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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에서 건져올린 '경영의 길'
동양고전에서 건져올린 '경영의 길' [CEO&LIFE] 이병우 KT인포서비스 사장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 2009.12.01 08:51 114 전화번호 안내서비스를 담당하는 케이티스(ktis) 이병우 사장은 올들어 집에서나, 이동 중 차안에서나, 사무실에서나 틈날 때마다 대학, 중용, 명심보감 등 동양고전을 손에 잡는다. 이 사장은 KT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마케팅전문가로 마케팅부문장을 역임하는 등 전쟁터로 불리는 통신시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효율성과 스피드를 앞세우는 시장논리를 누구보다 철저하게 신봉했고, 실천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지난 3월 ktis의 사령탑에 취임한 이후 새삼스럽게 '인간'을 강조하는 동양고전 매력에 빠져들었다. ⓒ임성균 기자 tidrbs23@ "학생시절에 이미 읽어본 책들이지만, 나이들어 경영자로서 찬찬히 다시 읽는 고전의 맛은 그 때와는 전혀 다르더라구요. 구절구절마다 무릎을 칠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이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직원들의 연봉을 동종업계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 경영정상화 작업을 추진해야했다. '더 이상 자회사들이 옛 공기업시절처럼 모기업인 KT의 우산속에 안주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KT그룹의 자회사 경영정상화 노력에 따른 것이었다. 회사의 경쟁력 강화차원에서도 불가피한 일이었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월급봉투를 내밀며 "이런 월급으로 살 수 있냐"며 눈물로 항의했다. 특히 114번호안내와 콜센터업무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 특성상 전체 직원의 90%가 여성직원이어서 회사의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졌다. "저희 직원들이 하루 근무시간 8시간동안 114 번호안내는 1000통, 일반 콜센터업무는 100통 이상을 처리해야하는 고된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효율성을 앞세운 경제논리만으로는 직원들과 함께 갈 순 없겠구나. 일단 그들의 상처를 이해하고, 더 가까워져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우연히 서가에서 이 사장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맹자였다. 특히 여민동락(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함께하다)이라는 구절은 답답하던 가슴을 뚫어주며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 같았다고 이 사장은 밝혔다. 이 사장은 이후 감성경영을 캐치프레이즈로 직원들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두달간 주말을 포기하는 대신 전직원을 대상으로 1박2일짜리 ‘랄랄랄 감성캠프’를 열었다. 직접 1시간짜리 강연을 맡아 직원들과 웃고 울며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마음을 어루만졌다. 또 세자녀 이상을 둔 여성직원들을 따로 모아서 세자녀를 키운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육아고민도 함께 나눴다. 또한 대학에 나오는 '격물치지'라는 말은 현장경영의 중요성을 깨닫게 계기가 됐다. 이 시장은 형식적인 사내행사를 모두 생략하고, 사무실에 앉아있기 보다는 서울, 경기, 강원 등 지역본부와 고객만족(CS)센터를 누비고 다녔다. 특히 직원들과 수시로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로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 사장의 이같은 노력 덕분인지 ktis는 이 사장 취임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11월초에는 KT 콜센터업무를 맡고 있던 관계사 3곳을 합병, 덩치를 키웠고, KT 관계사에서 자회사로 새롭게 편입됐다. 그새 직원수는 7000명으로 2배나 늘었다. 올해 매출도 지난해의 2배에 이르는 2560억원은 너끈히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장은 "내년에는 종합병원 콜센터 등 경쟁력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외부 콜센터사업을 확대하고, KT 고객센터로 걸려오는 전화를 응대하면서 상품안내를 통해 가입자를 유치하는 등 콜센터를 하나의 마케팅채널로서 자리매김시켜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내년에는 매출 3300억원을 달성, 콜센터 업계에서 당당히 1위 업체로서의 위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성균 기자 tidrbs23@ 요새 직원들로부터 부쩍 문자와 e메일을 많이 받는다며 싱글벙글하는 이 사장. "직원들의 문자와 e메일이 오면 열일 제쳐놓고 답장부터 합니다. 월급은 좀 줄어도 정을 나누고 웃음이 넘치는 행복한 일터는 만들 수 있다. 그러면 회사도 발전하고, 월급도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이 조금씩 직원들 가슴에도 다가가는 것 같아요."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 사장은 더욱 자주 고전을 접하면서 의사결정에서, 배려의 리더십 등 생생한 경영지침들을 고전에서 건져내고 있다. 이를 위해 집과 사무실에서 맹자, 논어, 중용, 도덕경 등 동양고전의 책장을 꾸준히 넘기는 한편, 경제단체 등에서 주관하는 독서아카데미도 발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이전의 경영방식이 CEO의 카리스마를 기반으로 명령에 의해 조직을 압도하며 이끄는 방식이라면 21세기의 새로운 경영방식은 감성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중심의 리더십과 소통으로 회사를 이끌어 나간다고 합니다. 그 길이 바로 동양고전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사장은 "직원들에게 오빠같이 편안한 CEO가 되겠다는 생각을 실천하는 길은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독파했던 무수한 경영학 서적이 아니라 오히려 오래된 고전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동양고전에 대한 사랑은 갈수록 더욱 깊어질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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