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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경향신문(진중권)
2004/12/13(월)
이철우 의원 사건에 대하여  
이철우 의원 사건에 대하여 - 진중권 2004.12.12 (일) 1:0  추천:0 조회: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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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의 말에 따르면 이번 폭로(?)는 한나라당 지도부에서 영남권 초선의원들을 사주하여 일으킨 사건이라고 합니다. 의원이 이런 짓을 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영남 뿐이라는군요. 이게 영남의 분위기를 이용하여 일어난 것이라면, 이번 사건은 한나라당이 그 동안 권력을 유지해 온 방식, 즉 경상도 지역감정과 극우파 빨갱이론의 화려한 결합으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1-1 그 '폭로'라는 것의 내용은 가히 '폭탄'에 가까웠습니다. 이철우 의원이 간첩으로서 그 동안 국회 내에서 "암약"해 왔다는 것입니다. 이 폭로에 대해 한나라당은 허접한 3류 신문의 기사 외에는 아무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인 주성영 의원이 "수사적 표현"이라며 꼬리를 내렸지요. 하지만 "국회 프락치 사건" 운운하는 얘기까지 나온 마당에, 이게 "수사적 표현"이었다는 변명은 전혀 설득력이 없지요. 이 부분은 용서할 수 없는 인권침해이자, 명백한 명예훼손입니다.

1-2 또 하나는 이철우 의원이 조선노동당에 가입했는지 여부입니다. 1심, 2심 판결문을 보면, 이철우 의원이 조선노동당에 가입했다는 구절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근거가 없는 주장이지요. 이를 반박하려면 한나라당이 허접한 3류 신문이나 법원의 판결문이 아닌 다른 증거를 제시해야 하나, 그런 증거를 한나라당이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아무런 근거도 갖추지 못한 폭로이고, 이 부분 역시 용서할 수 없는 파쇼적 작태이자 명백한 명예훼손입니다.

1-3 이 상태에서 한나라당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판결문에 적시된 섹시한 내용일 것입니다. 노동당기와 김부자 초상화, 그리고 충성맹세. 설사 이게 사실이라도 이철우 의원은 그것에 대해 이미 처벌을 받아 형을 살았습니다. 따라서 느닷없이 이 문제를 다시 들고 나오는 것 자체가 실은 명예훼손이 됩니다. 가령 누군가 절도죄로 복역을 한 사실이 있는데, 그 사람이 절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공개된 장소에서 떠들고 다니는 것도 법에 저촉되는 것으로 압니다.

1- 4 주성영 의원은 이철우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위하여 국회 윤리위원회인가에 제소할 작정이라 합니다. 이는 명백한 이중처벌이지요. 이철우 의원은 이미 오래 전에 사면복권으로 이미 공민권이 회복된 상태입니다. 즉 투표를 하거나, 선거에 출마할 권리가 있지요. 그 권리로 출마하여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사람에게 사퇴해야 할 이유가 없지요. 외려 사퇴해야 할 사람은 주성영 의원입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주사파"라더니 주성영 의원이 진짜 '주사'를 부리는 모양입니다.


2-1  한나라당은 '민해전=조선노동당 지역당'이라 주장하나, 정작 그들이 근거로 든 책의 저자인 황인오씨는, 이철우 의원의 조선노동당 입장 사실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습니다. 조직의 논리상 그런 것까지 하부에 알리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재판에서도 이 부분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의혹을 제시하려면 재판의 결과를 뒤엎을 만한 새로운 증거를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증거가 존재할 리 없겠지요.

2-2 한나라당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판결문에 적시된 섹시한 내용일 것입니다. 거기에는 초상화와 깃발 앞에서 했다는 충성맹세에 관한 얘기가 나오지요. 이철우 의원이 정말로 충성의 맹세식을 치렀는지, 그 증거를 한나라당이 내놓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실을 말할 유일한 당사자는 이철우의 상급자 양모씨. 그런데 그가 그 초상화와 노동당기는 자신이 갖다 놓은 것이며, 당시 이철우 의원이 외려 "왜 저런 게 필요하냐"고 물었고, 자신이 대충 얼버무렸노라고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2-3 마지막은 고문여부입니다. 당시에 끌려간다면 고문은 당연히 받는 것이었고, 법원에서 고문받았다고 얘기한다고 해서 자백한 진술의 허위성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었지요. 당연히 고문은 받았고, 진술은 강요되었을 것입니다. 다만 당시 수사했던 사람들과 대질심문이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고, 당시 수사관 중의 하나가 나서서 고문했다고 양심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이 역시 밝혀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심증은 가도, 물증은 없는 상태가 되겠지요.


3-1 실체적인 사안을 다투는 부분(1-1, 1-2, 1-3, 1-4)부분에서 한나라당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주장을 하는 사람은 입증의 책임을 져야 하나, 그 허접한 신문은 사건이 커진 다음에야 비로소 당사자에게 판결문을 보여달라고 할 정도로 성급한 보도를 했습니다. 이철우 의원이 받은 피해를 고려할 때, 이 정도의 악의적 보도라면 편집인은 아마 구속될 것입니다.

3-2 한나라당도 그 허접한 신문사와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아 판결문 외에 다른 근거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1, 2심 판결문을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이철우 의원이 간첩으로 암약했다는 증거도 없고, 그가 노동당에 입당했다는 얘기도 없고, 설사 충성맹세를 했다고 해도 이미 처벌을 받았고, 더군다나 오래 전에 사면복권을 받은 이상, 그 부분을 다시 거론하는 것 자체가 명예훼손이기에 법적 책임을 면하기 힘들 것입니다.

3-3 이 상황에서 한나라당에 남은 것은 판결문 속에 적힌 김부자 초상화와 조선노동당 깃발에 관한 구절을 반복 인용하면서, 색깔론 공세를 펴는 것 밖에 없겠지요. 아마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이철우 의원이 간첩으로 암약했다고 주장한 사실(1-1), 그가 조선노동당에 입당했다고 말한 사실(1-2)을 희석시키려고 애쓸 것입니다. 주성영 의원이 "정치적 수사" 운운하는 것은 이 곤경에서 빠져나가려는 수법, 즉 도마뱀 꼬리 자르기 수법이지요.


4-1  이 사건은 한나라당의 전술적 미스입니다. 허접한 신문사의 기사를 복사해서 의원들에게 나눠주고, 확인도 없이 사고부터 쳐버렸으니까요. 이게 초선 의원 몇 명이 저지른 사적인 폭로였으면 모르겠으나, 신속히 당 지도부까지 가세하고 나선 이상, 이제는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이지요. 게다가 이번 폭로 자체는 우발적으로 일어났을지 모르나, 이런 류의 폭로정치를 하겠다는 음모를 이미 당 차원에서 오래 전에 세워놓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태입니다.

4-2 게다가 여당 의원들뿐 아니라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총장까지 걸고 넘어진 것을 보면, 이 참에 아예 시민단체까지 빨갱이로 몰고가겠다는 의욕적인 계획이었던 모양입니다. 이 색깔론 드라이브의 주요 타겟은 당연히 유시민 의원입니다. 그런데 제가 알고 있기로 유시민은 386이 아니라 이념성이 거의 없었던 그 윗 세대에 속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수사기록 뒤져야 별로 얻을 것은 없을 것입니다.

4-3 이번 일을 계기로 열린우리당이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이철우 의원이 국보법 문제를 놓고 뺀질거리던 '안개모' 소속이라고 하지요? 자기들이 당하고나니 이제야 정신이 좀 드는 모양입니다. 이번 사건, 대충 얼버무려서는 안 됩니다. 끝까지 싸워서 한나라당의 파쇼적 싸가지를 이 참에 확실히 뿌리 뽑아놓아야 합니다. 형법보완이니 헛소리 그만 하고, 이 참에 시민단체에서 요구하듯이 국보법의 완전 철폐로 입장을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4-4 이번 사건은 한나라당이 얼마나 한심한 인간들의 집단인지 스스로 폭로한 쾌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톨레랑스라는 것은 남에게 그것을 베푸는 자들에게만 허용되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에 그런 톨레랑스를 기대할 수 없다면, 우리 역시 한나라당의 파쇼적 작태에 톨레랑스를 보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 하라는 의정 활동은 안 하고 이런 짓만 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민 세금 먹고 이 나라의 몸에서 자라는 기생충들입니다. 기생충은 웬만하면 박멸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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