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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마른 꽃게 어장 연평도 “뭍에 나가 막노동”
씨마른 꽃게 어장 연평도 “뭍에 나가 막노동” 2007년 05월 23일 18:03:27 서해안 최대 꽃게 산지 연평도가 신음하고 있다. 본격적인 꽃게 철인데도 출어하는 어선은 전체 꽃게잡이 어선 50여척 중 10여척에 불과하다. 어획량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다. 수억원의 빚을 진 선주와 어민들은 인천 등 육지로 나와 공사판을 전전하고 있다. 주민들이 떠난 섬은 빈집이 늘어가며 공동화(空洞化)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과 인접한 석도 주위로 수십척의 중국 어선이 불법 꽃게잡이를 하고 있다. 석도는 남북어민 누구도 접근을 못하는 경계지역. 어민들은 “석도가 중국 땅이 돼버렸다”며 당국의 강력한 단속을 요구했다. 연평도/김대진기자 ◇텅텅 빈 연평도=연평도에서 18년간 꽃게잡이를 해오던 ‘만선호’ 선주 최강휴씨(49). 꽃게조업을 포기하고 올초부터 안산 근처 공사장에서 일당 6만원을 받고 막노동을 하고 있다. 최씨의 아내(36)도 자녀 2명의 학비 마련을 위해 슈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4억원의 빚을 진 최씨 부부는 연체로 인해 모두 신용불량자다. 최씨는 “선주들 대부분이 3억~9억원가량의 빚을 지고 있어 집집마다 연체 독촉장이 수북이 쌓였지만 갚을 길이 막막한 상태”라고 한숨을 쉬었다. 연평도 선주 56명 중 꽃게 조업중인 선주는 10여명뿐. 대다수는 최씨처럼 육지 건설현장에서 일당 노동을 하고 있다. 어민들도 속속 연평도를 떠나고 있다. 호프집과 미용실, 철물점 등 20여개 점포와 주택 50여채가 오밀조밀 몰려 있는 선착장 앞 골목길. 이중 16채의 집과 점포의 출입문이 잠겨 있다. 골목길 초입 미용실 옆 집은 지붕과 담이 무너진 흉가로 변했다. 집을 팔려고 해도 사는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눌러 앉아 있는 사람이 상당수다. 주민 신성남씨(76)는 “불과 5~6년전만해도 꽃게 풍어로 다방만 4곳이었다. 상인과 어민들로 들썩거렸던 골목길이 이제는 사람 구경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매년 꽃게 철마다 불야성을 이루던 연평도 선착장앞 골목에 빈집이 늘어나면서 22일 황량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연평도/김대진기자 연평면사무소는 섬 공동화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면사무소측은 올해 해안쓰레기 수거처리 사업으로 1억원을 책정했다. 꽃게잡이가 안되니 가욋일이라도 마련해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뜻에서다. 안흥모 면장은 “꽃길 조성, 환경지킴이, 노인과 저소득증대 일자리사업 등을 통해 수당을 지원하고 있으나 주민들의 생계지원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출어하면 적자=23일 새벽 대근호 등 어선 10여척이 안갯속 물살을 가르며 20여분 만에 도착한 연평어장. 어장에서 2㎞ 정도 떨어진 북방한계선(NLL) 주변에는 중국 어선 30여척이 모여 있었다. 이미 저인망으로 바닷속을 샅샅이 뒤져 꽃게를 쓸어담은 듯 조업을 멈춘 채 한가한 모습이었다. 중국 어선들을 보자 선원들의 입에서는 거친 막말이 나왔다. 그물을 던지나마나 이미 꽃게들을 싹쓸이 해 어장에는 꽃게가 없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근호 선장 유근일씨(55)는 저녁 7시까지 어장 이곳 저곳을 뒤져 150마리(50㎏)가량의 꽃게를 잡았다. 대략 경매가격은 120만원. 어구와 기름값 240만원을 감안하면 120만원의 적자를 봤다. 그나마 1주일전 39마리를 건져 올렸던 것에 비하면 낫다. 연평도에 꽃게 씨가 마른 것은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때문이다. 수협 연평출장소에 따르면 지난달 내내 100여척의 중국 어선들이 무리를 지어 NLL를 오르내리며 불법조업을 했다. 이달 들어서는 60여척이 군집을 이뤄 불법조업 중이다. 오성호 선주 박태원씨(48)는 “중국 어선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싹쓸이를 하고 있다. 북쪽에 있는 꽃게들이 산란을 위해 남쪽 연평어장으로 내려오다 중국 어선에 모두 잡혀 꽃게가 고갈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평도의 꽃게 어획량은 2002년 1693t(142억원), 2003년 1795t(156억원), 2004년 306t(55억원), 2005년 351t(49억원), 2006년 149t(22억원). 중국 어선들의 꽃게조업이 본격 시작된 2004년부터 꽃게 수확이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말 어획량은 2003년에 비해 불과 8% 수준. 올해는 더 떨어져 지난해의 절반가량에 머물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자 연평도 꽃게잡이 어선은 조업을 포기하고 배를 부두에 묶어두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인천시는 내년까지 국비 50억원, 지방비 25억원을 들여 꽃게잡이 어선 30척을 감척할 계획이다. 〈연평도|유성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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