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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Love Hantangang
한탄강백서

작성자 한겨레
작성일 2003-11-01 (토)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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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조회: 4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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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 강물이 깎은 환상의 기암절벽 (한반도는 숨쉬고 있다)

신생대 4기 화산분출로 현무암 뒤덮여… 30∼40m 협곡형성

 강원도 평강에서 발원해 철원, 경기도 연천을 거쳐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한탄강은 임진강과 함께 분단조국의 남북을 관통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특히 ‘한탄’이라는 이름은 큰 개울이라는 우리말을 한자로 음차한 것이지만 마치 민족분단의 현실을 ‘한탄’하는 것 같은 비감을 느끼게 한다.

○침식작용에 암반 떨어져
이 강은 이름이 주는 느낌 외에도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지형을 갖고 있으며 형성과정도 특이하다.
우리나라의 강은 일반적으로 범람원, 즉 충적평야가 넓게 발달한 가운데를 흐른다.
그러나 한탄강은 평원분지 한가운데를 지나면서 계곡이 좁고 깊게 팬 것이 특징이다. 30∼40m의 깊이로 깎인 협곡은 수직절벽을 이루고 곳곳에 기암괴석이 많아 그 모양이 마치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연상케 한다. 전체 길이 1백10㎞에 평균 강폭 60m인 이 강은 물살이 다른 강에 비해 빠른 편이다. 이 때문에 예부터 절경으로 꼽혀온 곳이 많다.
하류인 전곡유원지에서부터 재인폭포, 순담계곡, 고석정, 직탕폭포, 칠만암 등 비경의 명승지가 상류쪽으로 널려 있다.

한탄강이 이런 지형적 특징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이 강이 화산암의 하나인 현무암대지 위를 흐르기 때문이다. 현무암은 마그마가 식으면서 수축돼 기둥모양으로 갈라진 틈, 곧 주상절리가 발달하는데, 강물의 침식작용을 받으면 절리를 따라 암반이 떨어져나가 수직절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탄강 일대를 덮고 있는 이 현무암은 언제 어떻게 분출한 것일까.
이 지역에서의 화산활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일대를 포괄하는 지체구조인 추가령구조대에 대해 알지 않으면 안된다.
추가령구조대란 원산과 서울을 잇는 띠모양의 낮은 골짜기로 한반도를 지질적으로 크게 남북으로 양분하는 선이다.
추가령구조대의 북쪽은 10억년 이상 된 선캄브리아기의 변성암류와 고생대 지층이 우세한 반면, 남쪽지역은 이들 지층과 함께 중생대 지층도 넓게 분포하며 남쪽으로 갈수록 나이가 젊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지체구조상으로도 북쪽에서는 산맥의 방향이 대체로 북동동∼남서서의 랴오둥방향으로 뻗어 있는 반면 남쪽은 북동∼남서의 중국방향을 하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 이 지형은 서울과 원산 사이에서 평행으로 발달하고 있는 큰 단층들의 약한 띠를 따라 화강암 저반이 차별침식돼 만들어진 저지대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단층으로 지각이 벌어진 곳에서는 지하의 마그마가 밀고 올라오기 쉽고 화산폭발이 일어나기도 쉬운 것이다.
그러면 이 지역에서 화산활동은 언제 일어났으며, 어떤 양상으로 분출이 이뤄졌을까.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한반도에서 격렬한 화산활동이 진행된 중생대 백악기에도 이 지역에 화산분출이 있었다. 전곡댐 아래 자살바위나 철원평야 외곽의 금학산, 지장봉 등이 이때 분출한 화산체이거나 화산재가 굳은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한탄강 일대 지형을 형성한 화산은 백악기의 화산활동이 아닌 신생대 제4기의 것으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추가령구조대에 해당
전곡리 한탄강변에서 전기구석기의 유적·유물을 발굴하면서 유적 바로 아래층 현무암의 연령을 측정한 결과 약 27만년 전께 분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10억년 이상 된 선캄브리아기에서 6천5백만년 전인 중생대까지의 지층이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반도에서 추가령구조대는 제주도, 백두산, 울릉도와 함께 가장 젊은 지층에 속하며 섬을 제외하면 남한에서는 제일 젊은 땅인 셈이다.
그런데 화산활동이 있었는데도 이 지역에 한라산이나 백두산 같은 거대한 화산체는 왜 존재하지 않을까.
화산분출의 유형은 일정한 분출구를 따라 증기와 용암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중심분출과 지각이 벌어진 틈을 따라 큰 폭발 없이 마그마가 꿀럭꿀럭 흘러나오는 열하분출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추가령구조대의 형성원인과 화산활동을 연구해온 강원대의 원종관·이문원 교수(화산학)에 따르면 열하분출이 중심분출보다 훨씬 더 흔한 유형이며, 이 경우 일반적으로 점성이 약한 현무암질 마그마가 흘러나온다. 따라서 거대한 화산체가 만들어지지 않고 넓은 용암평원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추가령구조대의 화산이 바로 이런 열하분출형 화산으로 오리산을 중심으로 방패모양을 하고 있는 평강고원이나 철원평야는 다 이때 만들어진 용암평원이다.
화산분출로 흘러나온 마그마의 양도 엄청났던 것으로 추정된다.
평강의 침식분지를 메워 방패모양의 화산체를 만든 이후에도 계속 흘러나온 마그마는 구철원침식분지로 유입돼 용암대지를 형성하고, 이어 동송읍 오덕리 근처에서 한탄강으로 흘러들었다.

○마그마 길이 95㎞
원 교수 등에 따르면 한탄강으로 유입된 마그마는 상대적으로 낮은 곳인 한탄강 유로를 메우면서 흘러내려 임진강으로 합쳐지는 문산 근처까지를 덮었으며 그 길이는 무려 95㎞에 이른다.
이처럼 막대한 양의 마그마가 한꺼번에 분출된 것은 아니다.
한탄강의 하식절벽에서 관찰되는 현무암층의 켜로 볼 때 최소한 11회 이상 분출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하류인 전곡리 근처에서는 3매의 켜가 발견되지만 상류인 철원읍 화지리 근처 하식절벽에서는 11매의 현무암층 단위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그마가 옛 물길을 완전히 메워 평원을 만듦에 따라 한탄강은 새로운 유로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새 유로는 용암평원 가운데나 현무암과 기반암(화강암 또는 선캄브리아 변성암)이 만나는 경계부위를 따라 주로 만들어졌다.
고석정 계곡처럼 강이 현무암대지 한가운데를 아래로 깎아 내려간 지역에서는 강 양쪽 골짜기가 서로 대칭인 수직절벽을 이룬다.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화강암이나 편마암으로 된 쪽이 완만한 사면을 형성해 계곡 양쪽이 비대칭을 이룬다.
그러나 추가령구조대의 절반과 용암의 분출구가 군사분계선 북쪽에 있고 남쪽의 경우도 상당부분이 민통선 안에 놓여 있어 추가령구조대의 성인은 물론 마그마의 분출 횟수 등 정확한 화산활동상에 대한 좀더 깊은 연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원 교수는 이와 관련해 “남북한 관계의 개선이 이뤄진다면 가장 먼저 공동학술조사를 해야 할 곳이 바로 이 지역”이라고 지적했다.<글=최영선>

[한 겨 레] 1994-06-17 (문화) 기획.연재 0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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