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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철원 DMZ는 넓게 펼쳐진 한 권의 천년 역사서
철원 DMZ는 넓게 펼쳐진 한 권의 천 년 역사서 [강원도민일보 2021.05.28] [DMZ in] 아주 특별한 기행 철원 DMZ를 찾아서 박종민 철원문화원 향토사연구소 위원 천년 전 궁예가 세운 도성 흔적 비롯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 배출 곳곳 총탄자국 등 격전 흔적 고스란히 남아 ‘북관정’ 등 역사상징물 복원 역량 결집해야 ■ 철원DMZ 기행 ‘피어린 육백리’ 몇해 전 철원지역 중학생들과 함께 철원문화원에서 주관하는 우리고장 역사문화 탐방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했다.“철원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뭐지요?” 정답을 말하는 학생에겐 상품권을 주겠다고 했다. 상품권에 눈독을 들인 학생 여러 명이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요지를 간추리면 첫째는 한탄강과 오대쌀 두 번째는 백마고지와 노동당사 세 번째는 DMZ와 궁예왕 도읍터였다.네 번째의 대답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모두 정답으로 처리하고 상품권을 나눠주었고 철원문화원의 문화탐방 행사인 만큼 필자가 평소 하고픈 이야기를 전했다.우리 고장 자랑 얘기가 나오면 출중한 역사인물 특히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독립 운동가를 배출한 애국지사의 고장이요 독립운동의 성지인 만큼 자긍심을 갖자고 말했다. DMZ에 대해 첫 번째 떠오른 것이 필자가 중학교 때 교과서에 실렸던 것으로 노산 이은상 선생이 쓰신 기행문 ‘피어린 육백리’다.10여 일 동안 서해안 교동 끝 섬에서 동해안 명호리까지 600백리 길을 따라 쓰신 글 가운데 우리 고장 철원에서의 소감을 적은 글이 6편이나 실렸다.제목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었고 절규와 외침을 향한 노산의 필력에 감동하는 정감 가는 글이기 때문이다. 피어린 육백리는 노산 이은상 선생이 휴전선을 따라 서해에서 동해까지 이어진 분단의 아픔 현장인 휴전선 248㎞(육백리)를 찾아서 남긴 서사시적 기행문으로 무대 역시 필자가 다녀온 낯설지 않은 길목이어서 더욱 정감이 가는 글이다.고등학교 때 국어 교과서에 실렸지만 당시에는 못 느꼈던 감정이 지금에야 살아난다.노산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철원 DMZ로 아주 특별한 기행을 떠나보자. ▲ 남한의 북쪽 끝에 있는 최북단 농업시설물 11련방수문(1920년 설치) 전경.포탄세례에서 살아남아 뼈대만 남았지만 봉래호의 용수를 철원평야로 이어주는 젖줄로서 기능을 다하고 있다 ■ 철원 DMZ는 노천 역사·전쟁박물관 천년 전 궁예가 세운 도성의 흔적을 비롯해 강원도와 철원의 비무장지대(DMZ) 곳곳에는 역사와 문화,전쟁의 유산들이 옛 모습 그대로니 철원지역은 ‘노천(露天) 역사·전쟁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또한 지정학적으로는 한반도 심장부에 위치한 데다 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어 일찍부터 정치·군사·문화·교통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6·25전쟁 당시엔 그 어느 지역보다도 치열한 격전지가 됐다. 철원군 월정리 남방한계선의 통문을 열고 들어가 바로 우측엔 붉게 녹슨 거대한 열차 잔해가 종잇장처럼 구겨진 채 갈대숲 사이에 덩그러니 누워있다.총탄 자국이 셀 수 없이 많아 열차라기보다는 공룡의 등뼈처럼 버려진 고철덩어리다.서울~원산을 잇는 경원선의 간이역이었던 월정리역의 원래 위치는 이곳 DMZ 안이었다.현재 DMZ 바깥에 놓인 월정리 역사(驛舍)와 전쟁 중 폭격당한 객차 잔해 일부는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새로 옮겨 놓은 것이다. 궁예도성이 있었던 풍천원 벌판에는 ‘황금보’라 불리는 농업시설물이 있다.북한의 평강군 남면 나매리에 있는 봉래호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DMZ 안에 있는 이 보를 거쳐 중부지역 최대 곡창지대인 철원평야로 흘러든다.부족한 농업용수를 한 방울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영농철이 시작되는 봄과 가을이오면 어김없이 한국농어촌공사 직원들은 최북단 시설물인 황금보와 느르지보,11련방수문에 들어가 물줄기를 돌리는 작업을 실시한다.DMZ 수색대원과 경계병들은 이 둑 위를 걸어 다니며 수색작전과 직원들의 안전을 위한 경계 활동을 벌인다. 북관정(北寬亭)은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에 있었으며 고석정과 더불어 조선시대 철원을 대표하는 정자였다.일제강점기 때 소실됐으며 6·25전쟁을 거치면서 정자 터마저 사라졌다.최근 들어 복원을 주장했던 관계자들이 북관정의 옛터를 확인하면서 문화원 관계자와 지역유지들이 북관정 복원의 필요성에 공감했다.최근 정부의 향토역사와 전통문화 계승을 위한 문화사업 추진에 맞춰 지자체는 향토 문화 사업추진에 경쟁 하듯 문화콘텐츠 개발과 건설에 투자비용을 확대하는 추세에 있는 만큼 역사성과 주무부처인 문화재청에 대해 누각 복원사업의 타당성과 당위성을 주장해야 한다. 송강 정철은 금강산 여정 길에 철원도호부의 북관정을 노래했고 풍천원에서는 궁예 왕의 흥망성쇠를 고뇌했다.번성했던 역사와 통일을 여는 길목에 향토문화와 역사를 상징하는 누각 복원사업에 중지를 모아보자.이를 위해 역사와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시민의 결집된 저력이 필요한 시점이다.요구되는 사항인 문화성,역사성 그리고 철원군민 모두가 문화시민이라는 상징성도 갖추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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