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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 유정우 기자]
환경단체 행사나 집회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바로 “이 땅의 생명이 얼마나 무시당하는지를 보여주는”이라는 수사다. 거의 매번 이런 말을 듣기는 들었으니 정말 무시당하기는 하는 모양이다. 환경단체들의 이런 ‘수사’에 대해 요즘 TV 광고나 라디오 프로그램, 길거리의 광고판 등 등 어디를 가도 ‘친환경’이라고 나붙은 그 ‘말’들은 좀 서운해 할 것 같다.
지난달 21일 발표된 ‘OECD 한국환경성평가보고서’에는 “1997년 금융위기 이후, 대한민국은 매년 6%의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현재 가격 및 환율로 14,100 USD에 이르렀고 성장 요인은 대부분 수출이다.
그리고 인구밀도는 약 10만㎢에 4,800만이나 되는 인구(484인/㎢)가 살고 있으며 이는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인구밀도를 보여준다. 수도권에만 전체 인구의 48%가 거주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GDP의 53%가 수도권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보고서는 “탄소, 에너지 및 물질이용 지표들은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편이다”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한국은 i) 환경정책의 이행을 강화하고, ii) 경제적 결정(에너지, 농업, 교통, 임업, 재정 및 토지이용 결정 등) 시 환경문제의 통합적 고려를 제고하며, iii) 나아가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협력을 점진적으로 심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돈 버는 권리에는 강하고 사회적 책임에는 약하다
다른 말로 바꾸면 “돈은 많이 버는데 버는 만큼 환경적 책임에는 약한 나라”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달 28일 재정경제부는 기업의 애로사항과 투자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환경개선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의하면 기업들은 수도권 공장증설이 지금보다 더 쉬워지고 상대적으로 그에 따른 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재계는 이 조치에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여기서 방점을 찍어야 하는 것이 바로 ‘수도권’이다.
정부의 발표가 나자 환경단체들은 “사전환경성, 재해영향성 검토 절차의 면제를 포함해, 농지전용 확대와 개발 부담금 감면 등 각종 규제의 예외적 특례를 적용받게 되고, 지금껏 농업용 저수지가 있는 상류지역의 5km 반경으로 공장이 들어설 수 없었으나 2km 반경으로 축소시켜 산업단지의 공간적 확장과 농업용수의 오염피해를 방기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결국 지난 92년 준농림지의 난개발이 심각해져 국토의 계획적 이용을 위해 만들어졌던 국토계획법을 무력화시키는 처사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 발 더 들어가 보자. 지금 국회에는 한나라당 박상돈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업도시개발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는 ·출자금 전액에 대하여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의 출자총액제한 제도 완화 ·자기자본 비율 10% 이상으로 규정 완화(종래 20% 이상의 자기자본, 투자자금 의무화) ·개발계획 승인 시 농업진흥지역 해제 및 농지전용허가 의제 ·모든 기업도시에 대해 수산자원보호구역 해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들은 “기업으로 하여금 최소한의 금액만 투자하도록 함으로 무책임한 개발을 남발할 우려가 크고, 기업도시보다 공익성이 강한 ‘사회간접자본확충을위한민간투자법’의 20%와 비교해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특히 수산자원보호구역과 농업진흥지역도 기업이 요구할 경우 해제할 수 있도록 했고 농지전용허가도 의제화해 환경오염과 국토파괴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지난 8월 중순 한나라당 김애실 의원의 대표 발의한 ‘종합부동산세와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주택재산세 과세대상인 주택의 공시가격을 현행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조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서도 역시 “부동산 양도차익이 대표적인 불로소득(不勞所得)임을 모르는가? 토지와 주택의 가격 상승은 정부적·사회적 요인의 기여가 압도적이어서 만약 토지 및 주택의 소유자가 단지 토지 및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격 상승분을 전유(專有)한다면 이는 ‘사실상 공동체의 기여를 노략질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건설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1일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 주택은 공동주택 14만 391가구, 단독주택 1만 8724가구 등 모두 15만 9119가구로 전체 주택의 1.2%에 불과하다. 이는 현행 6억 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이다. 참고로 참여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가운데 ‘지역균형발전’이 있다.
인식과 현실의 차이
올 여름 유난히도 더웠던 날씨는 기후변화에 대한 많은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홍수, 지속되는 무더위, 태풍 등 이상 기후로 나타난 사회적 피해의 원인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달 27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는 환경정의 기후정의청년단의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여기서 학생들은 미래세대 입장에서 기후변화 방지 및 한국정부의 온실가스 의무감축 참여방안을 제시하고 ‘우리의 미래를 불태우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기후정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세계적 위상에 맞는 책임 있는 역할에 대한 요청이었다.
하지만 현실과의 간격은 아직 있어 보인다. 9월 22일은 ‘세계 차 없는 날’이었다. 서울시와 환경부, 산자부, 차 없는 날 조직위원회의 주최로 치러진 이 행사에서 행사 당일 서울시 교통량을 조사해 평소보다 얼마나 줄었는지를 발표했다. 물론 관련 캠페인이나 행사의 홍보 미흡 등의 이유도 있을 테지만 결과는 당초 20%가량의 통행량 감소 목표에 턱없이 모자란 3.2%(오전 8시~9시, 녹색교통 집계) 감소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후 7시부터 9시 사이의 통행량을 비교해 보자면 오히려 2만대 가량이 늘었다.
여기에 환경피해가 대규모 개발로 이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일어난다. 지난 7월 강원도 평창 지역에 대규모 홍수가 나자 일부 언론에서는 ‘댐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이에 부응하듯 지난 8월 22일 한탄강 댐 건설을 발표했다. 수해가 난 강원도 평창과 연관 지을 무엇도 없는 지역이었다. 한탄강 댐 사업은 건교부의 수치 허위표기, 한탄강 댐의 경제성 분석 조작, 한탄강 댐 추진절차의 문제점,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의 문제점 등을 이유로 2005년 5월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린 사업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동일하게 나왔다.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잇따랐다. 발표가 있던 날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은 광화문에 모여 정부의 이번 결정을 규탄하고, 8월 22일부터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편 지난 2일 한탄강댐건설반대 철원·연천·포천 공동투쟁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와 철원군 및 환경단체가 추천하는 동수의 전문가로 검증위원회 구성 및 한탄강 홍수조절댐의 타당성과 적정규모에 대한 토론회와 설명회 즉시 개최 △국회에서 치수대책인 제방증고+천변저류지와 한탄강 홍수조절 댐에 대해 비교 분석할 것 △정부가 홍수조절용 댐+천변저류지 안을 택한 정확한 근거를 명시하지 않은 채 결정한 한탄강 홍수조절 댐에 대한 총체적인 국정감사를 실시 할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정부가 주도해 사업 자체를 부풀려 진행한 사례도 보인다. 경인운하 사업의 경우 처음에는 87년 7월에 발생한 홍수로 불거졌다. 당시 ‘굴포천 유역 종합치수 2단계 사업’으로 출발했지만 1992년 사업 착수 2년 뒤, 저폭 40미터의 방수로 건설과 하류지역 펌프장 증설 계획이 저폭 80미터 방수로 건설로 변경되었다. 이것이 다시 저폭 100m로 늘었다. 예산 역시 당초 2,455억에서 계획이 바뀌면서 약 18조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사업을 위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2003년 감사에서는 80m로 계획을 변경하면서 공사비 1200억 원을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이 드러났다. 경제성 재평가 과정에서도 전체 비용을 축소하고 편익에 해당하는 12개 항목은 부풀렸다. 최초의 연구사업 결과가 B/C=0.8166으로 경제성 없음으로 결론나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관련자가 중앙 인사위원회에 징계 회부되기도 하였다. 한탄강 댐 건설 계획과 그 진행이 유사하다.
현재 이 사업은 2005년 정부와 지역주민, 전문가 그리고 민간환경단체가 참여한 ‘굴포천 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구성되어 사업 진행여부에 대해 판단하고 있다.
친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자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환경호르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환경호르몬의 위험이 있어 보이는 제품의 소비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소비는 줄지 않았다. 다만 소비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뿐임을 보여준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친환경이 붙어있다. ‘친환경 개발’, ‘자연 친화적 아파트’, ‘친환경 제품’, ‘웰 빙’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생활-실상 유기농을 먹고, 오염 없는 곳에서 전원생활을 누리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지만 여전히 차를 버리지 않고, 대량 소비라는 소비습관을 버리지 않았으며, 지역사회와 소통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본다-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 ‘친환경’이라는 딱지가 붙지 않는 상품은 제 값 받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하면 친환경이라는 말이 그 것과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자본’이라는 말로 환원되어 버렸다. 친환경이 상품이 되어버린 지금 정작 자연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생활을 위한 인식은 멀어지고 있다.
일본의 환경운동가인 토다 키요시가 ‘환경정의를 위하여’라는 책에서 ‘개발’과 ‘발전’의미에 대해 이야기 한 부분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그는 “과연 부수고 더 높게 짓고, 소위 현대식이라 불리는 깔끔하게 보이는 콘크리트 숲을 만드는 것만이 개발인가? 차를 타고 다니고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고 더 편하게 소비하고 더 편하게 이동하는 것만이 ‘발전’인가?”를 묻고 “깨끗한 자연을 누리고 가꾸며 숲을 키우고 그 안에 함께 사는 방법을 찾는 것을 ‘개발’로 인식하고 더 인간다워지고 조금은 느리고 함께 소통하는 것은 ‘발전’이 될 수 없는지? 반문한다.
우리에게 ‘개발’과 ‘발전’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친환경이라는 가치가 점점 주목받고 있지만 주지했다 시피 여전히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달고 ‘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크고 작은 사업들은 끊이질 않는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아파트가, 상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친환경’이라는 이름은 장신구다.
유정우 기자(spica@promethe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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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프로메테우스
'친환경'이라는 이름의 장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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