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원과_나라를_사랑한_사람_잠들다.hwp
철원과 나라를 사랑한 사람 잠들다!
철원과 나라를 사랑한 사람 잠들다! 김재순 前 국회의장 국립 현충원에 영면 철원과 자유민주주의 발전에 헌신한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영면했다. 고 김재순 전 의장의 영결식은 5월 21일 국회장으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4당 대표, 박희태·강창희 전 의장 및 헌정회 회원 등이 참석했다. 고인은 지난 17일 오후 3시 42분 경기도 하남시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으며 국립 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1926년 평양에서 태어났으며 철원·화천 등을 지역구로 7선 의원(5·6·7·8·9·13·14대)을 지냈으며 대한예수교 장로회 영락교회 집사로 봉직했다. 고인은 민주당 선전부 차장 시절, 그 유명한 “못살겠다, 갈아보자” 라는 선거구호를 만들었으며, 민족중흥 대열에 동참하기 위해 선택한 공화당에서는 명대변인으로 활약 했다. 또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 2대 회장(1969~1973)으로 기술 한국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기여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공인회계사법을 발의·통과시켜 기존의 계리사라는 호칭을 폐지하고 회계사로 그 명칭을 바꾸도록 했다. 정치란 “상대방도 살고 나도 사는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던 고인은 13대 국회의장(1988~1990)을 하면서 북한선수단의 서울올림픽 참가 촉구 결의문을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했으며, 국회의 국정감사권 회복 및 지방자치제 실시 등에 기여했다. 김 전 의장은 “정치인의 일차적인 책무는 모든 문제를 상식과 순리에 따라 풀어 나감으로써 정국을 안정시키는 것”이며 “균등한 정치로 균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정계 은퇴 후에는 서울대학교 제15·16·17·18대 총동창회 회장(1994~2001)으로 동창회 홈페이지 개설과 장학사업 등 젊은 동문들을 위한 일에 노력했다. 정치인이기 이전에 문화인이요 지성인이라는 세평을 들은 고인은 1970년 교양지 샘터를 창간하는 등 출판 편집 분야에서 족적을 남겼으며, 1984년에는 샘터파랑새극장을 개관하여 문화사업에도 헌신했다. 샘터에 글을 써온 사람은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한경직 목사, 피천득 선생, 오천석 박사 등을 비롯해서 소설가 김승옥, 동화작가 정채봉, 시인 정호승 등 헤아릴 수 없다. 지난 5월 10일 철원군민들은 김 전 의장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며 ‘김재순 국회의장 공덕비’를 양지리 토교저수지 제당에 세웠다. 독서는 동서고금의 위대한 사람들과 벗할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라고 생각한 김 전 의장은 미수의 나이에도 하루 3시간씩 독서를 했으며 음악 감상을 좋아했다. 저서로는 <한 눈 뜨고 꿈꾸는 사람>, <새 지평선에 서서>, <김재순 회장 연설문집> 등이 있다. ▲유가족 대표 조사 할아버지, 오늘 저희는 할아버지께 작별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그분이 그토록 사랑한 삶 안에서 그는 홀어머니의 아들이었고, 평생을 함께한 반려자의 남편이었으며, 네 아들들에게는 때로는 호랑이 같은, 때로는 애틋한 사랑의 대상인 아버지셨습니다. 네 명의 며느리들을 친딸처럼 아끼신 시아버지셨고, 여덟 명의 손자 손녀들에게는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신 할아버지셨습니다. 저희 집안에서 저는 아주 특별한 벼슬 자리 하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맏손주. 어릴 적 저는 맏손주가 그저 제일 큰 빈대떡과 갈비를 먹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리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이제 와서 보니 맏손주는 할아버지께서 평생을 배우시고 믿어오신 가치를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하는 여러 손주들 중 맏이라는 의미 같습니다. 저에게는 두 아들이 있습니다. 저는 할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 그 많은 것들 중 세 가지를 아이들에게 전해줄 생각입니다. 첫째는 시간입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그 누구보다도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분이셨습니다. 저희들에게 항상 좋은 일을 할 시간도 부족한데 부질없는 일과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본인의 시간이 중요한 것처럼 남들의 시간도 소중히 여기셔서 약속에 늦으시는 것보다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는 것을 항상 택하셨습니다. 어제 가족들이 할아버지의 손목에 시계를 채워드렸습니다. 저는 할아버지께서 영원한 시간을 가지신 천국에서도 벌써 한순간 한순간을 소중히 하고 계시는 게 보입니다. 둘째는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할아버지께서는 한순간 한순간의 시간뿐이 아니라, 모든 것에 감사하셨습니다. 할아버지의 감사하는 마음은 그 깊이가 달랐습니다. 저는 저를 유치원에 내려주시던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저에게 해주신 말씀이 평생 가슴속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인송아, 너는 정말로 조그맣고 약한 나라에 태어났단다. 그래도 이왕 태어난 이 나라에 감사하고, 꼭 너가 이 나라를 위해서 할 일을 찾아서 보답하려고 노력해라.” 저는 할아버지께서 이곳에 계신 모든 분들께 지금도 감사하다고 외치고 계시는 게 들립니다. 마지막은 친구입니다. 할아버지는 그가 만난 모든 이들을 소중하게 여기셨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당신이 책을 읽고, 신문 기사를 스크랩하고, 노트에 기록하는 모습일 겁니다. 할아버지께서 책을 그토록 좋아하셨던 이유는 많은 친구들을 책을 통해서 만나실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 글을 그토록 즐겨 쓰셨던 이유는 글을 통해서 친구들과 특별한 대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나이가 들어 이제는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손자 손녀들에게도 할아버지는 가끔 샘터 뒷표지를 통해서 비밀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그들이 할아버지께는 누구보다도 소중한 친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가장 좋아하셨던 시 중 하나를 마지막으로 낭송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 시는 할아버지께서 매년 첫눈이 오면 제일 먼저 전화를 거셨던 친구 피천득 선생님의 <이 순간> 입니다. 할아버지의 가르침이 이 시를 통해서 제 마음을 울립니다. 이 순간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한 사실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