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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한국일보
2006/8/2(수)
[창간 52주년] 주민·학교·지자체 '3박자 관심'이 아이 지킨다  
[창간 52주년] 주민·학교·지자체 '3박자 관심'이 아이 지킨다

[한국일보 2006-06-08 18:18]    




정부가 어린이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며 어린이보호구역(School Zoneㆍ스쿨존)을 제정한 지 올해로 11년이 흘렀다. 현재 전체의 3분의 2인 전국 7,000여개 초등학교 주변도로가 스쿨존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선만 그었다 뿐이지 질서 준수와 관리는 걸음마 수준이다.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왜 아직도 ‘무늬만 스쿨존’일까? 행정당국은 법 규정만 달랑 마련해 놓고 “나 몰라라”하고, 학교는 “교문 밖은 소관이 아니다”고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주민은 “주차할 공간이 없다”, 경찰은 “단속이 먹히지 않는다”, 지자체는 “표지판도 달았으니 할 일 다했다”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 같다.

스쿨존은 난마처럼 얽힌 이해관계를 해소하고 모두가 어우러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서울 신길초등학교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民ㆍ官ㆍ學이 함께 간다”

지난 3월 29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대방동 신길초등학교 시청각자료실. 구청 및 경찰 관계자와 녹색어머니회 회원, 학교관계자, 주민 대표 등 2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진지하게 머리를 맞댔다. 스쿨존 지정을 위한 사업설명회 자리였다.

몇몇 쟁점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우리 아이의 안전’이란 생산적 논의 덕분에 원만한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 같은 순조로운 출발은 다른 학교에선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스쿨존 설명회는 주차공간 확보, 생존권 침해 등 지역 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닻을 올리기도 전에 표류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신길초등학교의 경우 학교가 먼저 나섰다. 학교 지하와 1층 주자창을 주민에게 개방한 것이다. 덕분에 아이들의 통행을 가로막는 학교 부근의 거주지 주차구역을 자발적으로 없애도록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내친 김에 고지대에 위치한 학교 여건을 감안해 경사로의 방지턱을 추가로 설치하는 한편, 관할 구청과 경찰서에 수시로 민원을 제기해 보행환경 개선에 대한 약속도 받아냈다. 구청 역시 학생 학부모 주민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설계안에 반영해 이해

당사자간 충돌을 최소화하고 스쿨존 설치의 당위성에 대한 분위기를 띄웠다.

주민들도 차츰 ‘어린이 교통 안전’이라는 대의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동작구 녹색어머니회 정미경(40) 회장은 “처음에는 문전박대하던 주민들도 ‘당신 아이의 일’이라며 꾸준히 설득하자 점차 공존의 공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입지여건과 실현 가능성이 두루 반영된 종합 설계용역안이 최근 교통 심의와 열람을 거쳐 최종 확정됐다. 말 그대로 ‘지자체의 정책적 판단, 학교의 양보, 지역주민의 협조’ 등 엇나가기 쉬운 3박자가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낸 셈이다.

동작구청 강명훈(47) 교통행정과 팀장은 “비용 낭비를 막고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 단계부터 학부모와 지역 주민의 참여를 필수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참여율이 성패 좌우

스쿨존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난관도 예상된다. 주 통학로로 이용되는 정문 앞 상인들 사이엔 겉으로 내색을 안 할뿐 내심 못마땅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자영업자 박모(60)씨는 “스쿨존이 무엇인지, 공사가 언제 시작되는지 모르는 주민들도 수두룩하다”며 “일부 주민의 의견을 토대로 대표성을 운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성토했다.

실제로 7월 공사가 시작되면 불만은 언제든지 반대 행동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 특히 주ㆍ정차 문제와 같이 민감한 사항은 주민의 자발적인 협력에만 기대기엔 유인 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높다.

한국교통연구원 설재훈 도로교통연구실장은 “스쿨존의 성패는 주민 참여율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높이느냐에 달려 있다”며 “스쿨존 사업은 도로포장과 보도정비처럼 지역환경 개선이라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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