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책임성(Accountability)과 감사원의 역할

문호승

I. 문제의 제기: 감사원의 정체성(Identity)
   헌법 및 감사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감사원의 주요기능은 국가 세입·세출의  [결산검사], [회계검사], 그리고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감찰]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감사원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변화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감사원 정체성의 위기(identity crisis)] 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대통령선거를 전후하여 주기적으로 감사원 소속에 대한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각 대통령후보나 정당은 감사원의 독립성 등을 문제로 거론하면서 감사원의 역할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 없이 감사원의 소속을 국회로 이관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감사원이 수행해오던 여러 기능과 깊은 관련이 있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부패방지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조직의 신설에 따른 조사권의 분산·중복, 복식부기제도의 도입에 따른 결산검사 기능의 변화 등은 감사원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또한 국민감사청구제도의 신설, 국회가 감사원에 대해 감사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의 상정은 감사의 고객이 누구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국회 예산결산심사과정에서 국회 예산정책국에서 매년 공표하는 세입세출 결산분석보고서, 결산검토보고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들이 펴내는 결산개요 및 결산심사보고서가 자주 원용되고 있는 현실은 감사원의 결산검사기능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이러한 현상은 공공부문 내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몇 년 전 정부조직개편을 위한 조직진단을 민간 컨설팅 회사에 의뢰하여 실시토록 한 것은 성과감사기능의 일부를 민간위탁한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1998년 경실련 예산감시위원회 발족으로 시작된 예산감시운동의 일환으로 여러 시민단체에서 추진중인 예산편성과정 참여, 사업별·지역별 예산분석 보고서, 예산감시백서의 발간 등은 감사의 기본적 기능과 그 취지를 같이 하고 있다. 전국 67개 시민단체가 입법청원한 납세자소송법(안)도 감사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II. 감사란 무엇인가
  앞서 제기한 [정체성 위기]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초작업으로서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감사의 본질]에 대해 살펴보는 일이다. 감사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크게 대리인이론과 시스템이론의 두 가지 시각으로 접근해볼 수 있다. 대리인이론에서는 감사의 일차적 의미를 [공공책임성(accountability) 제고수단]으로 보고 있는데 비해 시스템이론에서는 [성과(performance) 제고수단]으로 보고 있다. 우선 두 이론의 기본적 내용에 대하여 차례로 살펴본 뒤 각각의 이론은 첫째, 감사결과를 누구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둘째, 무엇을 감사하는지, 셋째, 감사는 언제 실시하는 것인지 등의 측면에서 비교하면서 살펴보겠다.

1.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
  대리인 이론은 책임성 이론(accountability theory)으로 불리우기도 하는데 감사의 의미를 기본적으로 [주인(principal)-대리인(agent)간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을 최소화하기 위한 독립적 제3자의 비판적 검증·보고활동]이라고 보고 있다. (조익순, 1996; 박재완, 1997; Normanton, 1966; Antle, 1982; Mascarenhas and Turley, 1990) 여기서 책임성이란 "공적자원 (public resources)을 사용하도록 위임받은 개인이나 기관이 공적자원을 위임한 자에게 집행내역과 결과에 대하여 설명하고 보고해야하는 책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INTOSAI, 1995)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책임]의 개념이 위임받은 일을 위임한 자의 의도대로 잘 집행해야 하는 관리책임(responsibility)을 뜻한다면, 여기서의 [공공책임성(accountability)]의 개념은 앞에서 설명한 관리책임은 물론 집행과정과 결과(성과)에 대하여 보고하고 설명해야 하는 의무까지를 포함한다는 측면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 이론을 공공부문에 적용해본다면 주인인 국민은 대리인인 행정부의 도덕적 해이 (moral hazard)로 인해 국민이 바라는 대로 세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용내역과 그 결과에 대하여 허위·부실 보고를 할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이를 통제·감독하기 위해 독립적인 감사기능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 현상은 국민이 세금사용과 관련한 정보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 (remoteness)에 발생한다.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거리   
[그림 1] 대리인 이론의 기본개념도

주인(principal)

대리인 I (agent I)                독립적 제3자 (agent II)

측면 외에도, 정부가 각종 법적·제도적 장치를 이용하여 세금 집행내역 및 그 성과에 대한 정보를 차단·왜곡하려는 경향이 있는 경우 독립적인 감사기능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지게 된다. 왜냐하면, 공적자원 집행을 위임받은 정부는 국민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세금집행 내역과 그 결과의 적정 여부 등을 판단하기에 훨씬 많은 정보를 갖게 되는「정보 불균형현상 (information asymmetry)」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러한 현상(agency cost)을 줄이기 위하여 별도의 추가비용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감사기능을 필요로 하게 된다.
  사회가 오늘날처럼 복잡하지 않았을 때에는 세금을 납부한 국민이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의 의미를 직접 해석하여 잘잘못을 판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정부가 수행하고 있는 각종 업무가 전문화함에 따라 비전문가로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감사인을 더욱 필요로 하는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개념의 공공책임성이 충분히 보장되고 구현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첫째, 공적자원 집행을 위임하는 과정에서 주인(principal)과 대리인(agent) 사이에 공적자원 집행의 목적, 집행 및 보고방법에 대한 사전 합의가 있어야 한다.
  둘째, 대리인은 공적자원을 위임한 자가 집행내역과 그 결과를 정확히 이해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주인은 대리인이 제공한 정보를 기초로 판단한 결과 당초 합의한 바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제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2. 시스템 이론(system theory)
[그림2] 투입·산출·환류 과정

  투입-산출 이론(input-output theory)이라고도 불리우는 시스템이론에서는 감사를 성과관리의 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성과관리란 '정부기관이 달성한 행정성과에 초점을 두고 수행하는 관리수단의 하나로 행정성과의 바람직한 달성을 지원 또는 지도하기 위하여 행정의 기획, 생산, 전달과정과 그 결과를 평가, 환류, 지원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그 기능의 흐름을 살펴보면 [그림2]에서와 같이 투입-활동-산출-환류 또는 기획(planning), 집행(do; implementation), 평가(see; evaluation) 기능이 순환적으로 수행된다. 이 과정에서 감사의 기능은 평가·환류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본다. 여기서 평가기능이란 정부업무나 사업의 집행과정을 통하여 얻어진 효과를 원래 기대했던 효과와 대비하고, 업무수행의 능률성 및 업무수행과정을 검토하여 사회경제적 문제해결로 환류시키는 것이다. 시스템이론의 시각에서는 이와 같이 감사를 관리(governance) 개선을 위해 감사대상을 평가하여 환류시키는 것으로 본다.(노화준, 1985; 정정길, 1986; 장해익, 1992; 안문석, 1996; 윤영일, 1999; 류춘호, 2000; Pollitt and Summa, 1995)

3. 두 이론의 관계
  앞에서 살펴본 두 이론의 어느 하나만으로는 현대 공공감사의 다양한 측면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대리인이론은 특히 전통적인 재무감사와 외부감사의 본질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시스템이론은 성과감사와 내부감사의 의미를 설명하는데 적합한 이론이다. 이 두 가지 감사이론은 현대의 공공감사를 설명하는데 있어 모두 유용하며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그 차이점과 특징을 비교해볼 수 있다.

가. 누구에게 보고할 것인가
  대리인이론은 감사의 고객을 수요자인 주인(principal)으로 이해하고 주인에게 감사결과를 보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면에서 그 장점을 찾을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재무감사(financial audit)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감사의 목적이 감사를 통한 책임성과 투명성(transparency) 제고에 있다고 해석하고 있으므로 감사결과   [보고]에 관련된 제반 이슈를 설명하는데 유용하다. 즉 대리인이 작성한 보고서의 질 - 정보(financial statements)의 진실성과 공정성(truth and fairness) - 에 대한 확인·보고를 통해 대리인이 작성한 보고서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감사의 주된 목적중 하나이다. 즉 외부책임(external accountability)의 실현에 중점을 두고 있는 외부감사의 본질을 잘 설명하고 있다. 한편, 시스템 이론에서 감사대상이 되는 업무시스템 내에서의 순환·환류 등 감사결과의 [활용]을 중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내부 활용]의 측면이 강하다. 즉 시스템 이론의 시각으로 감사를 접근하는 경우 궁극적 수요자인 국민(또는 그 대표인 국회)에게 [보고]하는 외부책임성(external accountability)보다는 내부의 최고 관리자에게 감사결과를 [제공]하는 내부책임성(internal accountability) 또는 관리책임(responsibility) 확보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내부감사의 본질을 잘 설명하고 있다.

  대리인이론은 앞에서 본 [그림1]에서와 같이 삼각형의 세 변 중에서 주인과 대리인, 주인과 감사인 간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대리인과 감사인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설명이 거의 없다. 감사인과 대리인이 언제나 대립적 관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감사대상기관의 장도 감사받는 것이 자신과 기관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외부감사기관이 감사해주기를 자진하여 요청할 유인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다. 시스템이론에 입각하면 감사결과 발견한 문제점과 개선대안이 내부의 최고 관리층의 이익을 해칠 수 있는 경우 감사결과 생산해낸 정보의 '대외' 환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왜곡·사장될 가능성이 있다. 외부에 알리는 것보다는 성과를 향상시키는 것을 감사의 주요 목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 공개할 경우 국민의 대정부 신뢰도가 떨어지거나 혼란이 야기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소극적 공개방침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정보공개법에 의한 정보공개제도, 부패방지법이나 지방자치법에 의한 감사청구제도가 도입된 배경의 하나도 국민의 입장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우려한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다.

나. 무엇을 감사할 것인가
  대리인이론에 입각한 감사는 결산보고서 등 피감사인이 작성한 보고서에 담긴 정보를 [확인한 결과]를 보고하는 것이 주임무인데 비해, 시스템이론에 입각한 감사는 피감사인이 제공해주는 정보의 확인에 그치지 않고 동 정보를 [평가한 결과]를 보고한다. 즉 시스템 이론에 입각한 감사는 감사대상업무의 문제점과 개선대안을 찾아서 제시하는 등 정보를 새로이 생산하여 제공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리인이론에 충실하게 실시되는 재무감사는 생산해내는 정보의 양과 질에 한계가 있어서 감사보고서 이용자의 점점 높아지는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성과감사가 출현하게 된 것이다. 한편 이론적으로 볼 때 시스템 이론에 입각한 감사의 경우 대상기관의 고위관리자의 업무를 감사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하위직원의 업무를 감사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Mascarenhas and Turley 1990)
  대리인이론은 회계책임(financial accountability)와 법규와 절차의 준수에 대한 책임(compliance accountability)을 강조하는데 비해 시스템 이론에서는 관리책임(management accountability)과 성과책임 (performance accountability)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성과감사는 합법성에 기초한 재무감사와 달리 본질적으로 감사결과에 대해 다양한 시각 및 이에 따른 주관적 평가의 가능성도 높아지게 되어 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다. 감사를 언제 실시할 것인가
  대리인이론에서는 감사의 [확인·입증] (attest) 기능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감사를 사후에 실시하는 것으로 보고 있어서 사전감사의 필요성을 이해하는데 충분한 근거를 제공하지 못하고 그에 따라 시간적인 측면에서 감사의 범위를 확장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반면 시스템이론에서는 감사의 [환류] (feedback) 기능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감사를 반드시 업무집행 종료 후에 실시해야 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사전에 감사를 실시할 경우 환류 효과가 더욱 클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사업시행 초기단계나 시행과정에서 감사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준다. 이와 같이 시스템 이론은 사전감사의 근거를 설명할 수 있으며 문제점 시정을 위한 환류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예방감사 기능을 잘 설명할 수 있다. 사전감사는 감사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의견도 있으나 서울선언(INTOSAI, 2001)에서 보는 바와 같이 INTOSAI 에서는 사전감사의 실시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INTOSAI, 2001)

  이상의 두 가지 이론은 외견상 달라 보이는 면이 많이 있지만 서로 대립되는 관계에 있지 않으며, 감사 현장에서는 하나의 감사에 대하여 서로 다른 측면을 강조하는 입장에 있을 뿐이다. 대리인이론은 외부보고를 강조하지만 성과제고 측면이 부족하고 시스템이론은 성과제고를 강조하지만 내부보고에 머물기 쉬운 문제점을 안고 있다. 즉 현대감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시각을 모두 가지고 감사에 임하여 감사결과를 외부의 감사보고서 이용자에게 충실히 보고하고, 업무성과 개선에 환류되도록 해야 한다. 최근 들어 재무감사와 성과감사는 각각 근거하고 있는 이론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발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재무감사는 재무제표에 대한 의견 외에도 감사대상기관의 비재무적 활동에 대한 평가를 포함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즉 대리인 이론에서는 공공책임성(accountability)을 넓게 해석하여 공공기관 결산검사보고서에 비재무적 상태와 성과(non-financial position and performance)에 대한 확인까지 포함하여 보고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시스템이론에서는 성과에 대한 평가를 기관 내부의 환류에 그치지 않고 외부에 공표하는 등 대외적 환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많은 학자나 실무자들은 시스템이론에 입각하여 공공감사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어서 감사의 본질과 기능을 외부보고의 개념 없이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에게의 보고를 중시하는 대리인이론을 공공감사의 기초이론으로 원용하기 시작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그 이유는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 하에 설치되어 있는 데다가 외부감사적 기능인 결산검사와 회계검사 보다는 내부감사적 속성을 갖는 직무감찰 기능으로 중점이 옮겨졌기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 국회의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상태에서 독립성을 강조하여 해석한 나머지, 감사 대상기관인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성뿐 아니라 입법·행정·사법 3부로부터 모두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영향을 미쳐서 국회에의 보고가 소극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것으로 생각된다.

III. 감사의 역사, 감사원의 역사
  [정체성 위기]라는 문제를 해결하고 감사원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한 또 하나의 기초작업은 공공감사 기능의 변천과정과 우리나라 감사원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살펴보는 일이다.

1. 공공감사 기능의 역사적 변천
  감사제도는 국가의 재정과 조직을 유지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서, 고대국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 규모와 형태 그리고 성격이 다를 뿐 계속 변화·발전하며 존재해 왔다. 설령 감사를 담당하는 조직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그 기능은 유지되어 왔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장에서는 감사제도의 역사적 생성배경과 발전과정을 이해함으로써 다음 장에서 논의할 감사원 역할의 현주소 논의를 위한 기초를 제공하고자 한다.

  공공감사제도의 역사적 발전유형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들 중 많은 연구자는 전통적 감사와 현대적 감사의 2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김명수·박준, 1995; 이경섭, 1997) 그러나 감사고객, 책임의 종류, 감사기준, 전문성, 독립성 등 감사의 주요 구성요소를 기준으로 볼 때 2단계로 나누는 것은 공공감사의 변천과정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공공감사의 발전을 다음과 같이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첫째, 고대로부터 국민주권 개념이 충분히 형성되기 직전까지 존재했던 감사의 형태로서 절대군주에 대한 내부 책임성 확보의 역할을 담당하던 시대였다.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의 유래는 멀리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나 중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감사의 기원이 멀리 기원전 5000년경 동아시아에서 회계시스템의 일부로 존재하였고, 기원전 2000년경 페르시아에서 지방의 회계감사가 시작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등에서 회계담당자에게 그 취급과정과 결과를 보고하게 하여 그 내용을 검사하는 방법으로서 회계감독제도가 이미 제도화되어 있었다고 한다.(박종구, 2001b) Filios(1984)에 의하면 고대 이집트 시대 감사인의 역할은 밀의 수출량, 밀의 수확량과 조세총액을 정확히 검증하는 것이었다고 하며 기원전 300년경 아테네에서도 국가재정이나 국가자산에 대한 회계와 재무를 맡아 공공자산을 관리하도록 한 기록이 있다고 한다.
  이 시대의 감사기능은 절대군주와 같은 통치자의 명령에 따라 봉사하고 보고하는 것을 중요시하였으며, 따라서 감사란 내부책임성(internal accountability)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왕실 내부절차에 머물렀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봉건시대에는 왕권의 확립을 위하여 직접 감사를 지시·요구하였으며 당연히 감사는 왕실재산을 지켜내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감사원이 절대군주 또는 재정관련 장관에 소속되어 그들에게 감사결과를 보고하고 봉사하는 등 내부적인 통제수단의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서양의 경우 프랑스 대혁명 이전까지 이러한 특성을 띠고 있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삼국시대인 신라의 사정부, 고려시대의 어사대, 조선시대의 사헌부 등이 이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둘째,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이후, 국민주권 개념이 정착되는 시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감사로서 이 때부터 비로소 절대군주 아닌 국민에게 보고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공공책임성 (public accountability)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절대군주에게 하던 회계감사 결과보고는 국민의 대표인 의회에 하는 것으로 발전하게 된다. 영국 감사원은 감사법 (Exchequer and Audit Department Act)이 만들어진 1866년부터, 미국 감사원은 현 감사원 (General Accounting Office)이 만들어진 1921년부터 이 단계가 시작되었다고 분류할 수 있다. (NAO, 2002)

  셋째,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국민들은 정부가 전문 회계용어를 사용하여 세금집행내역을 보고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과연 그들이 납부한 세금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를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특히, 경기불황에 따른 세수 감소, 조세저항, 재정운영 잘못 등으로 정부재정의 건전성이 악화되자 국민들은 정부 재정의 효율적  운영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여태까지 당연시해오던 정부의 권위와 효율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합법성을 기준으로 한 재무감사 외에 소위 3Es (economy, efficiency, effectiveness)를 기준으로 하는 성과감사를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 감사의 중점은 자연스럽게 재무감사(financial audit)로부터 성과감사(performance audit)로 이동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상의 감사기능 변천과정을 주요 측면에서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표 1] 감사기능의 역사적 변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반적으로 볼 때 전문성의 측면에서는 감사대상업무의 전문화에 따라 감사인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은 그 정도가 점차 강해지고 있으며 회계학 지식 외에도 정책분석, 경영학, 통계학, 관리과학 분야의 전문성을 갖출 것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독립성의 측면에서는 국민주권의 신장 및 의회민주주의의 발달로 감사의 독립성이 점점 강하게 요구되었고 이에 충실하기 위해 감사담당기관의 소속과 지위도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변하게 되었으나 최근 성과감사의 발전에 따라 사전감사 및 컨설팅기능이 강조되자 전통적 독립성의 의미를 새로이 해석해야 하는 필요성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역사적 전통 및 현재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감사원의 지위 및 부여받은 이질적 기능 등의 영향으로 인해 앞에서 본 세 단계적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권위주의적 색채가 강했던 시절에는 정부행정의 효율성에 대해 의문을 별로 가지지 않았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았으나 정치적 민주화 과정에서 정부행정의 효율성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점차 높아졌고 이에 따라 세 번째 단계의 특성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2. 감사원의 역사
  지난 50여년간 감사원에 일어난 변화는 조직, 기능, 인사, 독립성, 전문성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으나 여기서는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되는 '심계원과 감찰위원회의 통합'과 감사를 보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살펴보겠다.

가. 심계원과 감찰위원회의 통합
  현행 헌법이 감사원에 부여하고 있는 3가지 기능은 세입세출의 결산검사,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이다. 감사원은 정부기관의 회계검사업무를 담당하기 위하여 당초에 심계원으로 설립되었으며 동시에 감찰위원회가 공무원들에 의해 수행되는 행정업무를 감독하기 위하여 별도로 설립되었다. 지난 50여년 동안 국가 감사체계와 그 조직 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1962. 12. 26. 제3공화국 헌법에서 종전의 심계원과 감찰위원회를 통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통합과정에서 감사원의 현재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났는 바, 직무감찰 개념의 변화가 그것이다.
  감찰위원회법에 규정된 직무감찰의 개념은 "공무원에 대한 [직무상 비위]를 감찰하는 것"이었으나 두 기관 통합당시 제정된 감사원법에서는 "행정운영의 개선향상을 기하기 위하여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직무감찰 개념의 범위가  [공무원의 비위감찰] 뿐 아니라 [행정사무에 대한 감찰] 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이로써 전통적 의미의 회계검사 개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던 "비재무적 활동의 합법성·경제성·능률성·효과성을 검토"한다는 감사의 현대적 개념을 설명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게 되었다.

  그 후 1997년에 감사원규칙으로 정한 직무감찰규칙에서는 직무감찰의 정의를 "행정기관 등의 사무와 공무원 등의 직무 및 이와 관련된 행위에 대하여 조사·평가 등의 방법으로 법령상, 제도상 또는 행정상의 모순이나 문제점을 적출하여 이를 시정, 개선하기 위한 [행정사무감찰]과 공무원 등의 위법·부당 행위를 적발하여 이를 바로잡기 위한 [대인감찰]을 말한다." 고 규정함으로써 감찰위원회에 부여된 직무감찰 기능보다 확대되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나. 지원기능 강화로의 패러다임 전환
  감사원 내·외부에서 발표된 많은 연구논문에서는 감사의 개념을 합법성 위주의 전통적 감사와 능률성·효과성을 강조하는 현대적 감사로 구분하면서 감사원이 적극적·지원적·유도적 역할을 강화해야 하며 과거 지향적인 비리 적발 위주의 감사에서 벗어나 컨설팅 위주의 대안 제시 감사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 감사기능에 대하여 전통적인 [견제·감시자로서의 소극적 역할]에 추가하여 국가자원의 배분과 국정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한 [조언·지원자로서의 적극적 역할]수행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여 감사원에서는 1995년 감사원법을 개정하면서 "관계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자율적으로 처리하게 할 필요가 인정되는 때 또는 행정운영 등의 경제성·효율성 및 공정성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소속장관·감독기관의 장 또는 당해 기관의 장에게 그 개선등에 관한 사항을 권고 또는 통보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신설함으로써 [조언·지원자로서의 적극적 역할] 수행의 방향을 명확히 하였다.

3. 현행 감사원 역할의 문제점
  50여년의 역사를 가지는 감사원은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환경변화에 현명하게 대응함으로써 감사인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결과 국민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인다. 즉 감사기능을 소극적 통제기능으로 이해하던 것을 적극적 지원기능으로 이해하고 이를 감사업무에 반영하려는 방향의 변화를 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전환은 감사의 [내용]의 측면에서는 발전적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감사보고서 [활용]방법의 측면에서는 이에 걸맞는 변화가 부족했다. 즉, 궁극적 고객인 국민과의 관계를 충분히 인식하지 않은 채 피감기관의 장 등에게 감사결과 처분요구하는 한계를 넘지 못함으로써 중대한 결함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견제·감시자로서의 소극적 역할]에 중점을 두던 전통적 개념의 감사에서 [조언·지원자로서의 적극적 역할]에 중점을 두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임에 틀림없지만,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 전통적 회계검사와 결산검사의 경시
  결산검사와 회계검사는 감사원의 가장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기능이다. 감사원법 제21조에 따르면 감사원은 회계검사의 결과에 의하여 결산확인을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회계검사를 소홀히 하게되면 부실한 결산검사를 초래하게 된다.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의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출의 합법성을 주로 검토하던 전통적 회계검사의 개념이 지출의 효율성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직무감찰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회계검사의 영역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앞에서 법에 규정된 기능을 검토한 바와 같이 심계원과 감찰위원회가 감사원으로 통합되면서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그 후 전통적 회계검사에 대한 관심이 상황에 따라 가끔씩 간헐적으로 높아졌던 경우도 있었으나 감사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행정사무감찰 또는 성과감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경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며 전통적 회계검사 기능과 결산검사 기능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나. 공공책임성(accountability) 보장역할 미흡
  적극적 지원기능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노력은 우리나라 감사발전을 위해 긍정적 측면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고를 기본요소로 하는 결산검사의 경시현상은 성과감사결과 보고체계에 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리인 이론은 감사의 본질을 주인(principal)-대리인(agent)간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을 최소화하기 위한 독립적 제3자의 비판적 검증 및 [보고] 활동이라고 보고 있다. 적극적 지원기능으로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감사의 본질 중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보고]의 개념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원기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성과감사를 강화했으나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주어진 역할을 다한다고 볼 수 없다.

  감사라는 수단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는 확대된 공공책임성(accountability)을 확보·증진하려는 것임에도 단순히 조언·지원기능만을 강조하는 것은 관리책임(responsibility)과 감사결과를 주인인 국민에 보고해야 하는 책임까지 포함한 의미의 공공책임성(accountability)을 혼동한 결과로 보인다. 감사행위의 산출물인 감사보고서 이용자를 감사고객이라고 할 때 감사결과를 고객인 국민에게 모두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감사결과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게 되면 국민의 알 권리도 충족하는 효과와 아울러 예방감사효과도 거양할 수 있다. (장해익, 1992)

  감사결과를 대상기관이나 대상업무의 개선을 위해 환류시키는 것으로 감사의 임무를 다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외부에 있는 고객에게 감사결과를 적극적으로 그리고 충실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감사원 감사의 본질을 [내부통제]의 일환인 [내부감사]로 이해(백상기·김정욱, 1992, 조익순, 1996; 이원희, 2002; 윤영진, 2002)하도록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한 감사결과의 공개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지원하고 도와주는 감사]로의 방향전환 시도를 피감기관과 결탁·공모하여 무언가 '중요한 정보를 은폐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불필요하게 오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결과 불충분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열심히 감사를 수행하는 감사원의 독립성에 대한 의심을 낳고 있을 뿐 아니라 감사과정에 참여한 많은 사람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의회, 시민사회 등 외부통제 기능이 발달하였지만, 정부주도형 경제개발을 추진한 우리 나라의 경우 행정부에 비해 의회의 기능이 축소되어 있다. 더군다나 시민혁명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민참여도 부족하다. 더군다나 외부에 있는 주체는 무엇보다 정보가 부족하다. 그래서 '내부통제'에 기대를 할 수밖에 없으며, 특히 '감사원 감사'에 대해 기대를 하였다. 그러나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고는 하지만,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따라서 독립적인 기능 수행이 어렵고 정치적 영향을 받는다는 한계가 있다."(이원희, 2002)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기구여서 행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나마 감사원에 소속된 인력의 숫자와 전문성도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외부로부터의 감시·통제장치가 갖는 의미와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하승수, 2002)

다. 비위감찰 수단 및 성과 미흡
  이와같이 [행정사무에 대한 감사를 강화] 하는 방향의 변화과정에서 행정운영의 개선과 향상 등 성과확보 측면에만 치우쳐 행정사무에 대한 감찰활동은 활발한 반면 직무감찰 기능 중 또 다른 주요한 분야인 공직자의 비위 감찰기능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거나 활동상의 한계를 절감한 나머지 적극적인 활동을 포기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윤덕중, 1996)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헌법기관으로서의 감사원을 우리나라 반부패 전담기구로 환골탈태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황성돈, 1999)
  비리감찰 기능이 미흡한 이유로는 소극적 통제기능과 적극적 지원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감사원이 사용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지원기능을 강화하려는 쪽으로의 방향전환은 통제기능 수행에 투입되는 감사자원의 규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 목적과 접근방법, 감사수단이 서로 많이 다른 [행정사무 감찰활동]과  [공무원 비위 감찰활동]을 구분하지 아니하고 직무감찰이라는 포괄적인 기능으로 규정한 결과, 그 목적, 수단 및 접근방법 등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채 직무감찰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데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현행 헌법 및 감사원법상 부여된 직무비위에 대한 감찰기능이 싱가포르나 홍콩의 부정방지기구에서 수행하는 공무원의 직무상 비위색출 및 처벌기능과 같은 수준의 활동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감사원에 부여된 직무감찰기능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체제 및 수단을 갖출 수 있도록 보완되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조치에 소극적일 경우 모든 공직자의 직무상 비위행위를 감찰할 수 있는 직무감찰 기능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게 되어,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의 직무감찰활동은 사실상 기대할 수 없다는 현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윤덕중, 1996)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감사원이 수행하는 공무원 비리감찰 기능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 해결책의 하나로서 부패방지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최근에는 국민들 사이에서 부패방지위원회에 조사권 부여 등 그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4. 감사원 역할의 문제점에 대한 국민의 반응
  국가 감사기능을 운용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예산이 소요된다. 근래 들어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이 정당화될 수 있겠는가 하는 비판이 영미계 국가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박준, 1998) 주인인 납세자 또는 국민(principal)은 자신이 낸 세금이 잘 쓰이기를 바라면서 추가비용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감사원·국회 등을 고용한 것이다. 그러나 대리인인 정부측의 행위가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하게 되면 주인인 국민들은 다른 대안을 찾으려 할 것이다. 하승수(2002)는 한국의 납세자가 "세금을 내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여지는지 모르고, 낭비를 찾아내도 어떻게 할 수 없으며, 무책임한 관료에게 대응할 수단을 갖지 못한 무력한 납세자" 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 대리인(agent) 추가·변경 시도
  이미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근 10년간 국가 감사기능과 관련하여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국민들이 대리인을 추가하거나 변경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해야 한다는 논의나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제화 움직임은 감사원의 감사계획·실시·보고 단계에서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으며 감사결과 보고내용의 양과 질에 불만이 있다는 표시이다. 고충처리위원회, 부패방지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의 설치는 감사원의 민원처리기능, 고위공직자의 비리감찰 기능, 인권관련 진정 처리기능 수행에 있어 국민을 만족시키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복식부기·발생주의를 정부회계 전반에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국민에게 제공되는 정부의 재정정보가 양적·질적으로 극히 미흡했다는 증거이다. 국회 예산정책국과 예산결산위원회 전문위원들이 많은 인력과 예산을 들여 '결산분석보고서', '결산검토보고서' 및 '결산심사보고서'를 작성하여 공표하는 것은 감사원의 '결산검사' 기능에 부족함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 주인인 국민이 직접 감시활동에 참여
  국민들은 정부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게 되면 앞에서 살펴본 바처럼 우선 감시와 감독을 위한 대리인을 교체하거나 추가로 선정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새로이 임명해도 [정보의 비대칭성]이 시정되지 않을 때 국민들은 다음과 같이 직접 감시인으로 나서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00년에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9.8%가 정부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더욱이 예산낭비를 감사해야 할 국회, 지방의회, 심지어 감사원의 활동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예산의 주인으로서 납세자들이 혈세의 파수꾼과 지킴이가 되어야 할 당위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윤영진, 2002)

  납세자가 잘 알지 못하는 원인은 감사원을 포함한 정부가 납세자에게 충분하고도 질 높은 정보를 제때에 제공하지 않는데 있으며 이것은 제도의 문제 이전에 그 동안 정부가 세금을 사용하면서도 그 사용의 내역과 과정을 모두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식의 단면은 "감사도 받는데 그것이면 됐지 왜 공개해야 하는가", "대상기관에 처분요구해서 시정하고 개선하면 됐지 굳이 공개할 필요가 있는가", "괜히 공개해봐야 득이 될 게 없으니 일단 비공개하고 보자" 등과 같은 말에서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공공책임성의 기본이념이란 납세자인 국민에게 보고하는 것(accountable to taxpayers)이지 정부기관이 감사원에 보고하거나 감사원이 감사대상기관에 처분요구 하여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는 것을 유념하여야 한다.

다. 주인인 국민이 직접 처벌에 참여
  공공책임성의 기본요소 중 마지막은 주인은 대리인이 제공한 정보를 기초로 판단한 결과 당초 합의한 바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 제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납세자가 정부의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행정적·정치적 처벌, 환수 및 재발방지를 보장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위법행위로 인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입게 될 손해의 확산방지, 손해의 회복을 위해 시민이 국가나 자치단체를 대신해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납세자소송제도] 등을 의미한다.

IV. 공공책임성과 감사원의 역할
  지금까지 우리는 감사의 본질이 무엇이며, 감사를 둘러싼 제반환경의 변화에 따라 공공감사 기능이 어떤 방향으로 변해왔으며 감사원의 현재 모습은 무엇인지, 그리고 감사원의 이러한 변화에 국민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지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보았다. 그 결과, 감사기능의 제 개념이 분명하지 않고, 전통적 회계검사 기능을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음을 보았다. 또한, 감사의 본질인 [공공책임성]을 확보하는데 있어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정보제공이 미흡하여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는데 거리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여기서는 이러한 문제해결의 기초작업으로서 감사자의 역할에 대한 선행연구를 소개하고, 공공책임성의 여러 측면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 변화의 경향을 알아본다.

1. 감사자의 역할에 대한 선행연구
  감사원이 전통적인 재무감사만을 수행하던 때에는 감사자의 역할이 회계사의 역할에 한정되었으므로 감사자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미미했다. 감사원이 성과감사를 포함하여 그 역할이 확대되면서 비로소 감사자의 역할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감사자의 역할에 대한 연구는 주로 성과감사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이후에 진행되었다.
  우선 백상기·김정욱(1988)은 적발적 기능, 비판적 기능 및 지도적 기능을 회계검사의 3대 기능 또는 효용성으로 보고 있다. 한편 성과감사자의 역할을 [판사(magistrate)], [회계사(accountant)], [연구원(researcher)], [컨설턴트(consultant)]의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 학자들이 있다. (Lonsdale et al., 1999)   또한 제 17차 INTOSAI 총회에서 채택된 INTOSAI 서울선언(Seoul Accords)   (INTOSAI, 2001)에 따르면 정부개혁의 성공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기 위한 감사원의 역할을 감사자(auditor), 조언자(advisor), 연구개발자(researcher and developer), 개혁의 모델(a model organization) 등 4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세 가지 분석 틀이 감사원의 전통적인 통제(controlling) 역할 외에 [조언자], [컨설턴트],   [연구자] 역할 등 현대적인 지원(supporting) 역할에도 초점을 맞추어 감사원의 역할을 설정하려 한 것은 발전된 시각이라 평가할 수 있다.

2. 공공책임성(accountability)과 감사원의 역할
  공공책임성의 개념과 감사원의 역할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감사원의 존재의의는 공공책임성의 개념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 공공부문의 역할과 규모가 팽창하고 국민들의 관심이 확대됨에 따라, 공공감사도 이에 부응하여 좁은 의미의 회계책임성(financial accountability)뿐 아니라 관리책임(management accountability), 사업수행에 대한 책임(program accountability) 및 정책에 대한 책임성(policy accountability) 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공공책임성 확보를 지향하고 있다.(감사원, 2000; Moon, 2001)
  공공책임성을 이렇게 확대된 개념으로 이해할 때 감사원의 역할은 "공공책임성을 확보·증진하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해서 말할 수 있는데 이는 다시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그 하나는 공공기관의 장이 그 기관의 재정상태와 업무성과에 대한 정확하고 완전한 정보를 작성하여 국민에게 제때에 보고하는지 확인하고 감시하는 역할이다. 두 번째, 감사를 통해서 공공기관의 재정상태와 업무성과를 확인·검토·평가하여 문제점을 시정하고 개선함으로써 깨끗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어나가는 역할이다. 세 번째, 이러한 감사결과를 주인인 납세자가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마지막으로는 감사원 자신도 대리인이며 납세자들이 제공한 세금을 사용하는 공공기관의 하나라는 사실을 인식하여 스스로의 성과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감사성과를 국민에게 충실히 공개하는 역할이다.

3. 확대된 공공책임성
  감사과정에서 공공책임성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측면에서 판단할 수 있다.
  첫째,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의 문제 (Who is accountable?)이다. 이 문제는 감사범위 (audit scope)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책결정자들이 정치적 판단이 다분히 작용하는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이다.
  둘째, 무엇에 대하여 책임져야 하는가의 문제 (Accountable for what?)이다. 이는 감사기준 (audit criteria)과 깊은 관련이 있는 문제이다. 전통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으로 합법성 (regularity)과 함께 경제성(economy), 능률성 (efficiency), 효과성 (effectiveness)을 들 수 있다.
  셋째, 누구에게 책임져야 하는가 (Accountable to whom?)의 문제인데 이는 감사고객(audit client)에 대한 논의와 연결된다. 현대 민주국가의 경우 많은 감사원이 대의기관인 국회에 일차적인 보고를 하고 책임지게 되지만 궁극적으로는 납세자로서의 국민이 감사고객이라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넷째, 어떤 절차에 의하여 책임지게 되는가의 문제 (How is accountability determined?)이다. 공공책임성을 확보하고 보장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는 감사원에 의한 감사 외에도 선거에서의 투표, 사법적 판단, 내부감사 등이 있다. 내부감사는 기관장에 대한 내부적 공공책임성 (internal accountability)이라는 한계가 있고, 투표와 재판은 외부적 공공책임성 (external accountability)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기는 하나 상시적이지 못하고 사후적인 성격을 가진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반면, 감사원이 실시하는 감사는 국민에 대한 외부적 공공책임성을 확보하고 증진시키기 위하여 상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갖는다.

  국민들의 의식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감사범위」, 「감사고객」 및 「감사기준」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선, 전통적인 감사범위(audit scope)로 이해되어 오던 재무관리 분야 외에도 비재무적 분야까지도 범위에 포함되었다. 또한, '정책집행과정의 적정성 평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책의 효과성 여부까지는 감사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 '정책결정과정의 적정성' 에 대한 감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둘째, 감사고객(audit client)의 측면에서 국가간의 상호연관성을 고려할 때 특정 감사원이 소속한 국가의 국민은 물론 「세계 인류」 앞에 감사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의견과, 현재와 미래간 상호연관적 관계를 고려하여 「미래세대」에게 보고할 자세로 공공책임성을 이해하고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렇게 감사고객을 넓게 해석할  때 여러 나라 감사원이 평화유지, 환경오염문제 등에 대하여 합동으로 감사를 실시하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보여진다.
  셋째, 감사기준(audit criteria)의 측면에서는 합법성 및 3Es (economy, efficiency, effectiveness)의 개념을 새로이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전통적인 합법성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는 바, 국내법규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통용되는 국제법이나 국제적 기준 등도 감사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통적인 성과감사의 주요 기준인 금전적 경제성·능률성·효과성(financial economy·efficiency·effectiveness)만으로는 공공책임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전제로 한 환경친화적 경제성·능률성·효과성 및 형평성(equity), 윤리성(ethics) 등의 기준까지 고려하여 정부활동 결과를 평가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V. 맺음말
1. 감사원의 기능에 대한 개념 재정립
  감사원법에서는 감사원의 기능을 결산검사, 회계검사 및 직무감찰의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으나 그 기능에 대해 개념이 분명하게 설명된 곳을 찾기 어렵고 연구자에 따라 각각 조금씩 다르게 설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회계검사의 개념은 가장 모호하다. 직무감찰의 개념도 서로 그 목표와 수단 그리고 접근방법이 상당히 이질적인 행정사무에 대한 감찰과 공무원 개개인의 비위에 대한 감찰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어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일정한 목표와 방향을 갖고 움직이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 정부회계에 발생주의·복식부기 도입 추진을 계기로 결산검사를 포함한 감사원의 기능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한편, 현실적으로 수행하는 감사는 법에서 분류한 기능과는 달리 일반감사, 성과감사, 특정감사 등으로 분류된다. 감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행하는 감사의 종류에 따라 그 목적과 특성을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감안하여 감사자원을 투입하고 감사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그 능률적으로 감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상호 이질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감사원으로서는 제한된 자원을 고려하여 각 기능간 중점의 정도를 포함한 방향설정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의 기대를 정확히 파악하여 방향설정에 반영해야 함은 물론이다. 

2. 감사성과 측정지표 개선
  감사원이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일은 감사기능의 개념정립과 방향설정이지만, 정해진 방향에 따라 주어진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감사성과 측정방법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지표인 건수·금액·인원은 공급자 위주의 지표이며 양적인 측정지표라 할 수 있다. 통계의 연속성에 집착하지 말고 감사성과를 정확히, 그리고 가급적 수요자 입장에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여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게 되면 국회, 언론, 학계 등 외부에서도 감사성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단순히 건수의 증감에 의해 평가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도 있다.(박종구, 2001a) 예를 들어, 기존의 감사성과 측정지표 중 단순한 [지적 건수] 보다는 [개선효과가 큰 지적건수(number of significant change)] 등과 같은 지표를 개발하여 감사업무의 성과측정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3. 모범사례 접근방법 재검토
  행정운영의 개선향상을 위해서는 모범사례를 보는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모범사례를 발굴하는 목적은 특정 공직자, 부서 또는 기관을 [포상]하여 사기를 진작하고 그 사례를 널리 [전파] 함에 있다.(감사원 2000) 그러나 현재 감사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모범사례 발굴은 당초 목적과 달리 [포상] 목적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감사원장 표창의 경우 모범사례로 선정된 사람이나 부서, 기관에 대하여 원장 표창을 실시한 후 모범사례를 전파하는 후속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감사대상기관장 표창의 경우 기관장 표창 후 동 사례를 널리 알리는 [전파] 업무를 기관장에게 일임하고 있어 실질적 전파 효과가 의심스럽다. 모범사례 발굴의 당초목적을 충실하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선정한 모범사례가 많은 기관에 전파될 수 있도록 재무관리, 내부통제, 정보기술, 전략기획, 조직관리, 인적자원관리, 지식공유 등 여러 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분야에서 모범사례(best practices)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그 접근 방법도 본연의 감사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찾아내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처음부터 분야별 모범사례 [연구 및 전파]만을 위한 별도의 감사도 기획해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모범사례는 꼭 어느 한 개인, 부서, 기관이 한 일일 필요는 없다. 각각의 잘한 부분을 종합하여 하나의 모범사례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종 결정된 모범사례는 감사대상기관의 장에게 전파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감사원장이 모범사례가 활용될 수 있는 전 기관에 직접 전파하는 것이 감사원의 주요 임무인 행정개선 효과를 높이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4. 감사결과의 적극 공개
  감사를 실시하는 데 필요한 권한의 부여는 납세자인 일반국민으로부터 이루어지는 것임에도 각종 법률로부터 부여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감사결과 보고는 국민·국회에 해야 하는 것이 감사원의 일차적 역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익순, 1996) 이는 대리인이론에 바탕을 둔 감사원의 역할을 이해한다면 자명한 결과이다. 감사결과를 국민·국회에 공개하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준다는 기본적인 의미 외에도 감사의 질에 대한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알림과 동시에 감사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는 효과도 나타난다.(김명수, 1998) 아무리 감사의 방향과 방법이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감사원 감사만으로 국정부실이나 부정부패를 모두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감사결과를 적극 공개하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 언론, 시민단체 기능이 함께 작동하여 정부를 감시하게 되므로 투명성을 더욱 높이는 효과도 생길 것이다.
  감사의 주체가 감사대상기관 외부·내부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외부감사와 내부감사를 구분할 때 감사원 감사는 외부감사에 속한다. 그러나 외부감사를 "감사대상기관 외부에 있는 이해관계자가 임명한 감사자가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그 이해관계자에게 보고하는 행위"로 이해할 때 아무리 외부에서 임명된 감사자가 실시하는 감사일지라도 그 결과를 외부에 보고하지 않는다면 외부감사라고 부르기 어렵다. 따라서 외부감사기관인 감사원이 실시한 감사결과를 국민·국회에 보고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점차 국가간·세대간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이 강해지는 현대사회에 있어서는 감사인이 보고해야 하는 감사의 고객의 범위를 확대하여 [세계인류] 및 [미래세대] 까지도 포함하는 거시적·장기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Gray et al. 1993, 1996; Power, 1997; 문호승, 2001)
  그러나 보고책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 공공책임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실질적인 행정개선이나 성과향상 없이 성과지표와 같은 숫자를 활용하여 형식적으로 보고만 잘하는 기술(creative compliance)이 생겨나게 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5. 개혁의 모델 지향
  앞서 본 INTOSAI 서울선언에서는 감사원 역할의 하나로서 개혁의 모델(model organization) 역할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 특이한데 이 역할은 예산·회계관리, 물품구매, 조직관리, 인적자원관리, 전략기획, 지식공유, 정보시스템 운영, 민원처리 등 여러 기관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관운영 분야에서 감사원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이는 진정한 공공책임성 제고를 위해 간과하기 쉬운 측면을 잊지 않고 잘 지적한 것이다. 왜냐하면 대리인이론에서 감사원은 어디까지나 주인(principal)이 될 수 없으며 대리인(agent)인 공공기관의 업무를 감독하는 또 하나의 대리인이기 때문이다. 감사원 스스로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기관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게 되면 감사원에 대한 신뢰와 감사결과 이행의 효과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6. 감사의 학문적 기초 확립
  공공감사에 종사하는 인력이나 예산규모, 기능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공공감사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다. 그 결과 감사원의 역할 등 공공감사 기능의 존재의의와 방향을 논하는 자리에서 아직까지도 민간부문의 감사이론이 많이 원용되고 있는 수준이다. 우리 나라에서 공공감사를 학문적으로 전공하는 학교는 2-3곳에 불과하며 감사학 연구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학회도 없고, 그나마 감사원내 연구모임으로서 공공감사연구회가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
  Mascarenhas 와 Turley (1990)에 따르면 감사이론은 다음의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감사의 개념, 감사를 하는 이유 또는 감사의 존재의의와 역할을 수요자의 입장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독립성, 전문성 등 감사인이 대리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격요건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셋째,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감사방법론에 대하여 기능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의 공공감사에 대한 연구는 이론보다는 감사기법 분야(how to audit)에 치우쳐 있을 뿐 아니라 그것도 감사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것이 대부분이라서, 감사원이 급속한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처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되지 못한 점이 있다. 특히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결산검사제도, 감사원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감사원의 심사청구, 구리고 민원처리제도 등의 분야는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어서 방향설정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갑작스런 외부적 충격에도 취약한 실정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감사원에 주어진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감사의 본질과 특징 등 감사이론과 감사철학의 기초 위에서 감사원의 역할을 재정립하여야 한다.

  앞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학자나 실무자들이 대리인이론보다는 시스템이론에 입각하여 공공감사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나름대로의 장점도 있으나 감사결과를 외부 고객에게 보고하는데 소홀하면서 내부의 기관장에게 보고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한편 주인인 국민에게 보고한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보고' 자체만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고 행정운영의 개선향상을 궁극적 목적으로 하고 있음은 자명하므로 두 가지 이론을 상호보완적으로 이해하고 감사에 임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크게 제고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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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http://www.bai.go.kr/files/P0810_0000024.hwp

출처: 감사원 (http://www.bai.go.kr)

옮긴이:가우리(G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