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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재앙인가 축복인가] 4. 인공호수와 생태계- 걸음이 멈춰버린 강
댐. 재앙인가 축복인가] 4. 인공호수와 생태계- 걸음이 멈춰버린 강 자연스런 물흐름 인위적으로 차단 토속어종 대신 외래어종 번식 유리 어종 변화 댐 주변 어민 생존과 직결 2008년 09월 19일 (금) 정동원 ▲ 소양강댐 주변 흙탕물 강은 쉼 없이 살아 꿈틀거리며 변화한다. 물살에 바닥이 깎이고, 침적토가 쌓여 새로운 물길이 생겼다 때론 마르기도 한다. 수중 생태계는 이 같은 강의 역동적인 삶에 적응하기위해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연출하며 수 십 억년 동안 진화해 왔다. 그러나 강은 인간이 댐을 만들면서부터 ‘홍수(洪水)와 갈수(渴水)’라는 기본적인 변화마저 통제 당하기 시작했다. 강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댐으로 인해 강은 침식이나 퇴적 같은 지질학적 과정을 방해 받았고, 물고기를 비롯한 수중 생물들은 이동이 제한됐다. 결국 흐름이 멈춰버린 강은 수중생태계의 최소 단위인 플랑크톤에서부터 최상위 포식자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각종 수중 생물의 서식지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도는 다목적용, 발전용, 홍수조절용, 용수전용 등 각종 목적을 갖춘 댐이 즐비하게 놓여진 ‘댐의 천국’이다. ▲ 춘천호 오월리 낚시터 주변 부유물 북한강 상류에 위치한 댐만 손꼽아도 △평화의 댐 △화천댐 △춘천댐 △소양강댐 △의암댐 등 5개에 이른다. 북강원도 회양군 상북면 연대봉에서 발원해 화천 평화의 댐을 거쳐 파로호로 흘러든 북한강 본류는 화천댐을 지나 다시 강물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북한강은 춘천댐이라는 인공 구조물에 가로막힌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도 인제군 서화면 회전리와 홍천군 내면 명개리 만월산에서 발원해 춘천에 이르자마자 소양강댐에서 멈춰 선다. 춘천댐과 소양강댐에서 길이 막혀버린 북한강 상류의 물은 홍수기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댐의 장벽을 넘어보지만 의암댐과 청평댐에서 또 다시 갇혀버린다. 북한강 상류 생태계는 이처럼 담수지역의 확대로 인한 환경변화로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생태계 보고로 불리던 이곳 북한강 상류 지역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댐이 건설되면서부터 천혜의 자연하천에 짙고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진 것이다. 담수지역 확대는 수온, 용존산소량 등 기본적인 환경을 변화시켜 댐 상·하류에 분포한 생명체의 서식지를 교란하고 위협한다. 춘천댐과 소양강댐을 기점으로 하는 북한강 상류에 토종 물고기들을 무차별적으로 포식하는 배스(일명 큰입우럭)가 나타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가 하면, 천연기념물 259호인 어름치와 쉬리 등 일부 고유종들의 개체수가 급격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가 2007년 춘천시 사북면 신포리와 원평리, 서면 오월리 등 춘천호 일대에서 어류 생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담수호 내에는 12개 과 39개 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식어류 중에는 빙어가 가장 많았지만 고유어종은 줄납자루, 참중고기, 중고기 등 13개 종(30.7％)에 불과했다. 반면 외래어종은 배스, 떡붕어, 무지개송어 등 26개 종(69.3％)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파로호, 춘천호 등 북한강 상류 수계 대부분에서 어류생산지수(MEI)가 배스의 서식에 유리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유어종인 쏘가리와 외래어종인 배스가 담수호의 최강자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환경변화는 고유어종인 쏘가리의 패배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원대 환경연구소가 조사한 ‘북한강 수계 수중생태계 조사용역’ 결과에 따르면 춘천호의 경우 1971년 13.3％였던 쏘가리 개체수 구성비가 1986년 65.35％까지 늘었다 지난해 0.04％로 급감했다. 또 파로호도 쏘가리는 크게 감소되고 있는 반면 배스의 개체수 구성비는 △2003년 0.01％ △2004년 0.03％ △2006년 3.03％로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으며, 평화의 댐 역시 출연하지 않았던 배스가 2005년 4.81％에서 2006년 3.67％로 조사됐다. 이는 북한강 상류 수계의 MEI가 쏘가리 등 토종어종보다는 배스 등 외래어종의 번식에 좋은 환경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스 최대 생산량을 가져오는 MEI 값은 10∼20㎎/ℓ/m로(쏘가리는 2∼5㎎/ℓ/m), 파로호의 경우 1996년 4㎎/ℓ/m이던 것이 2000년부터는 5㎎/ℓ/m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쏘가리에게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춘천호의 MEI도 증감을 반복하다 지난 2000년 6㎎/ℓ/m를 넘어선 이후 최근까지 전후의 값을 보이고 있어 인공적으로 MEI 수치 증가 원인을 해소할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배스의 증식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소양호의 빙어가 해마다 크기가 작아지고 있다는 주민들의 주장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인제 생태복원운동본부는 2006년 2월 당시 인제빙어축제 기간동안 소양호에서 잡힌 빙어 120마리에 대해 분석한 결과, 8마리만 몸길이가 10∼11㎝에 무게가 7∼8g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길이가 6∼7㎝에, 무게가 2.5∼3g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생태복원운동본부의 주장대로라면 5∼6년 전 빙어축제 때 평균 길이 10∼11㎝, 무게 7∼8g 가량의 빙어가 잡혔던 것과 비교해 크기가 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생태복원운동본부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빙어가 오랫동안 고인물에서 서식하면서 근친교배로 유전인자가 열성화 됐고, 침전물에 의해 서식환경이 파괴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생태계 변화로 인한 어획량 감소로 의암호 어촌계와 한국수자원공사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다. 의암호 어촌계는 소양강댐의 흙탕물 방류로 지난 3년 동안 10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자원공사는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생태계 변화로 인한 수중생물들의 피해가 수면 밖으로 나와 어민들의 생존 문제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댐 건설로 인한 생태계 변화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더디기만 하다.일부 대학과 연구소에서 댐 내 생태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체계적인 지원이 없어 연구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날로 생태계 교란이 심각해지고 있는 댐 내 생태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전문적인 연구조사를 통해 댐을 포함한 담수호 정책 전체를 책임질 조직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얻고 있다. 진종인 whddls25@kado.net·정동원 gondori@kado.net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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