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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2023/01/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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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에 2015 ( 미주 한국일보 기고문)

한글날에 ( 미주 한국일보 기고문)

정 성 조

해마다 한글날이 되면 나는 나의 아버님을 생각한다.

내가 기억하는 아버님은 언제나 원고지가 수북이 쌓인 작은 밥상 앞에 단정히 앉으셔서 글을 쓰고 계셨다. 생전에 아버님을 만나 보셨던 사람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아버님의 강연을 꼼짝없이 들으셔야만 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현행 한글 맞춤법이 얼마나 세종대왕의 귀하신 뜻을 망각하고, 국민을 혼란하게 하고 있는지, 열정적으로 설파 하셨다.

나의 할머니는 1893년 김포의 농사하는 가정에서 태어나셨다. 학교에는 문에도 못 가보시고 15살에 결혼하셔서 다섯 남매를 낳으시고, 그 시절 거의 모든 여성들이 살아간 길을 사셨다. 할머니는 나에게 말씀하시기를 "너무나 글을 읽고 싶어 끼니때 마다 아궁이에서 불을 땔 때, 부엌 바닥에 나뭇가지를 연필 삼아 혼자서 한글을 깨우쳤다"고 하셨다. 세종대왕이께서 꿈꾸셨던 '스승 없이 깨우치는 글‘ 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이야기이다.

또 지난번 유투브에서는 ‘400년 전의 곽재우선생의 조카며느리의 묘 이장’을 방영하며 그곳에서 오래된 언문 편지를 170여 장 발견하였다‘ 하여 모두를 놀라게 하였다. 거기서 사위가 장모에게 자기 자녀들에게 언문을 열심히 가르칠 것을 부탁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는데 이것은 한글이 여자들에 의해 전래되었다는 확실한 증거이며, 감동적인 사실이다. 할머니가 손주를 가르칠 수 있을 만큼, 소치는 목동이 어린 동생을 가르칠 정도로 쉬운 문자였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그런데 지금 한글은 어렵다.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대학을 나와, 학교 교사가 되어도 철자법을 틀린다. 인터넷에서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들의 비명이 ‘한글은 아주 배우기 어려운 언어다.’ 라고 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나처럼 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재외 동포)들은 누구나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손주들에게 혹은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처음 가르칠 때 '아버지' '어머니' '가지' '나비' 까지는 곧잘 배우고 쓰다가 '할아버지' 로 진도가 나가면 영락없이 '하라버지' 로 쓰고 만다. 소리 나는 대로 쓰게 만든 세종대왕님의 방법을 저절로 따른 셈이다. ‘입니다' 도 ’임니다‘ 로 쓴다. <ㅂ>이 <ㅁ>으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젊은이들은 그 옛날 우리 어머니(할머니)가 쓰시던<구 언문 철자법>을 저절로 따라하고 있다. 그들은 받침을 다 연결해서 없애버리고 대화한다. '대단하다' 를 '대다나다' 라고 쓰기도 하고, '들어 와' 는 '드루와' 로 유행어가 되어 버렸다. 이 시대는 카톡 세대이다. 어떻게 하면 더 빠른 속도로 문자를 보내는가? 하고 웬만한 글자는 생략하고 심지어 자음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하는 세대이다.(ㅇㅋ= 오케이, ㅋㅋ , ㅎㅎ)

1933년 지금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한글은 점차 혼동 속에서 길을 잃고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왜? 현행<한글 맞춤법 통일안>은 들리지 않는 받침문자를 써 넣으라고 하는지? 또 왜? 외어야 할 변칙들이 그렇게도 많은지?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쉬운 글자를 만들기 원하셨던 세종대왕은 <소리글자(표음문자)>를 만드셨는데, 작금의 한글 학자들은, 한글학자라는 이름 뒤에서 한글을 한문처럼 고급화(?) 고상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는 것 같다. 곧 <뜻글자(표의문자)> 화하고 있다.

한글은 세종대왕께서 무지한 백성들의 문맹을 퇴치하기 위해 귀족과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만드신 글자이다. 세계 역사를 모두 뒤져봐도 국민을 위하여 문자를 만들려고 노력한 왕은 없었다. 세계의 모든 다른 문자들은 사물의 모양을 따라 만들었으나, 한글은 발음 기관을 본 따 만들었다. 서양이 20세기에 들어서 완성한 음운 이론을 세종대왕은 그보다 5세기나 앞서서 체계화했고, 한글은 전통철학과 과학이론이 결합한 세계 최고의 문자다.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다.‘ 라고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 사는 나라가 되고 세계의 강국이 되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나 그 빠른 통신의 혜택을 누리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한글의 과학적인 기능이었다, 한국이 세계 정보통신 순서의 1위에 오를 수 있고, IT 강국에 오를 수 있었던 것에는 한글의 역할이 크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대왕이 계획하신 '귀신의 소리, 학의 울음소리도 적을 수 있다' 던 훈민정음이, 영어의 F, V, TH, R, L 을 제대로 쓸 수 없어 세상의 어떤 소리도 문자로 적을 수 있다던, 호언장담이 무색해져 버렸다.

그러나 우리가 절대 놓쳐서는 안될 사실이 있으니, 우리는 모든 소리를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문자를 가졌다는 것이다. 문자에 점이나 선을 첨가하여 새로운 발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문자의 발음은 약속이다. 약속으로 새 문자를 만들면 그야말로 완벽한 세계 공용문자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한글이다. 왜 바보같이 FRY 를 '프라이'라고 발음 해야 하나? 한글은 얼마든지 국제적인 문자로 사용할 수 있는, 온 세계의 말을 모두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문자이다.

아버님 돌아가신 지 어언 20년이 되었고,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해가고 있다. 그 옛날 홀로 그 이치를 깨달으시어 고군분투하며 외롭게 싸우시던 아버님께서 지금 이 시대에 살아계시어 젊은이들이 SNS에서 사용하는, 소리 나는 대로 쓰는 맞춤법을 보신다면 박수를 치시며 기뻐하셨을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시대의 <한글 간소화 파동> 이라는 사건을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은 아실 것이다. 결국 아버님은 이승만대통령과 함께 2년여를 분투하시다가 쓸쓸히 퇴장하셨다. 아마도 이승만대통령은 미국서 공부하신 분으로 복잡한 한글 맞춤법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그래서 한글을 쉽게 만들자는 아버님의 연구를 기뻐하셨고 육당 최남선 선생도 아버님의 책에 기꺼이 서문을 써 주셨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나의 남동생이, 아버님께서 쓰셨던 모든 글을 한 권에 모아〔하오 정경해 국어학 논총〕 이라는 책으로 출판하여 모든 도서관에 기증하였다. 아버님은 당신 연구가 완벽한 것이라고는 추호도 생각지 않으셨다. 다만 국어를 연구하는 후학에게 자그마한 도움이 되고, 연구의 단초를 만들어줄 작은 불꽃이 되기만을 희망하셨다

이제 곧 통일이 올 것이라고 모두들 말하고 있다. 통일 후 우리는 분명히 남과 북이 같이 사용할 수 있는 통일 철자법이 필요할 것이다. 그 때 혼란해 하며 쩔쩔 매기 전에 우리는 합리적이며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우리의 문자 훈민정음을, 온 국민은 물론 외국인도 쉽게 배우며 온 세계인이 사랑할 수 있는 문자로 다시 태어나게 해야 할 것이다.
국어 학자들의 막중한 책임에 호소하는 바이다.

2015년 1월 5일 월요일

한글간소화파동

1954년 7월 공포된 정부의 <한글 간이화안(簡易化案)>을 중심으로 빚어진 일련의 문화적·사회적 파동. 1933년에 [조선어학회(朝鮮語學會)]가 제정한 <한글맞춤법통일안>은 종래의 음소주의적(音素主義的) 정서법의 전통을 도외시하고 당시의 문법연구의 정수를 모아 이룬 형태주의적(形態主義的) 정서법인 것이다.
그 결과 일반에게는 배우기 어려운 것으로 받아들여져 기회 있을 때마다 음소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의 반격을 받아왔다. 그러던 차, 1954년 3월 27일 “신구약과 기타 국문서에 쓰던 방식을 따라 석달 안에 교정해서 써야 할 것”이라고 발표한 그 당시 대통령 이승만(李承晩)의 담화문이 한글파동의 동기가 된 것이다.
이 담화문이 있은 한 달 뒤인 그 해 4월 27일에 공포된 <현행 철자법의 폐지와 구식 기음법(記音法)의 사용>이라는 국무총리훈령 제8호가 물끓듯한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이를 학술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그 해 7월 7일에 문교부(지금의 교육부)령 제31호로 설치된 국어심의위원회(國語審議委員會)에서는 풀어쓰기를 채용하자고 결론을 지었다.
그러나 3개월 안으로 맞춤법을 고치라는 대통령의 강경한 지시에 따라 1954년 7월 3일 문교부는 <한글 간이화안>을 공포하기에 이르렀다. 그 내용은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ㄺ ㄻ ㄼ’ 11받침만을 쓰던 1921년 <언문철자법(諺文綴字法)>과 거의 같은 것이었다. 이어 7월 7일에는 <한글 간이화 방안 이유편(理由篇)>을 공포하였다.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비등하자 그 해 7월 13일에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하여 현행 철자법이 ‘우리나라 문명 발전에 많은 장해가 되는 것을 정지시키자는 것’으로 ‘가장 단순해서 쓰기도 쉽고 알아보기도 쉽고 또 타자기나 외국인으로서 우리 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나 우리 국내의 문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국어를 배우려는 데도 속하고 배우기 쉽게 행하려는 것’이라 하여 정부안의 효율성을 뒷받침하였다.
그러나 날로 더하여가는 반대 여론은 드디어 국회에까지 비화, 7월 12일 민의원(民議院) 제21차본회의는 정부·국회·학술원의 3자로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새로 국어심의회를 구성함으로써 정부안에 반대한 기존 국어심의위원회를 자동 해산시키고, <한글 간소화안>도 실시를 보류하게 하였다.
이렇게 되자 1955년 9월 19일, 대통령은 담화를 통하여 맞춤법 문제는 이 이상 더 문제삼지 않겠고, 민중들이 원하는 대로 하도록 자유에 부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2년여에 걸쳤던 한글파동은 일단락을 지었다.

한글맞춤법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파동. 1953년 4월 27일 각 부ㆍ처장(部處長) 및 도지사에게 구식 맞춤법으로 돌아가라는 <국무총리 훈령 제8호>가 내리자, 문총(文總)과 각 언론계ㆍ교육계ㆍ지식층ㆍ한글학회 등 각 방면에서 맹렬한 반대 의견이 비등하였고, 문교부(文敎部)에는 매일 반대의 편지가 빗발치듯 하였다.
이러한 여론이 국회에 반여오디어 동년 5월 22일 국회에는 김봉재(金奉才)ㆍ엄상섭(嚴詳燮) 이하 97 의원의 연명으로 <교육용어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되었다. 그러나 이 법안에는 모순이 많았으니, 국무총리 훈령의 그릇됨을 견제하려는 목적은 좋았으나, 한문 2천 자 이내를 혼용(混用)할 수 있다 함은 법률 제6호(한글 전용법)에 거슬리는 것이었다.
이에 문교부에서는 학술적으로 해결하려는 뜻에서 <국어심의회 규정>을 만들어 중앙교육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동년 7월 7일 문교부령 제31호를 발표하고, 동시에 한글ㆍ한자ㆍ학술용어ㆍ외래어 표기ㆍ국어 정화에 관한 5분과위원 50명을 임명, 발표하였다. 이 위원 전체가 10월 1일에 모여 위원장을 뽑고 한글분과위ㅏ원만이 10월 19일부터 12월 29일까지11번 모임으로써 위원이나 위원 이외에서 제출된 안(案)을 토의한 끝에 현행 맞춤법이 가장 합리(合理)하다고 절대 다수로 가결, 통과되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고 이 심의회의 결의를 묵살해 버리고 말았다. 이 모순된 정책으로 1954년 초에 당시 김법린(金法麟) 장관, 최현배(崔鉉培) 편수국장이 각각 사직하게 되고, 장관 자리가 71일 동안이나 비고, 국장 자리는 종시 비어 있게 되었다. 그 이유는 후임 장관은 한글을 간소화하되, 구식으로 고칠 책임을 질 자라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1954년 3월 27일 이승만(李承晩) 대통령은, “맞춤법은 이제부터 석 달 안에 구식 성경 철자법대로 고치라”고 하였다.
드디어 4월 21일 이선근(李瑄槿)이 이 중책을 지고 문교부장관에 취임하였다. 그는 이 석 달 기한을 넘기지 않으려고 취임한 지 불과 72일만인 7월 2일에 <한글간소화안>을 국무회의에 제출하여 무수정 통과로 그 다음날(3일)에 발표하였다. 이 안의 요지는,
① 받침의 제한 ② 원사(原詞) 및 어우언(語源) 표시의 폐지 ③ 표준어 개정
등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비과학적이요, 제정 발표 형식으로 보아 비민주적이며. 결과로 보아 혼란과 손실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반대 비판의 여론이 격렬하게 일어나서 <무소속동지회>에서는 7우얼 11일 국회의사당에서 공청회(公聽會)를 열고 학자ㆍ문필가ㆍ교육자ㆍ언론인ㆍ인쇄업자 13명을 불러 강연을 들었는데, 방청객은 천여 명이 모였었다.
그 중에 서상덕(徐尙德)ㆍ정경해(鄭暻海) 두 사람만이 구식 맞춤법을 주장하고, 그 나머지 전부는 문교부 안을 날카롭게 비판, 반대하였다. 그리하여 이틀 동안 국회에서는 문교부장관을 불러 앉히고 맹렬한 반박과 질문전이 있었다. 그 결론으로 이 문제를 학술원, 국회의 문교사회위원, 국무의원으로 구성한 대책위원회에 맡겨 연구ㆍ보고케 하였다. 또 같은 날(12일) 자유당(自由黨)에서는 정부측과 연석회의를 열고 문제의 수습을 검토한 결과 이 안의 실시를 보류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이날 이 장관은 각 기관에 극비밀 통첩(함구령)을 내렸고, 이 대통령은 13일 담화까지 발표하였다. 그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 [조선어학회] 제정 철자법은 비과학적이며, 알기 힘들고 복잡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문명국가의 문자는 과학적이며, 누구나 알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며, 정부는 독자적으로라도 간소화안을 실시할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이에 단체 혹은 개인의 비판과 반대 여론이 각 신문 잡지에 홍수 같이 쏟아졌다,
7월 16일 문교부에서는 내무부에 허위 조사 보고를 하였고, [대한어문연구회[란 어용단체(御用團體)까지 구상하여 그 관철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학계ㆍ문화계의 치열한 반대로 1955년 9월 이 대통령의 간소화 취소 담화로 해소되었다. (이홍직: <국사대사전>)

<한글 간소화 파문(波紋)>
- 서울신문 경제부 기자 오응환(吳應煥)

【간소화안(簡素化案)의 반영】

현행 한글맞춤법은 너무 복잡하여 일반이 사용하기에 불편하니, 이를 간소화하되 간이한 구철자법(舊綴字法)을 도로 사용하도록 하라는 정부 당국의 지시가 있어 이를 반대하는 문화계ㆍ교육계ㆍ언론계 지식층들의 여론이 왁자하게 일어나 근 2년 동안을 두고 정부와 국회ㆍ학계ㆍ문화계ㆍ언론계 등 사회에서 커다란 물의만을 일으킨 일이 있다.
한글 간소화 문제의 발단은 1953년 4월 27일 국무총리 훈령 제8호로,
“우리 한글은 철자법이 복잡ㆍ불편하니, 교과서 타이프라이터에 관하여는 준비상의 관계로 다소 지연되더라도 정부용 문서에 즉시 간이한 구철자법을 사용하도록 훈령함.”
이라는 훈령을 내림으로써 시작되었던 것이다. 전기 훈령은 각 부처장관 및 도지사에게 니려 전국적으로 시행될 단계에 이르렀던 것이다. (당시 국무총리는 白斗鎭氏)
이 국무총리 훈령 제8호가 내리자 문화계ㆍ교육계의 반대 의견이 비등하였고, 동년 5월 8일에는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에서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5월 24일에는 한글학회에서 맹렬한 반대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국회에서는 5월 27일 김봉재(金奉才) 의원 등 97명의 연명으로 교육용어에 대한 법률안을 제출하여,
“교육용어에는 현재 문교부에서 채택하고 있는 한글맞춤법에 의하여야 한다.”
고 하였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문교부에서는 <국어심의위원회규정>을 만들어 5월 27일과 28일 양일간에 걸쳐 열린 중앙교육위원회에서 통과시키고 7월 7일에는 문교부령 제31호로 발표하였다. 이 국어심의위원회안(國語審議委員會案)에 대한 분과위원회를 두고 하계ㆍ교육계ㆍ문화계ㆍ언론계 등의 저명인사 30명에게 위원을 위촉하고 동년 9월 하순부터 한글간소화문제를 진지하게 토의하였다.
전후 20여 차례에 걸친 회합에서 심지어는 ‘로마나이즈’하자는 의견까지 나왔으나 결국,
“현행 한극맞춤법 이상 더 간이화할 수 없고 만일 더 나아간다면 한글을 풀어 가로쓰는 수밖에 없다,”
고 하여 <한글 풀어쓰기ㆍ가로쓰기안>이 채택되었다.
【문교부장관 사임】
그러나 정부에서는 이 결의를 무시하고 계속하여 한글을 간소화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므로 당시 문교부 편수국장이던 최현배(崔鉉培)씨가 동년 12월 21일 사임하였고, 1954년 2월 9일에는 김법린(金法麟) 문교부장관도 사임하였다. 이 문제에 대하여 당시 국무총리인 백두진씨는 동년 2월 22일 기자단 회견석상에서 새 문교부장관은 한극간소화를 실천할 사람으로 임명할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그 후 1954년 3월 27일 이 대통령은 특별담화를 발표하여,
“3개월 이내에 현행 맞춤법을 버리고 구한국(舊韓國) 말엽의 성경책에 쓰인 맞춤법으로 돌아가라.”
고 하였다. 극회에서는 3월 30일 김양수(金良洙) 의원이 “대통령 담화에 대하여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질문한즉, 당시 문교부차관 허증수(許增秀)씨는 “문교행정을 맡아 보고 있는 자로서 당연히 상부의 명령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하였던 것이다.
4월 18일에 한글학회에서는 총회를 열고 “단순한 권력에 의한 문자 변혁은 천만부당함.”이란 성명을 발표하였고 동 4월 25일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에서는,
“현행 맞춤법의 보편화된 정당한 원칙을 근저(根底)로부터 파괴하고 무법ㆍ무체계하며 자연 그대로 방치된 불통일의 철자법이며 낡은 시대의 언어의 표기법인 구성경 철자법의 혼란 속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반대한다.”는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문교부장관 자리가 빈 지 70일만인 4월 21일 이선근(李瑄根)씨가 문교부장관으로 임명되었는데 이 장관은 22일 기자단 첫 회견 석상에서,
“한글 간소화에 대하여는 내가 평상시에 생각한 바도 있으며, 이 대통령 담화에 대하여도 느낀 점이 있다. 현행 철자법을 간소화해야 되겠다는 데 대하여는 이의가 없으리라고 믿으므로 동 간소화를 앞으로 추진해야 죌 것만은 사실이다.”
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 후 여러 차례 기자단 회견 석상에서의 질문에는 모두 “검토 중이며, 연구 중이다.”라고 말하여 오더니 6월 26일 기자단 회견 석상에서
①불필요한 쌍받침을 없애고
②용언의 어간과 어미는 밝히되 어원(語源)은 밝히지 않는다.
③현재 많이 변해있는 표준말은 새로 제정하기로 한다.
는 문교부안을 말하며, “이 안은 이미 25일 국무회의에 상정된 것이며, 26일 상오 8시에는 대통령을 방문하고 이 안의 일부 설명을 한 바 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7월 2일 경무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한글 간소화안을 정식으로 통과시키고 7월 3일 상오 10시 문교부장관실에서 갈홍기(葛弘基) 공보처장 입회하에 이 문교부장관이 한글 간소화안을 정식으로 발표하였던 것이다.

【외국인 교수의 반대서한(反對書翰)】

이 한글 간소화안은,
1. 받침은 끝소리로 발음되는 것에 한하여 사용한다. 따라서 종래 사용하던 받침 가운데 ㄱㆍㄴㆍㄹㆍㅁㆍㅂㆍㅅㆍㅇㆍㄺㆍㄻㆍㄼ 등 10개만을 허용한다. 다만 받침으로 사용될 때의 ‘ㅅ’의 음가는 ‘ㄷ’의 음가를 가지는 것으로 하고 ‘ㄷ’은 받침으로는 아니 쓴다.
2. 명사는 어간이 다른 말과 어울려서 딴 독립된 말이 되거나 뜻이 변할 때에 원사(原詞) 또는 어원(語源)을 밝히지 아니한다.
3. 종래 인정되어 쓰이던 표준말 가운데 이미 쓰이지 않거나 또는 말이 바뀌어진 것은 그 변천된 대로 적는다.
는 3개 조항의 원칙에 의하여 긴이화(簡易化)하기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상과 같이 이 안은 첫째, 28개 받침을 10개만을 취하였고, 둘째 어간과 어미의 구별이 혼란되었고, 셋째 현재 쓰이는 대로 쓴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일정한 원리가 없어서 학술적인 문자가 될 수 없었고 표음(表音)인 동시에 표의(表意)어야 하며 청각적(聽覺的)이어야 하는 문자의 생명을 잃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 문교부장관은 취임 이후 한글 간소화에 관하여 국어심의위원회는 한 번도 열지 않았고, 또한 문교부 관계관과도 협의한 일이 전혀 없이 극비밀리에 이 안을 작성하였던 것이다. 문교부의 전기 간소화안(簡素化案)이 공표되자 7월 7일 한글학회에서는 “불합리ㆍ부조리하여 도저히 문명국민의 현대적 글노릇을 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마침 내한(來韓) 중에 있던 미국 예일대학 조교수 마틴 박사는 7월 7일 무교부장관에게,
“한글 간소화안을 읽고 나서 느낀 바는 만일 이 안이 제정 실행될 때에는 한국은 말씨의 진전 대신에 후퇴를 불러오는 맞춤법 개혁의 단 하나의 나라로서 세계 교육계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한다.”
는 요지의 공개장을 보냈다. 그리고 연희대학교 국어국문학회에서는 7월 8일 ‘한글 맞춤법 간소화 방안의 비판’이라는 강연회를 열어 학자들의 비판을 들었다.
【비밀리에 통고】
그러나 이선근 문교부장관은 서면으로 제출한 기자 질문에 대하여 “개정안의 기본이 되어 있는 3대 원칙에는 조금도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국회에서는 8일 하오 송방용(宋邦鏞) 의원 외 12 의원이 ‘긴급 동의안’을 제출하여 9일 본회의에서 채택되어 10일 본회의에서 문교부장관의 의도를 듣기로 하였으며, 국회 내 무소속동지회에서는 8일 하오 의원총회를 열고 ‘한글 간소화화는 부당한 일이다’고 결론하여 국회에서 질문하기로 하고 우선 학계의 의견을 듣기 위하여 11일에 공청회(公聽會)를 열기로 하였고, 민주국민당에서는 8일 본회의에서 정부안 반대를 결론하여 9일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7월 10일의 20차 국회본회의에서는 이선근 문교부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질의가 있었는데, 의원들은 “전문학자의 주장을 억누르고 온 국민의 여론을 무시해가면서 민족문화에 위협을 주는 행정초지를 할 수 잇는가?”고 질문하고 또는 “국민과 학자달이 반대하는 이 간소화안을 철회할 생각은 없는가?”는 등의 질문이 계속되었고, 조병옥(趙炳玉) 의원은 “세계적으로 훌륭하다고 인정을 받고 있는 한글을 간소화한다는 것은 독선적 처사이며 교육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추궁하였다.
국회의 질의는 12일의 21차 본회의에서도 계속되었는데 17명의 의원이 발언 중 16명이 반대하는 발언을 하였고 단 1명만이 문교부의 간소화안을 찬성하는 발언을 하였다. 그러나 극회에서는 ‘한글 간소화안은 정부 국회문교위원회 학술원으로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민중의 의사에 어긋나지 않게 하도록 그 대책을 강구하여 국회에 보고하도록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는 긴급동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하였다. 한편, 국회 무소속동지회는 11일 하오 2시부터 어학계ㆍ문학계ㆍ교육계 인사들 13명을 을 국회 의사당에 초청하여 일반에게도 공개하는 공청회를 열었는데, 전기 13명의 인사 중 11명은 정부의 간소화안을 반대하는 연설을 하였고 2명은 찬성하는 연설을 하였다.
국회에서는 이상과 같은 결의가 있었으나, 이선근 문교부장관은 7월 12일자로 서울특별시장 및 각도지사에게 통첩을 보내 한글 간소화에 대한 전모는 추후 발표할 것이나 이에 대한 중대 의의를 신중 고려하여 그 실시가 원환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각 산하 교육기관에 주지시키는 동시에 교직원ㆍ학생으로 하여금 이에 대한 반대 발표를 화지 못하도록 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통첩(通牒)에는,
1. 5백 년 전 한글이 창조된 이해 그 보급이 지연되고 있는데 한글맞춤법통일안의 역사는 일천(日淺)할 뿐 아니라 그 전통과 보급도 그리 깊지 아니하므로 건국 초창기에 한글간소화를 단행함은 시의(時宜)에 적당하다는 것을 주지시킬 것.
2. 한글맞춤법통일안은 번잡하고 일반 사용에 불편하여 급속히 문화발전을 성취시키려 할 때 어법(語法)의 복잡은 한글의 간편 보급을 저해할뿐더러 자모(字母)가 번다하여 인쇄문화의 발전에도 지장이 많다는 것을 주지시킬 것.
3. 이번 간소화안의 제 자료는 제공할 예정이나 우선 발표된 것을 토대로 연구하여 이것이 명확하고 일정한 어법에 토대를 둔 과학적이라는 것을 인식케 하고 한글 간소화에 무조건 반대하는 일부 부수층(附隨層) 선전에 동요 없도록 할 것.
4. 교직원ㆍ학생으로 하여금 반대할 명확한 이론적 체계도 가짐이 없이 막연히 감정적으로 이에 대한 반대 발표를 못하도록 주지시킬 것
을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통첩을 만드는데 극히 비밀을 감추기 위하여 문교부장관 및 측근자 2ㆍ3명만이 관여하고 프린트로 10통만을 만들어서 비밀 속에 봉함 발송하여 문서관계 담당직원들도 전연 모르고 있었다. (1954년 7월 21일자 한국일보)

【학계(學界)의 반대 성명】

7월 13일 이 대통령은 한글간소화 문제에 대한 담화를 발표하고 한글 간소화안은 이부의 반대가 있다 하더라도 정부는 독자적으로라도 간소화안을 실시할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한글 간소화안을 정부 독자적으로라도 단행하게 된 것은 일반 공론에 입각한 것이므로 일반에서도 정부안에 찬동하여 모두 간소화안을 쓰게 될 것이라고 부언한 다음, 현행 한글보다 읽기 쉽고 쓰기 쉬운 국문 간소화안은 민족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하였다.
16일 자유당에서는 한글 간소화의 문교부안을 절대 지지하는데,
“과거에 김두봉(金枓奉) 일파가 조작한 지나치게 복잡한 한글을 강요하던 북한 공산도배는 이제 와서 이극로(李克魯) 일파를 동원하여 파괴적인 문화공세를 전개하고 그 계기를 이 한글 간소화 반대에 포착(捕捉)하고 있는 것이다.”
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보다 앞서 14일 국어국문학회에서는 한글 간소화안 절대 반대의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각 대학 국어국문학 교수단에서는 20일 “진가(眞假)와 정사(正邪)가 국민의 눈을 가리고 혼미(昏迷)와 곡학(曲學)에 싸인 문교부의 한글 간소화안을 물리치는 동시에 비과학적이고 시대를 역행하는 소위 철자법 간소화안을 강요함으로써 민심의 동요를 가져오고 문화의 진전을 막는 어리석은 짓을 말아주기를 충심으로 바란다.”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정(正)ㆍ부(否)의 싸움】
21일 갈(葛) 공보처장은 담화를 발표하여 “정부는 문화발전과 시대적인 요청에 호응하여 한글 간소화 계획을 신중히 심의 추진할 것이다”고 전제하고 “이 문제에 대하여 일부 이론(異論)도 없지 않은 듯한데 원래 매사에 그 근본정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가(自家)의 이설(異說)만을 고집하는 일이 있다면 이는 시대적인 요청을 무시하며 문화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이선근 문교부장관은 “이제까지 발표된 논설은 별로 참신한, 그리고 이론적인 근거가 박약하기 때문에 그 의견을 참작할 수 없다.”고 단언한 바 있었다. 한편, 기획처(企劃處)에서는 한글맞춤법심의회의 경비로 문교부에서 긴급 지출할 것을 요청한 것을 244만3천여 원으로 삭감 사정하여 국무회의에 부의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도 있다.
문교부에는 3ㆍ4통의 진정서가 매일같이 끊일 새 없이 들어왔고 한글학회에도 각 교육회 및 학교의 진정서와 각 방면의 감사문(感謝文)도 계속하여 도착하였다. 그러나 총무처에서는 이 대통령 유시(諭示)에 의하여 7월 24일부터 각 부처 공문서에는 한글을 전용하되 한글 간소화안을 사용하라고 지시하였다. 또한 문교부에서는 한글학회의 학술적인 단체와 똑같은 문교부안을 지지하는 새로운 어학단체를 조직하도록 몇몇 사람에게 권유하여 8월 1일 시내 정릉리(貞陵里)에 있는 신흥사(新興寺)에 [대한어문연구회(大韓語文硏究會)]를 조직하였다. 그 임원에는 이사장에 정경해(鄭璟海: 貞德국민학교장)씨이고 이사에는 박정서(朴定緖: 朴勝彬씨 子弟)ㆍ김노산(金老山: 상공부 특허국)ㆍ최우현(崔禹鉉: 大韓鹽業組合會 상무이사)ㆍ장봉선(張鳳善: 한글타이프사 대표)ㆍ양제칠(楊濟七: 공업)씨 등이었다. 그런데 정씨가 그 빌족 인사에 “최근 문교부로부터 한글단체를 조직해 보라는 권유를 받아 이번 발족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며칠 후 이사 중의 한 사람이 “순수한 학자적 양심에서 같이 일할 수 없다.”고 말하였으며, 장봉선씨는 “한글 간소화에 대한 그들의 태도와 학문의 이념이 전연 배치된다.”는 탈퇴 성명을 발표하여 ‘어문연구회’는 발족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무너지고 말았다.

【간소화안의 결말】
정부의 국무위원들과 자유당 정책위원들과의 연석회의에서는 문교부의 한글 간소화안을 보류하였다. 국회 문교위원회에서는 국회 제31차 본회의에서 설치하기로 결정된 한글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하여 7월 21일 하오 3시 반 국회 문교위원장 김법린(金法麟)과 손문경(孫文璟)ㆍ표양문(表良文) 의원과 학술원측 최규남(崔奎南)ㆍ이병도(李丙燾) 양씨가 문교부장관실에 회합하여 한글대책위원회 구성 인원을 정부ㆍ국회ㆍ학술원에서 각각 3명씩 선출하기로 결정하고 제1차 회의를 8월 2일에 열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므로 28일에는 학술원에서 대표 3명을 선출하여 최규남씨가 사회하고, 이병도씨가 대표 선출의 요령을 설명하였는데, “이번 대표는 한글특별대책위원회를 조직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한글 전문가가 아니라도 좋을 것이다.”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어문분과위원회로 넘겨 최현배ㆍ이숭녕ㆍ양주동 3씨가 선출되었다.
8월 2일 하오 2시부터 예정대로 정부측 대표 허증수(許增秀: 문교부차관)ㆍ안용백(安龍伯: 문교부 고등교육국장)ㆍ최석주(崔錫柱: 공보처차장) 3씨와 국회 대표 표양문ㆍ손문경ㆍ정중섭 의원 등 그리고 학술원측 최현배ㆍ이숭녕씨 등(양주동씨는 신병으로 결석)이 화합하였고 이선근 문교부장관과 김법린(국회 문교위원원장)씨는 옵서버로 참석한 가운데 문교부장관실에서 비공개로 제1차 회의를 열고 한글 간소화 문제에 대한 모든 표결은 정부측 1표, 국회측 1표, 학술원측 1표씩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그 후에도 1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가져 전후 십여 차에 걸쳐 회의를 하였으나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였고 그로부터는 아무런 회의도 열지 않고 그대로 유야무야(有耶無耶)되고 말았다. - <해방 17년사>(1962)에서 옮김 -

2014년 12월 29일 월요일

하오 정경해선생님의 학설(하오학설) 을 처음 만나시는 분들께

국문법은 국어학자들이나 알고 잇는 딱딱하고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만흘 것이오. 그러나 국문법은 우리 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통달하고 잇는 것이오. 단지 다 알고 잇는 미묘한 법칙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지만 못할 따름이오. 하오학설은 우리 민족이면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잇는 우리 말의 법칙을 발킨 것이니 현명하신 독자분들께서 올코 그름을 판단해 주기 바라오.

하오 정경해선생은 현재 학계에서 공인되어 통용되고 잇는 국어 문법의 근본원리가 매우 잘못되어 잇슴을 알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하여 평생을 연구하고 노력하신 분이오. '하오 정경해 국어학 논총' 은 하오 선생이 평생 펴내신 책과 글들 중 중요한 것들을 한 자리에 모은 책이오

' 하오학설 ' 은 크게 ' 쌍서탁음론', ' 바침후천론 ', 원형개정론 ', ' 어미활용론 ' 으로 나눌 수 잇소.

' 쌍서탁음론 ' 은 훈민정음 창제 당시 쌍서 (ㄲ, ㄸ, ㅃ, ㅉ 들) 는 탁음을 기록하도록 만든 것이고 그 음가는 유성음 ( g, d, b, dz 들 ) 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오. 그러나 현재는 쌍서로서 경음을 기록하도록 정하고 잇소. 이는 훈민정음에 명확히 표기되어 잇는 사실이며 경음은 ' ᄭ, ᄯ, ᄲ, ᄶ '로 쓰도록 되어 잇엇으나. 후세에 탁음(유성음) 의 음가를 잘 이해하지 못한 학자들의 착오로 인하여 쌍서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표음문자인 훈민정음이 유성음을 표기할 수 업는 절름바리 문자로 전락하게 된 것이오.

' 바침후천론 '은 우리 말은 원래 바침이 업섯고 바침은 나중에 생긴 것이라는 주장이오. 그러나 현재는 ' 입다, 먹다' 에서 '입, 먹 ' 과 가튼 바침잇는 말이 우리 말의 뿌리인 어간이라고 가르치고 잇소. 하오학설에서는 '이브. 머그' 라는 바침업는 말이 우리 말의 원래 뿌리이며 이 말이 '-다' 와 만나서 바침이 생겻다고 설명하오. 이는 우리 말이 바침이 업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우랄알타이어 계통이라는 사실 뿐만 아니라 지금 진행되고 잇는

'가지다 --> 갖다, 부르트다 --> 부릍다, 디디다 --> 딛다 '

와 같이 바침업는 말에서 바침잇는 말로 변화하는 현상에서도 알 수 잇는 지극히 쉽고 자연스러운 사실이오. 또한 '복돌이가 간다 ' 처럼 바침 잇는 명사 '복돌' 에 '이' 를 부쳐서 바침을 업샌 후 주격조사를 부치는 언어습관은 우리 말이 옛날에는 명사까지도 바침이 업섯던 사실을 보여주는 흔적이라 할 수 잇소.

'원형개정론'은 현재 용언의 기본형(원형) 으로 자펴잇는 해라체의 '-다' 종지형을 하오체의 '-오' 종지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오. 남을 가장 업신여기는 해라체를 우리 말의 기본으로 사마 퍼트린 것이 우리 정신이 점차 거치러지는 큰 원인이 되고 잇소. 이러한 정신적인 면 외에 문법적인 면에서도 '-다' 종지형은 우리 말의 기본형이 될 자격을 가추지 못한 말이오.

기본형은 현재형으로 자바야 함이 마땅하오. 그러나 형용사의 '-다' 종지형 '예쁘다 '는 현재형 이지만 동사의 '-다' 종지형 '가다' 는 현재형인 '간다' 에서 유동소 '(느)ㄴ' 이 탈락해서 된 과거형이오. 이처럼 유동소 탈락에 의한 과거형은 '가는 사람(현재) , 간 사람(과거)' 에서 아주 뚜렷하게 나타나오. 실제로 우리들은 실생활에서 현재형은 '간다' 로 쓰고 '가다' 는 '어제 산에 가다 ' 처럼 과거의 사실을 감탄적인 글로 저글 때에만 사용하고 잇소.

또한 '없다, 엎다, 업다' 처럼 표음문자인 우리 글로 저근 기본형이 소리로 드러서는 뜻이 구별되지 안는다는 점이오. 이외에도 여러가지 면에서 '-다' 종지형은 우리 말의 기본이나 근본 또는 대표형이 될 자격이 업는 말이오. 이처럼 기본이 되어서는 안되는 말을 근본으로 삼고 거꾸로 문법을 푸러 나간 결과 우리 마춤법은 난해하게 되엇고 고등교육을 다 마친 사람들도 마춤법에 자신이 업는 결과를 나케 되엇소.

반면에 하오체인 '오' 종지형은 공손법 체계의 중심에 자리잡아 상대방을 노피되 나를 나추지 안는 귀한 정신이 드러 잇는 문체이며, '가오' 와 가튼 한 형태로 서술형 (나는 가오), 명령형 ( 그곳으로 가오!), 의문형( 그 아이가 가오? ) 에 모두 사용되어 활용도가 크고 , 현재형이고, 구어체이며 , 말의 음가를 그대로 보존하는 등 우리 말의 기본이 될 자격을 골고루 가추고 잇소. 기본형을 '-오' 종지형으로 바꾸는 일은 우리 말과 우리 정신을 되찾기 위해서 시급히 이루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 하겟소.

' 어미활용론 ' 은 '먹으니, 먹어서, 먹이고 ' 에서 '먹으, 먹어, 먹이 ' 의 'ㅡ, ㅓ, ㅣ ' 의 변화만을 어미활용으로 보고 ' -니, -서, -고 ' 는 토씨가 첨가된 것으로 보아야한다는 주장이오. 현재는 '으이, 어서, 이고, '를 어미로 보고 이러한 변화현상을 어미활용 / 어미변화라고 설명하고 잇소. 하오선생은 초기에 펴낸 '국어강의'에서 자신의 어미활용론을 주장하시다가 말년에 다시 이에 대한 논문을 쓰시며 여생을 마치셧소.

이러한 '하오학설' 을 이어서 더욱 발전시켜 우리 말에 깃드린 귀하고 소중한 정신을 우리 민족에게 되차자 줄 뜻잇는 학자를 기다리는 바이오.

( 이 글은 하오 정경해선생이 주장하시는 " '-오' 종지형 "과 " 바침 후천론( 종성은 8자음만 쓴다)" 에 맞춘 맞춤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구 언문 철자법" 과 거의 같은 문법입니다)

2014년 11월 19일 수요일

하오 정경해선생의 약력

하오 정 경 해 (鄭暻海)

1911년 1월 19일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남
1929년 경기도 공립사범학교 졸업
1976년 서울 안암국민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
1995년 6월 14일 경기도 가평에서 돌아감

[경력]

1950년 서울 정덕 국민학교 교장,
아현 국민학교 교장 (1959),
서빙고 국민학교 교장 (1961)
서대문 국민학교 교장 (1962),
돈암 국민학교 교장 (1965),
소의 국민학교 교장 (1969)
안암 국민학교(1973) 교장으로 1979년에 정년퇴임.

1959년 국어심의회위원
1959년 교과용 도서편찬위원
1987년 표준말 사정위원
1977- 하오학회 회장

[ 포상 ]
1960년 녹조소성훈장(대통령)
1976년 국민훈장 동백장(대통령)

[ 저서 ]

*쌍서탁음론(철자법 개정 원리) -한국대학 통신교육부(1952)
*국어강의(철자법 개정 원리) - 한국대학 통신교육 출판부(1954)
*한글 마춤법 개정안 - 한국대학 통신교육 출판부(1954)
*원형개정론(철자법 현대화 원리) - 대재각(1962)
*철자법 개정원리 - 현행 철자법 기간 이론비판 (1965)
*국문법 원리 수정론 법조 청림각(1975)
*하오학보 1호(1977) 2호(1977) 3호(1978) 4호(1878) 5호(1980) 6호(1981) 7호(1983) 8호(1984) 9호(1984)

[ 논문 ]

정경해 - " 바침후천론" 제 13회 전국 국어국문학 연구 발표대회 (1970)
정경해 - " 한글 마춤법 개정안" 말글 제 6호 어문 연구회 (1971)
정경해 - " 동사의 '-다' 종지형의 시제에 관한 연구" 제 38회 전국 국어 국문학 학술대회(1995)

序 (崔南善) (本書는 筆者가 "雙書濁音論'을 發表할 때 써주신 序임)

國語는 國民의 精神的紐帶로서 그 硏究와 運用이 當을 얻고 얻지 못함은 國運과 民生의 關係一實

로 莫重하다.

우리 韓國의 言語文學에 대한 自覺이 比較的 늦고 世宗聖王의 訓民正音이 人類文學上의 一奇蹟을 나

타내셨건마는 그 眞價妙用이 完全히 發揮되지 못한 憾이 없지 못하였다.

最近世에 이르러 周君時經이 草萊를 헤치고 朴君勝彬이 蹊逕을 다듬어서 音理語法에 자못 發明함이

있었으되 或功이 一段에 그치고 或見이 一隅에 局하여 全體와 大用은 오히려 他日에 기다릴 밖에 없었다.

新運以後에 國語의 活氣가 曠古의 움직임을 보인 것은 當然한 일이로되 學界의 趣向에 乖戾가 많고 무

엇보담도 自然한 聲理를 不自然하게 하여 易知易解할 語法을 難知難解하게 함에 빠뜨리고서 얼른 그런 줄

조차 스스로 살피지 못하고 있음은 識者의 痛嘆을 禁치 못하는 바며 그 弊가 敎育上에 있어서는 國民思想의

正當한 發展을 沮害하고 國民生活에 있어서는 그날 그날의 新聞 한장을 순순히 讀解하기 어렵게 하기에 이

르러서 그 害가 다만 滔天洪水의 比만이 아니었다.

나도 이 危機와 禍色을 깊이 걱정하는 一人으로서 狂瀾을 旣倒에 돌이킬 大手를 기다리더니 何幸으로

鄭君暻海가 이 근심을 한 가지로 하고 周, 朴兩氏 의 未到한 境界를 推進挾開하여서 國語國文의 하마 파묻

힐번하던 빛이 漫然히 다시 밝아질 것을 알고서 오래 찌프리고 지내던 눈섭을 문득 펴게 됨에 끝없는 기쁨을

느끼고 있다.

진실로 一家를 自立하고 一藝를 卓立함이 容易한일이 아니요, 더욱 一世의 迷妄을 깨뜨리고 萬代의 光明을

틈은 難中의 難事다. 그러나 君의 길은 바로 잡혔으며 君의 誠意와 精力은 이 길을 넓혀서 最後의 目標에 이

르지 않고는 말지 않을 것이 疑心없으니, 君의 志業成就와 함께 우리 國語本然의 妙用發揮를 快觀할 날이

결코 멀지 않을 것이다.

君의 斯學上 처음 碩果인 "雙書濁音論"을 世上에 보내는 機會에 이것이 우리 語文學上에 새로 한 時期가

그어지려하는 큰 事業임을 천하에 외침은 나의 가장 快心事다.

1952年 7月 4日
崔南善

(이 글은 육당 최남선 선생께서 필자가 "쌍서 탁음론'을 발표할 때 써주신 글입니다)

추천하는 글

국어는 국민의 정신적 유대로서 그 연구와 쓰임이 바른 길을 얻고 얻지 못함은 국운과 민생의 관계가 실로 막중하다.

우리 한국의 언어 문학에 대한 자각이 비교적 늦고 , 세종성왕의 훈민정음이 인류 문학상의 한 기적을 나타내셨건마는 그 가치와 오묘한 작용이 완전히 발휘되지 못한 감이 없지 않았다.

최근세에 이르러 주군 시경이 황폐한 땅을 헤치고 박군 승빈이 지름길을 다듬어서 음리어법에 발명함이 있었으되, 혹 이바지 함이 일단에 그치고 생각이 한 모퉁이에 불과하여 전체적으로 널리 쓰게 됨은 오히려 앞 날을 기다릴 밖에 없었다.

광복 이후에 국어의 활기가 넓고 깊은 움직임을 보인 것은 당연한 일이로되 학계의 취향이 사리에 어그러짐이 많고, 무엇보담도 자연한 성리(聲理)를 부자연하게 하여 쉽게 깨치고 쉽게 이해할 어법을, 어렵게 깨치고 어렵게 이해하게 함에 빠뜨리고서 얼른 그런 줄 조차 스스로 살피지 못하고 있음은, 배운 이들의 통탄을 금치 못하는 바며, 그 폐가 교육상에 있어서는 국민사상의 정당한 발전을 저해하고, 국민생활에 있어서는 그날 그날의 신문 한장을 순순히 독해하기 어렵게 하기에 이르러서 그 해가 다만 큰 물이 하늘을 뒤덮은 데에 비할 바 아니었다.

나도 이 위기와 화색을 깊이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광란을 멈추고, 엎으러진 길에서 돌이킬 큰 손길을 기다리더니 다행으로 정군 경해가 이 근심을 한 가지로 하고 주, 박 양씨의 미처 도달하지 못한 경계를 추진하고 탐문하여서 국어 국문의 하마 파묻힐 뻔 하던 빛이 맺힌데 없이 다시 밝아질 것을 알고서 오래 찌프리고 지내던 눈섭을 문득 펴게 됨에 끝없는 기쁨을 느끼고 있다.

진실로 한 집안을 자립하고 한 문화를 세우는 일이 용이한 일이 아니오, 더욱 일세의 미망을 깨뜨리고 만대의 광명을 여는 일은 어려운 일 중의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군의 길은 바로 잡혔으며 군의 성의와 정력은 이 길을 넓혀서 최후의 목표에 이르지 않고는 그치지 않을 것이 의심없으니 군의 연구의 성취와 함께 우리 국어 본연의 오묘한 사용이 발휘될 날 을 기쁘게 볼 날이 결코 멀지 않을 것이다.

군의 연구의 처음 결과인 '쌍서 탁음론(雙書濁音論)'을 세상에 보내는 기회에 이것이 우리 어문학상에 새로운 한 시기가 그어지려하는 큰 사업임을 천하에 외침은 나의 가장 쾌심사다.

1952년 7월 4일
최남선

철자법 개정원리 <서문 >

이 조그만 인쇄물을 고 육당 최남선 선생님과 학범 박승빈 선생님 영전에 무릎을 꿇고 바치는 바이다. 육당 선생께서는 필자의 어설프고 아둔한 공부에 밝은 등불을 비추어 주셨으니 필자는 선생의 바르고 강한 비판을 믿고 , 의지하는데서 큰 힘을 얻었다.

선생의 지지와 격려가 없었더라면 필자는 이 외로운 길을 도저히 이어 걷지 못하였을 것이다.

학범 선생은 필자의 가장 존경하는 학계의 권위로서 주시경선생의 학설이 훈민정음 제자 취지에 어긋나고 국어법 자연적인 형태에 위배되어 국가 민족 번영에 극히 해로운 그릇된 학설임을 간파하시고 이 그릇된 학설이 실시되는 것을 막고자 심혈을 기울여 학리를 연구하고 동지 규합에 전력을 다 하셨으나 협조하는 학자가 적어서 인해전술을 당해내지 못하시고 아쉬움 속에 세상을 떠나셨다. 선생 살아계시는 동안 도와 드리지 못한 것이 한없이 죄스럽다.

들은 바에 의하면 50년 내에 자신의 주장이 승리한다고 예언하시었다는데 그렇게 되었으면 오죽이나 좋으련마는 세상 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니 어찌하랴!

이제 선생은 가시고 미약한 이 사람이 감히 님의 뜻을 이어 보려고 하나 어찌 가당한 일이겠느냐!

다음으로 이 소저를 감메 최현배 선생을 비롯한 한글학회 제선생 앞에 삼가 드리는 바이다. 선생 제위는 국문과 국어를 지극히 아끼고 섬기신 분들로서 일정 수십년간 국어문을 수호하신 공로가 비할 데 없이 크다.

본 저서 가운데에는 때로 선생 제위에게 지나친 언사를 쓴 데가 있을 것이지만 이것이 곧 여러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생각하시고 양해 하시기를 바란다.

끝으로 이 책을 만드는데 여러가지로 협조해 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리는 동시에 강호여러분의 아낌없는 지도편달을 바라는 바이다.

1965년 1월 19일

서울 서대문 국민학교 도서실에서
하우 정 경 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