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 지역 주민들의 댐 반대투쟁이 다시 시작됐다.
환경운동연합과 연천ㆍ포천ㆍ철원 3개 시군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5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한탄강댐 강행 정부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 자리에는 한탄강 지역 주민 2백여 명이 대절버스를 타고 상경하여 참석, 댐 논의가 다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대해 울분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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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계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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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경기도 연천. 철원. 포천 주민들과 환경연합 회원 등 2백여명이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정부의 한탄댐 건설계획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정호조 철원군수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한탄강댐 논의에는 그 어떠한 명분도 없다”며 “아름다운 한탄강을 우리가 지켜서 자연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주자”고 제안했다.
구선호 철원군의회 의장은 “한탄강댐은 연간 수백억 원의 농업 피해를 낳을 것”이라며 “환경단체와 포천ㆍ연천의 주민들이 함께 한다는 사실에 힘을 얻어 필사적인 항전 의지로 싸우겠다”고 밝혔다.
홍원기 연천군대책위원회 위원장도 “우리가 가는 길은 옳고 바른 길”이라는 말로 참석자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이번 장마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난개발ㆍ부실공사로 불행을 당했다”며 “그런데 정부는 자신의 홍수 방지 정책 실패에 대해 사죄하고 책임을 지기는커녕 그 책임을 환경단체에 떠넘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 총장은 “보수 언론들이 머리기사와 사설로 환경단체를 공격한 후 단 하루만에 건교부와 열린우리당이 당정협의회를 열어 문정댐, 한탄강댐, 동강댐 등 논란이 많았던 댐의 재추진을 논의하겠다고 했다”며 “이는 정치인, 공무원, 건설자본, 일부 언론 등 이른바 ‘건설족’들이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펼쳐놓은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민의 의사를 왜곡하는 집단에 맞서 싸워 한탄강을 지켜내는 일은 우리 사회의 정의와 생존권과 환경권을 지키고 국가 예산 낭비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이철우 전 국회의원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 한탄강댐 추진이 조작과 졸속으로 얼룩졌음이 만천하에 밝혀졌음에도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이렇게 무모하고 한심한 모습을 자꾸 보여주니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우리 지역 주민들은 열린우리당 없이도 살 수 있고 노무현 없이도 살 수 있지만 한탄강 없이는 못 산다”며 “만일 이 정부가 한탄강댐을 실제로 추진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사망선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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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계탁기자 |
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감사원마저도 타당성이 없다는 한탄강댐이 어찌하여 강원 산간의 수해로 타당성이 생기는지 되묻고 싶다”며 “1조 원 중에서 7천억 원이 보상으로 낭비되는 한탄강댐 사업은 주민간의 갈등만 부추기면서 최악의 토목사업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어 “정부는 관행적이고 안이한 댐 건설 계획을 임진강 홍수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계획의 타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댐의 홍수조절 효과를 과장하고, 환경영향을 축소하거나 누락하고, 발표한 댐 규모에 맞춰 근거를 만들어냈다”면서 “국민들을 더 이상 기만하지 말고, 명분도 실효성도 없는 한탄강댐 건설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성명서를 통해 “한국에는 이미 1만9천여 개의 크고 작은 댐과 저수지가 있는 세계 최대의 댐 조밀국”이라며 “건교부와 보수 언론이 10년 넘게 다목적댐 건설을 추진하지 못한 이유는 그들이 이미 너무 많은 댐을 건설했기 때문에 눈을 씻고 찾아봐도 더 이상 댐을 지을 적지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어 “건설족에게 있어 댐은 국민의 피해를 핑계삼아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한탄강댐 백지화를 즉각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5월 23일 '한탄강댐 건설사업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원점부터 재검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 감사결과에 따르면 수자원공사와 건교부가 1999년부터 추진해온 한탄강댐 건설사업은 기본 홍수량 등 기초자료가 크게 부실해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었다.
그러나 건교부는 여전히 한탄강댐이 필요하다고 홍보하고 있고 특히 이번 중부지방 집중호우 직후 한탄강댐 재추진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은 이미 제방증고, 배수펌프장 건설, 상습피해지역 정비 등이 이루어져 2000년 이후 파주ㆍ문산 지역의 홍수피해가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이번에 문제가 된 하천 상류 지역의 홍수피해는 댐으로 막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7년 동안 끌어온 한탄강댐 건설 여부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임진강유역홍수대책위원회’에서 오는 8월 중 최종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김고종호 기자 kkjh@ngotimes.net
“그들은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다”
[인터뷰] 이철우 전 국회의원(전 한탄강네트워크 사무처장, 북부비전21 대표)
7년에 걸친 한탄강댐 반대 운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이철우 전 의원일 것이다.
그는 수자원공사와 건교부가 임진강 치수대책의 일환으로 한탄강댐 건설을 추진하기 시작한 1999년 당시 각 언론에 댐 추진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한탄강네트워크 사무처장으로 있으면서 반대운동을 주도했고,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으나 편파적인 선거법적용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 지역운동가로 돌아왔다.
기자는 이철우 전 의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발표된 후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됐던 한탄강댐 논란이 이번 집중호우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는데, 기분이 어떠신지.
△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정부 당국자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구속력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 감사원에 의해 지적된 정책담당자는 전혀 징계받지 않았고 오히려 승진했다.
또한 댐 추진 세력이 정말 집요한 세력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이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실제 정책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홍수가 나서 국민들이 위험에 처해도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 댐 건설로 배 불리는 사람들이 정책결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인가.
△ 그렇다. 정부 관료들은 댐 건설로 배 불리는 사람들로부터 컨텐츠를 제공받는다. 이러한 관료들의 한계를 현 정부가 이끌어나가지 못하고 관료들에게 질질 끌려다니고 있다. 그래서 현 참여정부의 개혁성이 실종되어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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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계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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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연천 포천지역 전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이 집회에 참석해 한탄강댐 건설이 노무현 정권의 사망을 초래 할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
- 이 전 의원은 지난해 ‘시민의신문’에 보내온 글에서 “한탄강댐 반대운동은 지역이기주의도 환경제일주의도 아니라 부정부패와의 싸움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는데, 이것은 지금도 유효한 것인지.
△ 터무니없을 정도로 부실한 계획과 계속적인 수치 변경 과정에서 문제점이 자명하게 드러났다. 턴키방식(일괄수주계약, 투자에 대한 타당성 검토ㆍ설계ㆍ시공 및 감리ㆍ시운전까지 일괄 수주하는 방식을 말함)으로 대림과 1조 원 규모의 계약을 맺어놓은 상황에서 당국자에게는 끊임없는 로비가 이루어졌고 지역에서는 주민들을 계속 부추겼다. 당국자들은 정상적 담론이 형성되기 힘들도록 사실 왜곡을 일삼았다. 이러한 것과 싸우는 것은 바로 부정부패와의 싸움이라 볼 수 있다.
- 다른 강이 아닌, ‘한탄강’이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 한탄강은 임진강의 작은 지류로, 한탄강에 댐을 쌓는다고 해도 임진강의 홍수 조절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한탄강은 협곡 구조의 강이어서 위치나 구조적으로 댐이 맞지 않는 강이다. 이는 연천댐이 두 번이나 붕괴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 지난 2002년 10월 22일 당시 노무현 대선후보는 1만여 명이 참석한 ‘한탄강댐건설반대 철원·포천·연천 군민 궐기대회’에 한탄강댐 사업 재검토의 메시지를 문서로 전달했고, 이것이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표로 연결된 것으로 이 전 의원이 분석한 적이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노무현 대통령의 재검토 약속이 분명 있었고, 이것은 취임 후 실제로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참여정부의 근본정신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식과 모두 반대로 가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새만금 간척, 천성산 터널 등을 모두 진행했다. 이것은 이전 정권이 시작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이미 90% 이상 공정률을 보이던 것들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탄강댐은 계획만 있을 뿐 아직 삽 한번 뜨지 않았다. 그런데 현실은 토목건설기업과 건교부 관료들에 의해 정치인들이 휘둘리며 지고 있는 상황이다. 총리실도 형식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걱정이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탄강댐 계획을 백지화시켜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수자원관리 정책의 모델을 만드는 계기로 가져가길 바래본다.
김고종호 기자 kkjh@ngotimes.net |
"강원산간수해와 한탄강 댐 무슨상관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