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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논란 속에 가려진 아픔들
7년의 논란 속에 가려진 아픔들 [프로메테우스 유정우 기자] 한탄강 댐 건설 발표가 난 지 한 달이 지났다. 현재 찬성과 반대를 놓고 주민갈등이 나타나고 있는 연천군 고문리 지역을 찾았다. 주민들의 마음을 가른 것은 한 달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이 아니라 7년이 넘는 긴 세월이었다. 이곳에서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내용은 별도로 담기로 한다. - 편집자 주 “사진 왜 찍어?” 고문 2리에 들어서서 사진을 찍자 한 할머니가 나와 촬영의 이유를 물었다. “취재 중인 기자입니다. 댐 때문에요. 할머니 혹시 잠깐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하고 묻자 “뭐 다 알고 왔으면서 뭘 물어본다고 그래”하시며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나신다. 그 자리에 ‘무슨 일인지?’해서 나왔던 몇 몇 주민들 역시 등을 돌려 외면했다. 댐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내키지 않은 듯 한 눈치였다. 처음 한탄강 댐 건설 계획이 발표되기 전 이곳은 평화로운 곳이었다. 96년, 99년 두 번의 수해가 주민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을망정 사람이 사람을 등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 후 7년의 세월을 가르며 진행된 댐 논란은 이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갈랐고 상처는 덧나고 곪아 서로의 눈을 외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문리의 명물은 뭐니 뭐니 해도 ‘재인폭포’다. 분단 이후 군사 구역에 묶여 여러 제약 속에 살았지만 그 삶은 재인폭포와 함께였다. 그래서 연천에서 특히나 고문리의 상징은 재인폭포다. 40년이 넘게 계속되는 군의 포 사격에 언제나 머리위로 날아가는 포탄을 이고 살지만 없이 살았던 그 옛날 이 곳 아이들은 위험한 사격장을 넘나들며 포탄 파편을 주워 팔아 생계를 이었다고 한다. 7년의 상처는 △ 재인폭포 ⓒ 프로메테우스 자료사진 그리고 변화가 왔다. 댐 건설 소식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세월이 7년이 넘었다. 또 다시 댐 건설이 발표되자 이제는 이것이 정말일지 믿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언제나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또 다시 밀려드는 불안함은 어쩔 수 없다. 댐이 들어서면 수몰이 확실한 고문 2리의 주민들은 재인 폭포가 사라진다는 것에 크게 낙담하고 있다. 거기에는 어려웠던 시절의 추억과 한 때 화려하고 분주했던 시절의 기억들이 마을 어귀, 한탄강 구석구석 쌓여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큰 허전함은 고향을 버려야만, 아니 고향이 지워진다는 사실이다. 7년간 이어진 논란 속에 마을 사람들의 상처도 깊어졌다. 댐 이야기만 꺼내도 서로를 피한다. 찬성, 반대를 떠나버린 지 오래. 더 이상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상처받지 않으려는 그들은 “댐 때문에 고민이 크시겠어요”하고 묻자 “뭐 잘 알잖어. 그렇지 뭐”하며 자리를 피해버린다. 경계가 가득한 눈빛, 차마 ‘외지인에게 그 이야기를 꺼내들기 싫다’는, 이제 ‘그만 내버려두었으면’ 하는 마음. 발길을 돌려 다음에 들른 민박집에서 아주머니와 함께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 아저씨는 ‘그저 술이나 먹고 가라’고 한다. 여기가 애초 아저씨의 고향은 아니었다. 아주머니의 고향에 들어와 정착을 한 지 30년이 다 돼 간다. 아주머니 역시 어렵고 배고팠던 시절 친구들과 사격장을 들락거리며 탄피를 주워 팔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래도 그 때는 사람들 참 좋았어. 서로 위해주고, 떠나기도 섭섭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제는 반대도, 찬성도 달갑지 않다. 그저 하루 빨리 이 상황이 끝나버렸으면 한다. 그리고 조심스레 댐이 건설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덜렁 집만 있는 고향에서 보상금 몇 푼 받아 어디 가서 또 살 수 있을까?’를 걱정했다. △ 다락대 사격장 ⓒ 프로메테우스 자료사진 쌓인 시간만큼이나 상처는 깊었고 여기 저기 떠도는 소문과 근거 없는 낭설들이 그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누군가를 믿지 않는다. 그저 슬픈 눈으로 그 땅을 바라보며 ‘제발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어릴 적 탄피를 줍던 여자아이는 이제 그 들판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늦은 저녁을 들던 남편은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전에는 여기 살기 좋았어. 이렇지 않았지. 댐 들어선다고 하고부터는, 아이고…….” 말이 무서워 제대로 이야기도 꺼내지 못한다고 한다. 행여 닥쳐올 불이익이 있지는 않을지, 또 근거 없는 헛소문을 퍼뜨린다고 욕을 먹지 않을지, 무엇보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또 다시 자신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지 걱정했다. 바로 그런 세월이 7년이 넘었다. 그러면서 ‘그저 듣고 가세요, 그럼 된 거지 뭐, 그렇지요?’하며 술잔을 기울인다. 그 사람들 미워하지 않아. 어쩌다 우리가 그렇다면 다른 마을은 어떨까? 댐이 건설될 경우 댐의 바로 밑에 있게 될 고문1리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역시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소문들을 들으며 안타까워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신승강 고문 1리 이장은 “왜 안 되는 일을 이렇게 추진하려는 지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그리고 그는 갈라진 사람들을 보며 결코 미워하지 않는다고 전한다. 결국 모두 피해자라는 말이다. 처음 그 일이 불거지고 동네 간 갈등이 있었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것이 결코 그들 탓이 아님을 아는 까닭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사실 따지고 보면 최대의 희생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수몰 예정지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자신들이야 소출이 줄건 어떻든 그 곳에서 살아갈 것이지만 몇 푼 되지도 않는 보상비를 받고 ‘그 사람들이 어디 가서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다지 달갑지 않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문과 낭설들은 그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누가 얼마를 받았다느니, 벌써 보상이 끝났다느니, 금방 댐이 되느니 어쩌느니 하는 소문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서로간의 오해는 쌓여가고 있었다. 막상 그들은 만나서는 이제 더 이상 그 문제를 놓고 서로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로 에게 상처가 될 뿐이니까. 그렇게 그 안에서 벽이 쌓였다. 그 이전까지 그들은 같은 학교를 다니고, 누구 환갑이다, 누구네 자식 시집보낸다, 누구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하면 내 것, 네 것 없이 나누며 지내던 사이였다. “어차피 그 사람들이 제일 불쌍한 사람들이여. 요즘 시골 농사짓는 사람 중에 빚 없는 사람 있어? 댐이 된다고 해도 보상 그거 뭐, 얼매나 나오겄어? 그거 받아서 빚 갚고 나믄 어디가서 뭘로 살거여? 군수도 그려, 찬성을 허믄 우리 이야기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녀? 여기서 살 사람은 우리 아녀. 그 마을 사람들은 행여 눈 밖에 날까봐 말도 못 허고 있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 거 아녀. 이게 뭐여?” 그렇게 이야기 하는 그의 속내가 무척이나 쓰다. 모두들 정 들었던 ‘이웃’이었다. 스스로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삶은 그렇게 가버렸다. 거대한 물 폭탄을 떠안고 살아야 할 그들도, 고향을 등져야할 사람들도 한 마을의 이웃이다. 비록 이런 저런 뜬소문에 시달리고 몇 번 얼굴 붉히는 일이 있었더라도 이웃이고 또 이웃으로 오래도록 그 자리에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는 마찬가지다. △ 고문리 집 벽에는 댐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 프로메테우스 유정우 동네 환갑잔치가 열리던 날,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그 곳에 갔을 때 옆 동네 이웃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유정우 기자(spica@prometheu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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