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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뉴스

작성자 33
작성일 2008/08/18 (월)
필수체크
ㆍ조회: 1112  

[fn시론] 공공갈등의 해결과 재판 / 박재묵 충남대 교수

[fn시론] 공공갈등의 해결과 재판 / 박재묵 충남대 교수
2008-08-17 18:31:51

한탄강댐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또 다시 지루한 법정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댐 건설 기본계획 고시를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반대 측 주민들이 1심 판결에 불복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 주민은 대법원까지 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법정 투쟁을 벌이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주민들의 투쟁방식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한탄강댐 갈등의 내력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법정 싸움을 보는 마음이 결코 편치 않다.  

한탄강댐 갈등 문제가 법원의 판결에 맡겨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과거 합의를 위해 바쳐진 많은 사람의 노력이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는 점 때문이다. 한탄강댐 갈등은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조정절차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 대표적인 공공 갈등이다. 지난 정부 시절의 이야기지만 이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참으로 많은 사람이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은 바 있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내부에 조정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정소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이들의 주관하에 찬성 측 주민 대표, 반대 측 주민 대표, 정부 대표, 환경단체 대표 등의 당사자 대표들이 참가한 조정회의가 무려 16차례나 개최됐다.  

게다가 마지막 조정회의에서는 모든 당사자 대표들이 댐 문제 해결에 대한 최종결정을 조정자에게 위임했고 위임을 받은 조정소위원회가 최종결정문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한탄강댐 갈등 조정 사례는 한쪽 당사자가 최종결정문을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실패하고 말았지만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조정’이라는 새로운 절차에 의해 해결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법정 싸움을 통한 갈등 해결이 갖는 명백한 한계 때문이다. 어떤 법학자가 말하기를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동영상 수준인데 사법적 판단은 스냅 사진 수준이라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국책사업 갈등은 매우 복잡한 쟁점을 갖고 있음에 비해 재판에서는 법률적으로 다툼이 가능한, 전체 쟁점의 극히 작은 부분만 다룬다. 과거 새만금간척사업을 다룬 재판에서도 그랬고 천성산 관통 터널공사를 둘러싼 재판에서도 그랬다. 사업의 타당성 자체보다는 절차의 작은 부분이 법정 공방의 핵심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한탄스러운 일은 재판에서 쟁점의 작은 일부만 다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은 마치 사업의 모든 쟁점의 옳고 그름이 재판에서 가려진 것처럼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사법기관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가장 잘 제도화돼 있는 갈등해결 기구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또한 다른 길이 막히니까 갈등을 법정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는 주민의 마음도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조정과 같은 비용이 적게 들고 모두가 이기는 상승(相勝)의 길을 제쳐두고 비용이 많이 들고 승자와 패자를 가림으로써 진정한 갈등 해소에도 이르지 못하는 재판으로 결정되는 우리의 현실은 성찰되고 변화돼야 한다.

더욱이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주요 국책사업 갈등들이 연이어 법정 다툼으로 끝장을 보게 되는 것은 이른바 ‘대안적’ 분쟁해결 방법의 정착 및 제도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부 제도화된 대안적 분쟁해결 절차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조정이나 중재와 같은 절차를 소송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절차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다면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아직 미완성 단계에 있는 우리나라 공공갈등관리시스템의 제도화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합의 형성을 통한 갈등 해결의 분위기를 되살려야 할 것이다. 최소한 소송보다 합의를 통한 문제 해결이 중시되는 사회적 분위기라도 유지돼야 한다. 갈등관리도 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의 하나임을 상기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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