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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한탄강댐 건설 물길 못찾고 표류
사회 > 한국일보 2003년 9월9일 오후 6:01 광고 [환경] 한탄강댐 건설 물길 못찾고 표류 지난 5일 한탄강 댐 수몰예정지(댐 면적의 23%)인 경기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쏟아지던 비가 잠시 주춤하자 동네 어귀 아까시 고목 아래 마실 나온 노인들이 댐 얘기 꺼내기 무 섭게 버럭 고함부터 질렀다. “누구 맘대로댐을 지어! 살길은 만들어주고 해야지. 시작만 해봐. 호미고 낫이고 들고와서 막을 테니…”이태식(78) 할아버지는 “10대째 살아온 뿌리가 물에 잠기는 데 돈 몇 푼이대수냐. 우린 못 가, 안가!” 하고는 휙 돌아섰다. 어르신들 목소리가 컸던지 댐 반대 하려고 쌈짓돈 털어 세웠다는 컨테이너 앞엔 20여명의 주민들 이 득달같이 몰려왔다. 200여 가구가 물에 잠기는 포천군 관인면 중리의 분위기는 또 달랐다. 공공연히 반대를 외치는 연천과 달리 주민의 85%가 댐 건설을 찬성하고 있다. 이수인(43)씨는 “대안 없는 반대만 하는 시민단체도 문제지만 물에 잠기는 쪽은 포천, 연천인데 철원에서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지 모르겠다”며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한탄강댐 건설이 삽 한번 뜨지 못하고 댐 부지 주변 주민들의 한탄만 키우고 있다.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임진강 하류인 경기 북부 홍수예방을 위해 한탄강댐건설을 강행한다는 입장 이지만 지역주민과 환경ㆍ시민단체는 생존권과 환경보호 등을 내세워 댐 건설에 거세게 반발하 고 있는 것. 게다가 댐이 들어서는 강원 철원군과 경기 연천ㆍ포천군 등 3개 지역 주민들은 각각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 의견이 달라 한탄강댐을 둘러싼 논란은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댐 반대운동의 선봉에 선 곳은 강원 철원군. 연천 포천 주민들과 합세해대규모 집회를 열고 107개 마을 이장단이 사퇴한데 이어 3일엔 감사원 에국민감사청구서까지 냈다. 임진강 최상류에 위치해 수몰예정지는 댐 면적의 3%에 불과하지만 댐을막으면 병목현상으로 물 이 빠지지 않아 집중호우 때 역(逆) 홍수가 발생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수자원 공사 관계자는 “철원 지역이 댐보다 40m 이상 높아 물난리는 없다”고 반박했다. 댐 반대로 의견이 결집된 철원과 달리 수몰 예정인 경기 연천과 포천 쪽은같은 동네에서도 찬반 이 갈려 인심마저 흉흉해지고 있다. 의견은 다르지만문제의 핵심은 생존권 보장과 이주대책으로 모아졌다. 2000년 댐 건설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결사 반대를 외치던 주민들의 의견들이 갈린 것 은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연천이든, 포천이든 제살던 터를 뺏는 댐이 반갑지 않을 터지만 “정부가 밀어붙이면 어쩔 수 없으 니 보상이라도 제대로 받자”는 순진한 촌로들의 계산이 깔려 있다. 주민들이 현실적인 주판을 굴리는 동안 환경ㆍ시민단체는 근원적인 반대논리를 펴고 있다. 이들은 댐 예정지가 수압에 약한 현무암 층이라 안전에 문제가 있는데다천연기념물 어름치 등 다 양한 희귀동식물의 보금자리와 수려한 비경, 선사시대 유물 등 관광자원도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 했다. 최근엔 국내 최대 종합사격장인 ‘다락터 야포 사격장’ 일부가 물에 잠겨 화약, 포탄 파편 등중금속 으로 인한 수질오염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탄강네트워크의 이철우 사무처장은 “한탄강댐은 홍수조절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임진강 본류 의 군남 홍수조절지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수자원공사는 “군남 홍수조절지를 높이면 북 한 지역이 침수될 위험이 있다”며 “생태계 훼손을 막기 위해 우기 15일만 수문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다락터 사격장 문제 역시 해결책으로 생물학적 복원, 침사지 설치 등 3단계 공법을 도입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탄강댐 논란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바라볼 수 없는 게 1996, 98,99년 세 차례 물난리를 겪 었던 경기북부 주민들이다. 정부가 “임진강 하류 홍수 예방을 위해 한탄강댐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터라 상류에서 흘러내려 온 댐 논란이 서운한 기색이다. 지난 7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내는 장대 같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전건식(52)씨는 “이건 비도 아니에요. 96년에 집이 물에 잠겨 새로 지었는데 99년엔 1시간 만에 물에 잠겼어요. 홍수가 예고하고 찾아옵니까. 댐이라도 세우면 부담은 덜 하죠”라고 했다. 비만 오면 걱정이 돼 임진강변에 나온다는 유모(70)씨가 우산으로 개천을 가리켰다. “저 봐. 물살이 세지. 안 당해보면 몰라. 우리 처지도 생각해 줘야지.”● 한탄강댐은 경기 연천군 고문리와 포천군 중리 등에 들어서는 한 탄강댐은 경기북부 상습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1999년 말 계획됐다. 모두 9,753억원의 사업비가드는 댐의 규모는 높이 85m, 길이 705m, 수몰면적 480만여 평으로 수 몰세대만 297세대다. 시행 기관인 수자원공사는 한탄강댐이 홍수 조절용으로만 사용되며 환경친화적인 댐을 만들기 위 해 자연 생태공원, 자연형 하천, 인공습지 등을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말까지 댐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 1월 착공해 2007년 완공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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