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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룡의 의병장 이야기] (21) 남한산성 점령한 경기 연합의병장 김하
[이태룡의 의병장 이야기] (21) 남한산성 점령한 경기 연합의병장 김하락 "의병 일으켜라" 고종 밀조에 자극 관군·일본군과 수 차례 전투 끝 쾌거 남한산성 함락 뒤 저항하다 강물에 투신 1895년 10월 8일 새벽, 일본공사 미우라(三浦梧樓)는 일본군과 폭도들을 이끌고 대궐을 침범, 이를 막던 궁내부대신 이경직과 시위대 연대장 홍계훈을 쓰러뜨린 후 마침내 왕비마저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일제는 그들 앞잡이 내각을 앞세워 이른바 '개혁'을 단행한다는 명분 아래 단발령을 내리도록 강요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을미왜란(을미사변)에 대하여 풍문으로 듣고서 울분을 토로하고 있던 차에 국왕의 상투를 강제로 자르면서 단발령 시행을 공포한 것은 국민 대다수가 '의병'의 깃발 아래 뭉쳐서 '국수보복(國讐報復)'을 하려는 마음의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먼저 경기지역 각 고을에서 크고 작은 의진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이들 의진을 규합한 이가 김하락(1856~1896) 의병장이었다. 경북 의성 교촌 출신인 그는 1896년 1월 1일 조승학·구연영·김태원·신용희 등과 함께 경기도 이천에서 방춘식으로 하여금 포군 100여 명을 징발하는 임무를 맡게 했다. 이천을 중심으로 포군을 확보한 김하락은 이현에 머물면서 동지들을 양근, 지평, 광주, 안성, 음죽 등지로 파견하여 의병을 모았다. 안성에서는 이미 민승천이 창의하고 있었으므로 그를 이천의진의 창의대장으로 추대하고, 김하락은 각군도지휘(各軍都指揮)가 되는 연합의진을 구성하게 되었다. 의진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이름이 사방에 퍼져 나가자, 일본군 수비대가 공격을 해왔다. 무기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의진이 오히려 승리하고 많은 장비를 노획했다. 기세를 더해 의병을 일으켜서 국난을 극복하자는 격문도 각지에 보냈다. 1월 27일, 의진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의병을 일으켜라는 국왕의 밀조(密詔)가 의진에 전달되었던 것. 이는 한말 의병사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왜적이 대궐을 침범하여 국가의 안위가 조석에 박두했으니 모쪼록 힘을 다해 토벌하라. 경들의 자손에게 의당 후한 녹봉을 내릴 것이다. 김병시로 삼남창의도지휘사, 계궁량으로 목인관을 삼아 장차 목인을 선포키로 한다. 경기도는 순의군, 충청도는 충의군, 경상도는 장의군이라 하여 8도에 반포하노니, 8도 각 고을은 모두 호응하여 창의하기 바란다." 일본군이 대궐을 침범해 왕비가 살해당하고, 시위대나 진위대의 지휘관마저 일제 앞잡이로 변한 마당에 대궐 속에 갇혀 있는 고종에게 믿을 곳은 의병뿐이었다. 이에 여러 장졸들과 함께 눈물을 뿌리며 죽기로 맹서한 김하락 의병장은 관군과 일본군을 맞아 수 차례 전투를 벌인 끝에 드디어 3월 13일(음력 1월 30일) 남한산성(일명 광주산성)을 점령했다. 산성은 성첩이 견고하기가 이를 데 없고, 성중을 살펴보니 쌓인 곡식과 소금, 무기와 탄약이 산더미 같아서 여러 장수들은 몹시 기뻐하였다. 하지만 그 기쁨은 채 한 달을 가지 못했다. 서울을 눈앞에 둔 군사적 요충지 남한산성을 의병의 손에 넘긴 일제는 거짓으로 조서를 꾸미고 관군을 동원, 포위 공격을 해왔다. 공격에 실패한 일제는 새로 편성한 의병장 박준영에게 광주유수를, 좌익장 김귀성에게 수원유수를 주겠다며 유혹의 손길을 뻗쳤다. 그들의 마수에 걸려던 의병장들은 군졸들을 취하게 만들고 몰래 성문을 열어, 4월 3일(음력 2월 21일) 새벽, 산성은 결국 일제에 함락되고 말았다. 김하락은 의진을 수습하여 대장에 오르고 제천에서 부대를 재편성, 단양·안동·의성·청송 등지에서 접전했다. 6월 17일 경주를 점령하는 동안 수많은 관군과 일본군을 무찔렀지만, 결국 관군과 일본군에게 쫓기게 되었다. 7월 13일 영덕에서 관군과 싸워 승리했으나 이튿날 폭우가 내렸다. 관군과 일본군 수백 명이 몰려온다는 정보를 접하자, 군사들은 사기가 떨어졌다. 김 대장은 분연히 말 위에 올라 호령하니, 수십 명의 장졸들도 뒤를 따랐다. 적탄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도중에 총알이 좌우 어깨를 뚫고 나갔다. 김 대장은 "우리 500년 예의 나라가 견양(犬羊)과 같은 섬 오랑캐에게 먹힌단 말이냐. 아! 우리 수천 만 민족이 과연 희생의 참혹을 면하지 못한단 말이냐. 나는 차라리 고기 뱃속에 장사를 지낼지언정 살아서 왜적들에게 욕을 당하지 않겠다" 하고 경북 영덕 강구(江口)의 강물에 몸을 던져 순국하고 말았다. 김하락과 그 동료들이 주축이 된 경기 연합의진이 남한산성을 점령했던 의거는 노응규의 진주성 점령, 민용호의 강릉부 점령, 유인석의 충주성 점령과 함께 한말 전기의병 4대 의거로 손꼽히는 쾌거였다. 그가 남긴 '김하락진중일기'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에서는 그의 공적을 기려 198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2등급)을 추서했다. 김해건설공고 교사·문학박사(의병문학 전공) 부산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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