로운 뜻이며 또 얼마나 원대한 계획입니까.
급기야 광해군(光海君) 말기 심하(深河) 싸움에 중국에서는 사실 우리의 협조를 바랐던 것인데, 우리 쪽에서 서열 문제로 유감을 품고 결국 중국을 배신할 생각에서 암암리에 강홍립(姜弘立)에게 밀지를 주어 전 군대로 하여금 전쟁에 힘쓰지 말게 하여 오랑캐들이 날뛰게 만들고 그리하여 천하가 그 화를 입게 하였던 바, 이는 광해군이 어버이를 잊고 임금을 저버린 일로서 그 때문에 하늘에 죄를 얻고 하늘은 그의 녹(祿)을 거두어 우리 인조 대왕(仁祖大王)에게 주었던 것입니다. 반정(反正)하던 날 그의 죄상을 낱낱이 세면서, 북녘 오랑캐와 교통했다고 한 것이 바로 그 일을 두고 한 말이었던 것입니다.
이상으로 볼 때 우리나라가 하늘의 명을 받아 개국하고 또 중흥을 이룩했던 것은 모두가 중국을 섬긴 덕분이었고, 나라가 전복되고 위태로움을 당한 까닭은 다 중국을 배반한 죄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난번 가도(椵島) 전쟁, 송산(松山) 전쟁 때 모두 융신(戎臣)이 잘못해서 우리가 바로 적의 앞잡이 꼴이 되고 그리하여 갈석(碣石)이 무너지고 산해관(山海關)이 진동하면서 천지가 온통 흔들렸던 것은, 천하가 다 들은 사실이요 뭇사람 입에서 입으로 전송하는 사실로서 그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한 번 큰 일을 꾸미고 크게 무엇인가 바꿔놓지 않고서는 세상 사람들에게 사과할 말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 인조 대왕이 허리를 굽히신 원통함과 효종 대왕께서 조신들 앞에서 통탄하신 일들은 사실 천지귀신이 다 알고 있는 마음들이십니다. 아, 효종 대왕께서 자리에 계시던 10년 동안 자나 깨나 군비를 정돈하고 인재를 초치하여 사전 만반 준비를 하시면서 어찌 하루인들 북벌하려는 마음을 잊었겠습니까. 포치(布置)를 다 끝내고 부서(部署)도 짜여졌었는데 하늘이 돕지 않아 중도에 가시고 말았기 때문에 그 원대한 계획과 뜻이 천추의 한으로 남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때가 아직 오지 않아 그런 것이고 이제 그 일을 전하가 떠맡게 된 것입니다. 선왕께서는 그렇게 크고 어려운 일을 뒷사람에게 남기셨고 우리 성상께서는 한없는 복과 함께 한없는 걱정까지 이어받으셨으니, 그야말로 큰 뜻을 세우시고 귀를 넓혀 하늘을 받들고 조종의 뜻과 사업을 계승하시면서 모든 걸림돌을 제거하고 정의를 부식하고 큰 치욕을 설치할 계획을 세우심으로써 세상의 허물을 말끔히 씻고 천하의 복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므로, 그냥 그렇게 그렇게 넘어가고 말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시기는 놓치면 뒤쫓아갈 수 없고 기회도 놓쳐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시기와 형세를 이용하여 몸을 보존하고 살아갈 길을 찾는 것이 오직 이때인 것입니다. 지(志)에 이르기를, “때가 왔는데도 단안을 내리지 않으면 도리어 난리를 당하게 되고, 하늘이 주는데도 받지 않으면 오히려 재앙을 부른다.” 했는데, 지금이 바로 그러한 때입니다.
송(宋)의 주 문공(朱文公) 상소문에, “신이 염려되는 것은 상제(上帝)가 하루 아침에 진노하시고 필부들이 유언을 퍼뜨려 초야에서 분수 모르는 것들이 의리를 구현한답시고 봉기하고, 밖에서 노리고 있는 오랑캐들이 문죄(問罪)의 군대를 일으키지나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했는데, 지금 현재 상황은 북녘 오랑캐들 운은 이미 갔고, 오삼계(吳三桂)도 이미 난이 발발하였으나 세상 전체가 시끄러움 속에 있어 일본 세력만으로도 천하를 뒤흔들기에 충분하고, 정금(鄭錦)의 마음은 예측할 수가 없는데, 우리가 우리 스스로 수립을 못하고 있다가 그들이 혹시 우리보다 먼저 착수했을 경우 우리에게 무슨 말을 뒤집어씌운다거나, 아니면 혹 광복(匡復)이 되는 날, 우리더러 무언가를 믿고 나쁜 짓 하는 자들을 응원했다고 따진다면, 그때 가서는 아무리 슬기로운 자가 있더라도 국가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것입니다. 아, 주 문공이 한 말 같은 것이야 신이 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어리석은 신의 우직한 생각에 우리 임금을 위해 걱정이 안 될 수 없고 또 말하지 않을 수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이 오늘 청한 말은 무슨 일을 꾸미고 공로를 세우자는 것이 아니라 바로 패망을 막고 기울어져가는 위급한 상황을 바로잡자는 부득이한 방법을 말한 것입니다. 이 신 참으로 황공하옵고 죽을 죄를 지은 것만 같습니다.
신이 또 생각건대, 우리나라가 그 동안 겁에만 질려왔고 잦은 흉년으로 국력이 약해 무슨 일을 해낼 능력이 없을 것 같지만 그러나 인(仁)이면 용(勇)으로 안 되는 것이고 의리가 정당하면 힘을 따질 겨를이 없는 것입니다. 옛날에도 작은 병력으로 일어난 자도 있었고, 영토 없이 시작하여 왕이 된 자도 있었습니다. 더구나 천승(千乘)의 국력이요 군대가 만려(萬旅)이며 정예한 무기와 장사들이 있는데다 선왕들이 남기신 은택이 사람 몸에 배어 있고 성상의 사랑이 가해지고 있으며 게다가 또 몇 해를 두고 준비에 준비를 해왔을 뿐만 아니라, 저들은 저들대로 지금 안일에 푹 빠져 있고 그 당시 정예를 자랑하던 인력들은 거의 죽고 없는 상태이므로, 만약에 의성(義聲)이 떨치고 현인ㆍ호걸들이 힘을 뭉쳐 일이 잘 풀려나가기만 하면, 허깨비 같은 저들이 풍정(風霆) 앞에 오래 배겨나지 못할 것이고 반대로 우리 쪽에 유리한 소문이 천리 밖까지 절충을 할 것입니다.
명 나라 태조는 오랑캐인 원 나라를 소탕하여 그 공로가 대우(大禹) 못지 않고, 의종(毅宗)은 사직을 위해 목숨을 바쳤기에 의사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입니다. 하(夏) 나라 국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때 유궁후 예(有窮后羿)가 찬탈했었으나 하늘은 원래 공정 무사하여 얼마 후에는 다시 되찾고 말았던 것입니다.
옛날 주(周)가 기근에 시달리다가 상(商)을 멸하고 나자 풍년이 들었고, 형후(邢侯)가 무도하게 침범하여 위(衛) 나라에 가뭄이 계속되었는데 위가 형을 치려고 군대를 일으키자 비가 내렸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해마다 가뭄으로 흉년이 들고 백성들은 전염병에 시달리기 몇십 년이 되풀이되고 있으니, 그것은 하늘의 마음 그리고 성왕의 영령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 답답증을 느끼고 있다는 증좌(證左)가 아니겠습니까.
신이 또 듣기에 그 일은 저녁에라도 마음으로 다짐만 하면 천지귀신이 감동을 하고, 하루 아침에 일단 실천만 하면 억조 창생이 다 심복하고 이적ㆍ금수까지도 다 그쪽으로 쏠린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 일을 시작만 하면 하늘이 우리에게 풍년과 단비를 내리고, 단 하루라도 사심을 버리고 할 도리를 한다면 천하가 우리를 공정 무사하다고 평할는지 또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리고 우리나라가 비록 연약하고 타성에 젖어 즐기기만 좋아하고 있다 해도 창과 양식을 싸들고 너도 나도 함께 나서지 않을 자가 누가 있겠습니까.
공자(孔子)가 노 애공(魯哀公)의 물음에 답하면서 말씀하시기를, “진항(陳恒)이 자기 임금을 시해했을 때 제(齊) 나라 백성으로 그 일에 가담하지 않은 자가 절반이나 됩니다. 우리 노(魯) 나라 전체가 동원되고 거기에 제 나라의 그 절반 힘을 보태면 승리가 가능합니다.” 했습니다. 지금도 천하가 이렇게 큰데 영웅 호걸이 어찌 없을 것이며, 사해의 많은 백성들이 그들에게 심복하고 있는 자 누가 있겠습니까. 다만 지금까지 원수를 잊고 슬픔을 참고 머리로 땅을 찧고 무릎으로 기고 있는 것은 앞장서서 외치는 자가 없기 때문인 것입니다.
진승(陳勝)ㆍ오광(吳廣)이 팔을 휘둘렀던 것이 결국 진(秦) 나라 백성들에겐 탕(湯)ㆍ무(武) 같은 존재가 되었고, 사현(謝玄)의 군대는 천 명뿐이었지만 주서(朱序)가 한 번 소리쳐 실제로 부견(苻堅)의 백만 대군을 궤멸시켰습니다. 지금도 저들과 합류하지 않고 있는 나라들이 어찌 천하의 절반 정도뿐이겠습니까. 황하의 제방이 무너지고 회수의 둑이 터지는 것은 바로 때만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왕(漢王)이 소복을 하자 제후들이 모두 그를 따르고 큰 바람이 모래를 날렸고,남양(南陽)의 유(劉)씨가 왕망(王莽)의 죄를 성토할 때는 곤양(昆陽)에 천둥 번개가 일었고 맹렬한 불길이 미앙궁(未央宮)을 불태우기도 했듯이 요는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하늘도 감응하는 이치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세상이 다 아는 정예한 병력과 사방을 제어할 수 있는 화포(火砲)와 비환(飛丸)이 있어 군대를 더 선발하고 잘 무장된 병거를 갖춘 다음 노련한 장수를 임명하여 북으로 연로(燕路)를 가 기회를 보아 전진하게만 하면 그들 등을 치고 그들 목을 조를 수도 있고, 또 바닷길을 열어 정금(鄭錦)과 합세하여 그들 뱃속을 흔들어놓을 수도 있으며, 또 연주(燕州)ㆍ계주(薊州)ㆍ요하(遼河)ㆍ이북(迤北)ㆍ야춘(野春) 등 여러 부족과 일본의 여러 섬나라들 그리고 청(靑)ㆍ제(齊)ㆍ회(淮)ㆍ절(浙) 등처에도 격문을 보내 서남지방과 통한 후 함께 원수로 여기고 있는 자들로 하여금 한꺼번에 일어나게 한다면, 교활한 놈들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들고 동시에 천하 충의(忠義)의 기운을 고취시킬 수도 있을 것이며, 혹은 저들 무리끼리 서로 도륙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설 자리를 잃은 개돼지 같은 그들을 누구나 쫓게 할 수도 있을 것이므로 우리로서는 중요한 위치를 점거하고 저들을 몰아내는 데 별 어려움 없이 천하를 위해 잔학한 자를 제거할 수도 있고 중국 왕실을 위해 수훈을 세울 수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 법도를 닦고, 하늘 마음에 답하고, 수치를 물리치고, 군왕에 보답하고, 조종을 빛내고, 자손을 보존하고 그리고 지난 잘못을 없애고 앞으로 다가올 화환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세상 사람들 앞에 이렇다 하고 내놓을 일이 그 일 말고는 없는 것입니다.
맹자가 등 문공(滕文公)에게, “만약에 왕자(王者)가 있게 되면 틀림없이 와서 배워갈 것이니 그러면 왕자의 스승이 되는 것입니다.” 했듯이 신도 전하께 바라는 것이 오직 그것뿐입니다. 그리고 가령 성공을 못하더라도 그들 기를 꺾어놓은 것만으로 만천하에 폭로가 되고 선왕께 바칠 것이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선왕의 뜻을 전하께서 실천으로 옮기신 것이고, 생을 보답하는 뜻을 전하께서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우리의 인(仁)이 이오(夷吾)의 인보다 못할 것이 없고, 우리 인류가 모두 금수 되는 길을 면할 수 있으며, 우리 조종을 비롯한 군신 상하가 천하 만세에 할 말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안팎으로 산과 바다이고 중국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습니다. 저들은 이미 발을 들고 마음이 초조한 상태여서 저들 자구책을 쓰기에도 겨를이 없을 것인데, 어떻게 우리의 틈을 타 경솔하게 저들 소굴을 벗어나 몇천 리를 와서 우리와 땅을 두고 다툴 것입니까. 그리고 당당한 기자(箕子)의 나라, 넓고 넓은 일만 리 땅으로 그 전에는 수(隋)도 당(唐)도 곤욕을 당했고, 그후에도 요(遼)와 금(金)을 꺾은 일이 있는데 가령 저들이 온대도 우리 쪽에서 그들을 상대할 방법이 어찌 없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 어리석은 신으로서는, 오늘 우리의 처지가 의리로 보아서나 형세로 보아서나, 그리고 이기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간에 그만둘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유리한 방법으로 화합의 정도를 찾는 것이 《역(易)》의 이치이고, 《춘추(春秋)》의 의리라면 비록 패하더라도 영광인 것입니다. 때가 왔고 일도 꼭 해야 할 일인데, 단안을 내려 실천하는 일은 성상의 마음 하나에 달려 있습니다. 그 밖의 조정 정치라든지 실시하는 정사 등에 대해서는 신이 감히 이렇다저렇다 할 일이 아니고 오직 성상께서 깊이 자신을 책려하고 일대 경각심을 일으켜, 항상 두려운 마음으로 수행을 함으로써 천재를 막아냈던 주(周)의 선왕(宣王) 같이, 또는 남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냄으로써 민심을 수습했던 한(漢)의 광무제(光武帝) 같이 하시어 국가를 쇠망으로부터 일으키고 난리를 뿌리뽑는 바탕으로 삼으셔야 할 것입니다.
신은 일개 선왕의 유민이요 포의 한사로서 만에 하나 닮은 것도 없고 백에 하나도 해놓은 것 없이 비록 고인의 글을 읽었다 해도 지금 세상에 해야 할 일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옛날 조정 신료의 잘못된 추천으로 선왕(先王) 시대에 외람되이 이름을 듣게 되었지만 원래 미련하고 물정에 어두워 감히 우리 영고(寧考)께서 불러주신 뜻을 승당할 수가 없었고 전하의 즉위 초년에도 관명(官命)이 또 내려왔었지만 신의 뜻은 전일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지금 와서는 이도 머리도 다 빠지고 고집스럽고 비뚤어지기까지 하여 이미 당세의 생각이라곤 없는 것입니다. 다만 공자가 목욕하고 청했던 일이 생각나고 과부가 종주(宗周)를 걱정했던 것 모양으로 전하를 위해 한 말씀 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그것은 위로 선왕의 지우(知遇)에 보답하고 아래로 신의 울분을 토로하는 뜻이었으나 지위에 벗어난 일이요 분수에 어긋난 일이어서 그 죄 죽어 마땅하겠습니다.
생각건대, 전하께서는 인자하시고 현명하시고 규모가 크시어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는 도량이 있으실 것이므로 미천한 인물이라 하여 소홀히 여기시거나 참람된 일이라 하여 물리치지만 마시고 꼭 신의 말을 되새겨보고 깊이 생각하신 다음 강인한 덕을 발휘하고 신명한 계산을 산출하소서. 스스로 단안을 내리시고, 믿음이 가는 신하들에게도 물어 대계를 확정하시고, 성난 호랑이 같은 무신과 유능한 인재들을 불러 모아 성상의 뜻을 돕게 하고, 의심할 것도 없고 어렵게도 두렵게도 여길 것 없이 그 대사업을 잘 마치시면, 천하가 너무 다행한 일이며 종묘 사직이 그 이상의 다행이 없을 것입니다. 미친 자의 말도 성인은 가려 듣고 나무꾼 얘기도 슬기로운 자는 취한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인간은 비록 누추하고 그의 꾀는 어리석은 꾀라고 하더라도 혹시 천하 국가의 치란ㆍ안위ㆍ존망 그리고 세도(世道)와 민이(民彝)에 다소 상관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성인이나 슬기로운 이라면 그 말도 들어 참작을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신은 늙고 병들어 문 밖도 나가지 못하고 죽음과 이웃하고 있는 처지이나 마음 하나만은 일편 단심이어서 이 충정을 다 밝히지 못하고 죽기라도 하면 영원히 한이 맺힐 우려가 있기 때문에 몸은 저자에 처박혀 있으면서 천문을 향해 울부짖어 보는 것입니다. 그러니 두렵고 떨려 더욱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 신 하염없이 하늘과 성상을 우러러 임금 사랑, 나라 걱정하는 마음에 금방 죽을 것만 같은 것입니다. 삼가 죽기를 무릅쓰고 아뢰는 바입니다.



[주D-001]진승(陳勝)ㆍ오광(吳廣) : 진 이세(秦二世) 때의 둔장(屯長)들. 이들이 기현(蘄縣)에서 군대를 일으켰던 것이 결국 진(秦) 나라가 망하는 신호탄이 되었음. 《史略 卷2》
[주D-002]사현(謝玄)의……궤멸시켰습니다 : 주서(朱序)는 원래 진(晉) 나라 사람으로 양양(襄陽)을 지키다가 부견(苻堅)에게 패하고 잡혀와 있었다. 그후 사현이 적은 병력으로 비수(肥水)에서 막강을 자랑하는 부견의 군대와 싸우고 있을 때 주서가 나서서, 부견의 군대가 패했다고 외침으로 하여 부견의 군대는 결국 참패를 당했고 주서는 자기 고향으로 돌아올 수가 있었음. 《晉書 卷81》
[주D-003]한왕(漢王)이 소복 : 항우(項羽)가 의제(義帝)를 시해했는데 당시 한왕이었던 유방(劉邦)이 의제를 위해 복을 입음.
[주D-004]큰 바람이……날렸고 : 한왕이 항우에게 포위되었을 때 갑자기 서북풍이 크게 일어 나무가 꺾이고 모래 자갈이 날리어 대낮이 깜깜했으므로 그 틈을 타 한왕이 도주하여 화를 피했다고 함. 《史略 卷2》
[주D-005]곤양에……일었고 : 뒤에 동한(東漢)의 광무제(光武帝)가 된 남양(南陽) 사람 유수(劉秀)가 일어나 왕망(王莽)의 난을 평정할 때 왕망의 당인 왕읍(王邑)ㆍ왕심(王尋) 등이 이름하여 백만 대군을 앞세우고 대항하여 왔다. 적군의 강성함에 놀란 유수의 군대는 모두 놀라 곤양(昆陽)으로 들어가서 전의를 잃고 흩어지려고 하였는데, 이때 유수가 앞서서 적과 싸워 연속 승리를 거두고 그를 본 곤양성을 지키던 자들도 모두 합세하여 싸웠던 바람에 왕망의 군대가 거의 궤멸되다시피 되었다. 그런데 때맞추어 천둥과 큰 바람이 일어 기와가 모두 날아가고 비가 쏟아지듯 퍼부어 수많은 적군이 치천(滍川)에 빠져죽기도 하였음. 《史略 卷3》
[주D-006]이오(夷吾)의 인 : 제(齊)의 관중(管仲)이 오랑캐를 물리치고 주실(周室)을 받들었다 하여 공자(孔子)가 그에게 인(仁)을 허여하였음. 이오(夷吾)는 관중의 이름. 《論語 憲問》
[주D-007]공자가……청했던 일 : 진성자(陳成子)가 간공(簡公)을 시해하자 공자가 목욕을 하고 애공(哀公)에게 조회하며, 진성자를 쳐야 한다고 청하였음. 《論語 憲問》
[주D-008]과부가……걱정했던 것 : 정작 자기 걱정은 하지 않고 엉뚱한 걱정만 함. 베짜는 과부가 자기 짜는 베의 씨줄 부족한 것은 걱정 않고 주 나라가 망할까 그것만을 걱정함. 《左氏傳 昭公 二十四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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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1   '바우처制' 내달부터 시행 도교육청, 저소득층 초·중·고... 강원도민일보    2006/09/24  744
2250   지난 철원 한탄강 백일장에 관하여... 손아롬   2006/09/23  730
2249       Re..철원문화원 김철암 사무국장께... 문의 강원   2006/09/24  777
2248   [펌] 정책적 접근을 통한 소양호 흙탕물 저감 대책 종현   2006/09/22  832
2247   “소양강 흙탕물 해결 정부가 나서라” 강원일보   2006/09/22  695
2246   <성명> 채수찬 의원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 반대 ... 종현   2006/09/21  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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