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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텔리코 댐 건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홍종호 교수의 그린 이코노미 9] 그곳에만 사는 물고기 멸종 막으려고 환경론자·개발론자 12년간 법정 투쟁 댐 완공해 놓고 보니 '경제성 없는 사업' 미국 남부 테네시 강 유역에 자리 잡고 있는 텔리코(Tellico) 댐. 이 댐은 미국 역사에서 경제 개발과 환경 보전의 딜레마를 확인할 수 있는 상징적인 존재다. 이 댐은 용수와 전력 공급, 수자원 관리를 목적으로 한 다목적 댐으로서 1967년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 지어지게 된다. 그런데, 댐 건설이 한창이던 1973년 여름 테네시 대학에 재직 중이던 어류(魚類)학자 에트니어(Etnier) 교수는 이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새로운 어종(魚種)인 '스네일 다터(snail darter)'를 발견하게 된다. 길이 8cm 정도 물고기였는데, 이 작은 물고기가 그 뒤 개발론자와 보전론자 간의 기나긴 싸움을 불러올 것을 예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에트니어 교수는 댐이 완공되면 수중 생태계의 변화로 스네일 다터가 멸종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여론이 비등하기 시작했다. 마침 같은 해 미 의회는 '멸종 위기에 처한 종(種) 보호법(Endangered Species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근거해 당시 미 내무부 장관은 1975년 스네일 다터를 멸종 위기 종으로 지정하였다. 문제는 댐 공사가 이미 75%나 진척됐다는 사실이다. 개발론자들은 공사가 상당히 진행된 사업은 종 보호법을 적용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의회도 댐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계속 승인하고 있었다. 이에 보전론자들은 텔리코 댐 개발주체인 '테네시강 유역 공사(TVA)'를 상대로 댐 건설을 중단시키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항소와 상고를 거쳐 결국 연방대법원까지 가게 된다. 1978년 연방대법은 6 대 3으로 보전론자의 손을 들어 주었다. 판결문에는 '어떤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종의 멸종은 막아야 한다'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1억 달러를 투입해 95%나 공사가 진척된 댐 건설 사업이 일시에 중단되는 듯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개발론자들은 분노했다. 결국 1979년 미 의회를 통해 에너지 및 용수공급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텔리코 댐을 종 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 예외사업으로 한다'는 수정조항을 포함시켰다. 마침내 1979년 11월 텔리코 댐이 완공됐고, 상류는 수몰되었다. 이 모든 논란을 불러온 스네일 다터는 어떻게 되었을까? 당시 스네일 다터를 근처의 강으로 집단 이주시키는 프로젝트가 진행돼 성공했다. 수몰 이후에도 멸종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더욱 아이러니컬한 것은 후에 텔리코 댐 자체가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사업이라는 사후 평가가 내려졌다는 점이다. 애초에 경제성 평가가 올바로 이루어졌다면 12년에 걸친 공사와 법정 소송, 공사 중단과 재개와 같은 혼란과 갈등은 피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첫째,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에 대한 존중이다. 미국은 이미 30년 전에 물고기 한 마리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다목적 댐과 효용가치가 불확실한 물고기를 단순 비교한다면 전자의 손을 들어 주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미국의 법 체계는 인간의 개발 행위로 인해 지구상에서 사라질지 모를 한 어종을 보호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특정 생물 종 고유의 '존재가치(existence value)'를 인정한 것이다. 나아가 스네일 다터가 인간의 복리 후생에 기여할 미래의 불확실한 가치를 갖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준옵션가치(quasi-option value)'라고 한다. 둘째, 개발과 보전이 충돌할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 연방대법원은 특정 생물 종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어떠한 대가도 치를 수 있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는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더 이상의 논의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런 논리라면 댐의 경제적 가치가 아무리 커도 무한대의 값을 갖는 생물 종을 이길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따라서 생태계가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환경적 가치에 대한 보다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토론과 설득이 가능하고,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 셋째, 개발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투명하고 철저한 사전 평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개발론자들은 대체로 자신이 구상한 사업이 하루 속히 첫 삽을 뜰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텔리코 댐 계획의 엄청난 시행착오를 상기해야 한다. 해당 사업은 물론, 여러 대안을 놓고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타당성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 사전 평가를 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은 어리석은 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국가적 손실에 비할 바 아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개발 사업이 이루어져 왔으며, 적지 않은 사업이 실패작으로 판명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 논리에 매몰되어 수요 예측과 경제성 분석을 무시하고 왜곡한 탓이다. 요즈음 한반도 대운하 사업으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텔리코 댐은 물고기 하나가 문제였지만, 운하 사업은 한강과 낙동강에 서식하고 있는 모든 수중 생물에 관한 문제요, 반만 년에 걸쳐 이루어 온 문화와 역사의 문제다. 더욱 신중하게 검토해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홍종호 한양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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