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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주간조선에서
2006/9/10(일)
"이런 댐과 하천으로는 집중호우 감당 못 해"  
"이런 댐과 하천으로는 집중호우 감당 못 해" | 정치 2006/07/2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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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과 한국사회 / 홍수 대책]

한국은 홍수에 매우 취약한 지형... 소양강댐 등 물 넘치면 붕괴 위험 커


우리 국토의 70%는 경사가 가파른 산이다. 비가 오면 물은 빠른 속도로 흐르면서 토사(土砂)를 깎아낸다. 강우량은 여름철에 집중돼 있고, 하천의 최소 유량과 최대 유량의 차이는 100배에 이른다. 미국과 영국은 이 차이가 10배에도 못 미친다. 평상시 필요한 물을 저장하는 일이나 홍수를 다스리는 일 모두 불리한 여건이다.
환경단체들은 환경 파괴를 이유로 댐 건설을 반대할 뿐 아니라 “기존 댐을 철거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치수(治水) 전문가들은 “우리 실정에서 댐은 식수와 농업용수 공급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지적한다. “조선시대까지 매년 반복됐던 가뭄이라는 고질병을 치유할 수 있었던 것도 댐 덕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02년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영동 지방의 댐들이 파손되자 이 지역은 이듬해 봄 가뭄으로 고통 받았다.

국립방재연구소에 따르면 매년 홍수로 물난리를 겪는 상습 수해지역은 전국적으로 719곳에 이른다. 이 중 22.8%인 164곳만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돼 있다. 재해위험지구에 대해서는 정부가 몇 년간 예산을 투입해 배수 펌프장을 증설하고 하천을 정비하는 등 방재사업을 벌인다. 그런데 현재의 예산 규모로는 70년이 지나야 상습 수해지역에 대한 방재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홍수에 가장 취약한 나라다. 그런데도 국토 곳곳을 파헤치는 각종 토목공사는 아스팔트 도로와 시가지 등 물을 흡수하지 않고 흘려 보내는 ‘불투수(不透水) 면적’을 늘려 홍수피해를 키운다.

특히 한반도의 기후 변화는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대기 불안정은 국지성 집중호우와 극심한 가뭄 등 기상 이변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사상 최대의 강우량 기록을 경신하는 집중호우가 잇따르고 있다. 이제 한반도의 여름철 집중호우는 더 이상 기상이변이 아니다. 매년 반복되는 일상적인 재해가 된 지 오래다. 2002년 태풍 루사는 강릉 지역에 하루 877㎜의 기록적인 폭우를 뿌렸다. 2003년 태풍 매미도 이에 못지 않은 폭우를 동반했다. 2006년 7월 장마는 전국에 평균 620㎜가 넘는 비를 뿌려 1973년 장마 관측 이래 사상 최악의 장마로 기록됐다.


▲ 불어난 한강물에 잠긴 서울 올림픽대로.

우리나라의 하천과 댐은 애초부터 이런 규모의 폭우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국가하천은 100∼200년 빈도의 홍수, 지방하천은 50∼100년 빈도의 홍수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근 빈발하고 있는 집중호우는 지역적으로 이 기준을 넘는 곳이 많다.



1970~1980년대 건설된 댐은 하루 최대 511~777㎜의 강수량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02년 강릉 지역에 내린 폭우가 댐 상류 지역에 집중된다면 댐들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1996년 한탄강의 연천댐이 400㎜의 폭우에 무너지자 한탄강 유원지는 급류에 휩쓸려 내려갔고 하류에 위치한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은 물바다가 됐다. 우리나라 최대의 댐인 소양강댐이 붕괴한다면 서울시 전체와 경기·강원의 19개 시·군, 인천의 5개 구가 물폭탄을 맞아 침수된다. 이는 수자원공사가 2004년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났다.

지난 7월 17일 건설교통부 재해대책본부와 한강 홍수통제소 관계자들은 이틀 전부터 중부 지역에 퍼부은 폭우가 잦아들자 “후유~”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강 상류의 소양강댐 유역과 충주댐 유역의 강우량이 각각 532㎜와 484㎜를 기록했지만 방류량을 최대한 억제해 서울·여주 등 하류 지역 피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남한강 유일의 다목적댐인 충주댐(저수용량 27억5000만t)은 7월 16일 오후 계획 홍수위(145m)를 불과 90㎝ 남겨둔 상태까지 방류를 자제하면서 댐에 유입된 빗물의 3분의 2를 가뒀다. 이 과정에서 충주댐 방류량을 놓고 충북 단양군과 경기도 여주시 등 남한강 상·하류 지자체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충주댐이 방류량을 늘리지 않으면 단양군의 마을이 침수되고, 방류량을 늘리면 여주시가 물에 잠기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만약 비가 100㎜만 더 왔어도 매우 위험했다”고 말했다.

저수용량이 29억t으로 국내 최대인 소양강댐은 호우 기간 동안 초당 1만1247t씩 북한강 상류에 유입되는 물줄기를 가두는 역할을 했다. 청평·팔당댐 등 하류의 댐들은 홍수 조절 기능이 없기 때문에 유입된 물을 그대로 내보낼 수밖에 없다. 소양강댐과 충주댐이 없었다면 서울 등 한강 하류 지역은 범람으로 인한 침수 피해를 겪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운이 좋다는 보장은 없다. 1967년 설계된 소양강댐은 계획 홍수위가 198m로 하루 400㎜의 폭우를 견딜 수 있다. 500년 만에 발생하는 홍수를 기준으로 댐을 설계했다지만 이미 1984년과 1990년 이 계획 홍수위를 넘은 바 있다. 다행히 댐 정상까지는 5m의 여유가 있어 물이 넘치지는 않았다. 만일 2002년 강릉에 뿌려진 하루 877㎜ 폭우가 소양강 상류에 내린다면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 폭우로 유실된 다리를 로프로 건너는 수재민.

소양강댐은 구조상 물이 넘칠 경우 곧바로 붕괴할 수 있는 취약성을 띠고 있다. 점토 기둥을 세운 뒤 외부에 모래와 자갈을 다시 쌓은 사력(沙礫)댐이기 때문이다. 사력댐이나 흙댐은 옆에서 미는 힘에는 강하지만 위로부터 흘러내리는 물에는 취약하다. 토사가 깎여 나가면서 붕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댐의 99%는 소양강댐처럼 물이 넘칠 경우 붕괴 위험이 큰 흙댐이다. 붕괴 위험은 농업용수 저장을 위해 건설된 중소형 댐의 경우 더 크다. 3000여개의 농업용 댐과 1만5000여개의 중소 저수지는 30년 이상 된 노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100년 빈도’의 강우량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이 댐들은 집중호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수문이 아예 없는 댐도 많다. 농업기반공사 관계자는 “비교적 큰 저수지 2688개를 보강하는 데만도 1조7000억원이 소요된다”며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유지·보수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대책은 대규모 홍수에 견딜 수 있도록 하천의 안전기준을 높이고 댐의 저수용량을 키우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예산 부족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및 환경단체의 반대라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홍수 조절 기능을 가진 다목적댐은 환경단체의 반대 등의 이유로 1996년 이후 건설이 사실상 중단됐다. 특히 남한강 수계에는 1985년 이후 충주댐이 유일한 다목적 댐으로 남아 있다. 댐 건설로 저수용량을 늘릴 수 없다면 매년 장마철을 앞두고 댐의 물을 방류해 저수공간을 비워놓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전국 14개 다목적댐의 저수율을 40% 미만으로 낮추더라도 하루 강우량이 500㎜를 넘어서면 홍수 조절 기능을 상실한다. 또 강우량이 예상보다 적으면 오히려 농사철 물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국의 도로와 하수도 등 기반시설은 대부분 5~10년 빈도의 호우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근 발생한 집중호우는 이 시설들이 견딜 수 없는 수준이 대부분이었다. 7월 초 발생한 경기도 고양시 침수 사태도 400㎜의 기록적인 비를 하수도가 충분히 배출하지 못해 발생했다. 영동고속도로가 끊긴 것도 근본적으로는 절개면 등에 대한 설계기준이 낮았기 때문이다.

도로와 기반 시설을 교체하는 작업은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충분히 입증됐다. 해마다 물난리를 겪었던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은 이번 집중호우에 별 피해를 입지 않았다. 1999년 물난리 이후 3년간 4000억원을 투입, 방재공사를 했기 때문이다. 방재공사를 통해 임진강변 제방은 5m 더 높아졌고 하천 폭도 넓어졌다. 배수 펌프장을 증설해 배수용량이 6배로 증가했다. 상습적인 침수 피해를 입던 아파트는 재건축을 해 지반의 높이를 5m 더 높였다. 2002년 문산 기상대가 세워지면서 국지성 호우에 대한 대응 속도도 빨라졌다.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 평창·인제군에 인접한 양구군은 이번에 500㎜ 넘는 비가 왔지만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1999년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이후 160억원을 들여 방재공사를 했기 때문이다. 하천 폭은 10m 이상 넓히고 제방은 튼튼한 자연석으로 축조했다. 하천 폭을 넓히면 흐르는 물의 속도가 느려지고 배수용량도 늘어난다. 하천 다리는 높게 설계하고 교각 수를 줄여 홍수시 물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했다.

집중호우는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다. 국립방재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시간당 최고 강수량은 1998년 이전까지 118.7㎜였지만 2000년대 들어 계속 높아지면서 2002년에는 160㎜를 기록했다. 시간당 강수량은 짧은 시간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강도를 측정한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

기상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를 집중호우와 극심한 가뭄 등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름철 강수 패턴에 변화를 초래한 가장 큰 요인은 북태평양 고기압이다. 여름철 우리나라 남동쪽에 자리잡는 북태평양 고기압은 1980년 이후 서쪽으로 계속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그 원인을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에 포함된 수증기는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 대륙의 고기압과 부딪히면 상승기류를 타고 오르다가 대류권 상층에서 비로 응결돼 떨어진다. 중국 양쯔강 유역도 1980년 이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여름철 집중호우가 잦아졌다. 1998년에는 양쯔강 유역에 대홍수가 발생해 365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한반도 상공에 수증기의 양이 급증하면서 불안정한 상승기류가 곳곳에서 출몰한다. 이 상승기류는 강원도 지방의 산악 지형과 부딪히거나 다른 고기압과 만나면 마치 폭발하듯이 솟구치면서 두꺼운 비구름층을 형성한다. 이 비구름층이 국지적인 집중호우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서울대학교 허창회 교수(대기과학과)는 “그 해 기온이 높았던 경우 대기 중 수증기량도 증가하면서 대형 호우가 발생했다”며 “바다의 수증기가 많아지면 아주 강한 태풍이 출현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는 몽골과 중국 북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사막화 현상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특정 지역은 계속 비가 증발하기만 하고 다른 지역은 이렇게 증발한 수증기가 물폭탄으로 떨어지는 대홍수를 반복해서 겪는다. ‘대홍수가 아니면 극심한 가뭄’이라는 여름철 기후의 양극화 현상이 고착되고 있는 셈이다. 어느 쪽이건 우리나라는 이 같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위치에 있다. 한반도 상공에 드리운 물폭탄의 그림자는 안보 위협 못지 않은 암운이다.


김민구 주간조선 기자 roadrunner@chosun.com

입력 : 2006.07.29 11:31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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