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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훈민정음의 정신과 철자법
훈민정음의 정신과 철자법 최종철 철원향토사학자 우리말을 배운 유아나 외국인이 받아쓰기를 하면 소리나는대로 적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한글맞춤법은 소리나는대로 적지 못하게 하는 표기법이다. 그래서 어린 백성을 괴롭히는 표기법이라는 비판이 있다. 그러면 훈민정음의 정신에 맞는 올바른 철자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말을 소리나는대로 음절에 맞게 적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철자법이다. 그 길을 신창순 명예교수의 <박승빈 조선어학의 해석>(2024)을 참고로 함께 찾아보자. 근대언어학에 의하면 언어는 성음의 집합이며 언어의 성음상 최소단위는 음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어는 음절언어이고 훈민정음은 음절문자이다. 한국어 음절의 특성은 일음성, 명확성, 독립성이며 훈민정음의 특징은 표음성, 일자성, 규칙성이다. 이에 한국어를 음절문자로 적으면 자연스럽게 발음과 철자가 일치하는 ‘언문일치의 철자법’이 되는 것이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Korean Alphabet)은 표음문자로서 그 문자의 구성은 자모 문자와 같고 구성된 한 자에 한 음이 나는 것은 음절문자와 같다. 다시 말하면 조선식 자음과 모음(발성음·중성음)을 가지고 문자를 구성함은 로마자와 같고 한 음절을 한 문자로 표시하는 것은 일본의 가나 문자와 같은 것이다. 이를 정리하면 우리말의 소리를 적는 정음(正音)은 발성음의 음자(ㄱ, ㄴ)와 중성음의 음자(ㅏ, ㅓ)를 합하여 한 음절을 한 자형으로 적는 자모식 음절문자이다. 이처럼 음절문자로 구성된 ‘가, 너’는 표음의 원칙 및 음절 구분의 원칙에 따라 한 개의 자형에서 한 개의 발음만이 난다. 따라서 한 음절문자에 받침이 붙는 경우에도 여음(餘音)이 없는 한 발음만이 나는 것이다. 이러한 기초지식을 가지고 우리 문자의 음절제도가 담긴 문헌을 살펴보면 훈민정음 언해의 범자필합이성음(凡字必合而成音)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자(字)는 음자이며 합(合)은 한 자형을 말하며 음(音)은 한 음절을 의미한다. 이처럼 우리 정음은 1자 1음의 음절문자로 창조된 것이다. 또한 한국어의 받침이 되는 발성음에는 그 여음(으音)을 나히지 못하는 법칙이 있다. 예를 들면 ‘옥’의 음은 ‘오’음을 ‘ㄱ’으로써 폐쇄를 할 뿐이오 ‘ㄱ’의 여음(그)으로 ‘오그’처럼 발음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여음불발의 법칙 또는 불파음의 법칙이라고 한다. 학범 박승빈은 주시경 선생이 제안한 새로운 철자(좋, 많, 앉)는 발음 불능의 문자라고 비판했다. 음절문자의 제도상으로는 한 음절로 발음할 수 없는 것을 한 자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훈민정음 창제 이래 ‘안즈(坐)며’로 적던 것을 ‘앉(坐)으며’로 쓰라는 것은 음절문자의 제도와 여음불발의 법칙 및 단어 구분의 원칙에 위배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어 문법의 연음현상은 허구이며 2개의 받침(않, 없, 있)으로 이루어진 글자는 음절문자의 발음법칙(여음이 없는 한 음절로 발음하는 원칙)으로는 읽을 수 없는 비음절문자이다. 과거 주시경 학파는 우리 정음의 생명인 1자 1음의 문자제도를 알지 못하였다. 또한 용언고정설(어미불변)을 주창하면서 용언과 조사의 올바른 구분에 착오가 생겼으며 한 음절로 발음할 수 없는 받침들이 나타났다. 근 100년간 우리글은 잘못된 학설과 비음절문자에 의해 수난을 당하였다. 이는 한민족이 훈민정음의 정신을 자각하기 위한 역사적 시련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훈민정음의 합이성음(合而成音)의 정신에 따라 언문일치의 철자법으로 회귀해야 한다. 그 길은 우리말의 소리를 음절에 맞게 단어에 맞게 적는 음절문자의 제도를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행복과 세계문화의 발전을 위해 언문일치 철자법 시대가 열리길 간절히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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