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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제안] 의정 갈등과 국민 건강
의정 갈등과 국민 건강 최종철 철원향토사학자 지난 9월 2일부터 강원대병원 응급실에서 성인 야간 진료를 중단했다. 이 소식을 듣고는 걱정하며 해법을 고민했다. 때마침 의과대학 원로 교수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호소’라는 시국선언문을 9월 5일 발표하여 관심을 가지고 보았다. 자유민주국가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정당한 권리이며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시각에서 볼 때 공감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현재의 의정 갈등은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 집단이며 이익단체이다. 어떤 면에서는 국회나 정부가 모두 눈치를 보는 ‘하얀 거탑’인 것이다. 검사의 권력은 검찰총장 선거제와 구속기간의 최소 원칙 및 구형권 폐지를 통해 제어할 수 있으나 의사들의 잘못된 의료행위나 직무태만으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피해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한 세력을 민주적으로 설득하면서 제도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지피지기와 함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러한 점이 미흡하였다. 필자는 응급실의 수술인력 부족이나 배후진료 부족으로 인한 슬픈 소식을 접하면서 의정 갈등이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 이에 소박한 대안을 말씀드린다. 먼저 2025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은 수정되어야 한다. 의학교육의 질과 국민 건강 및 국가 차원의 다양한 인재 육성을 고려할 때 의대생 증원 규모는 500명이 적당하다. 입법정책적 측면에서는 사명감을 갖춘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전문의 양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공공의료기관부터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를 중심으로 하는 의료시스템으로 전환하기를 희망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희랍어, 라틴어, 한문 등 고전어를 포함한 문사철(文史哲) 중심의 전문의 시험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현재 대한의사협회가 절반의 진리(眞理)만을 주장하면서 대화와 협상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며 ‘인술 부재’의 의학교육의 결과라는 것을 느꼈다. 히포크라테스나 허준 선생이었다면 어떻게 하셨을까. 아마도 환자와 함께하면서 페어플레이를 하였을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큰 사랑의 마음으로 회심(回心)하여야 한다. 국가의 백년대계와 서민들의 아픔 및 의사로서의 명예를 생각하여 ‘의정 갈등의 상생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 지난 5월 춘천으로 은사인 김영각 선생님(전 철원고등학교 수학 교사)을 찾아뵈었다. 선생님은 “의사들이 한명도 정원을 늘릴 수 없다는 것에 공감할 수 없다”며 “자신들의 천직을 지키면서 시간 외나 집단 연가를 통해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고 하셨다. 의료계는 이러한 심경(心境)이 일반 서민의 마음임을 성찰하길 바란다.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길은 멀리 있지 않다. 국무총리와 여당은 먼저 정책의 절차적 하자를 허심탄회하게 반성하는 공문을 각 의과대학에 발송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상의 집권 야당인 민주당은 필수의료와 중증·희귀질환에 대한 수가 인상을 약속하는 한편 응급의료에 관한 입법적·예산적 지원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이루어진다면 한국의 의료를 걱정하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우리의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나아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한탄강댐을 다목적댐에서 홍수조절 전용댐으로 갈등조정을 한 것처럼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하여 ‘의정 갈등 해소와 국민 건강을 위한 상생 합의문’을 국내외에 발표하길 간절히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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