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혜조 스님은 소리 경전 ‘우리말 법화삼부경’ 음반을 내고 점자를 못 읽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무료로 보시하고 있다.
“스님, 점자를 읽을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이 더 많습니다.”
2005년 12월 한 시각장애인이 혜조 스님에게 말을 걸었다. 그날은 점자로 된『법화삼부경』이 빛을 보는 날이었다. 스님이 3년 동안 밤잠과 새벽잠을 설쳐가며 번역과 윤문, 교정을 했던 고생은 점자 경전을 받아든 시각장애인들의 웃음을 떠올리며 잊었던 날이었다.
한 시각장애인의 말은 출가 전 ‘점자로 된 불서를 이생에 꼭 내겠다’던 스님에게 경책의 소리였다. 찰나, 스님은 어리석었던 자신을 발견했다. 시각장애인도 부처님 말씀을 공부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다그쳤다. 귀로 읽는, 소리로 듣는 경전을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한글교육을 받지 못하면 글을 읽지 못하는 것처럼 점자교육을 받지 못한 시각장애인들이 많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어요. 순간 머리가 아득해지더군요. 으레 읽을 줄 알았던 거죠.”
스님은 다시 뛰었다. 성우와 녹음실, 제작사를 섭외하고 녹음에 들어갔다. 그날그날 녹음한 내용의 교정은 스님의 몫. CD로 제작되기 전이라 이상한 곳을 발견해도 처음부터 다시 들어야 했다. 결국 670페이지가 넘는『법화삼부경』을 소리로 제작하려니 제작비와 제작기간은 예상을 뛰어 넘었다. 부처님에게 기도를 시작하고 불사금을 모연하기 위해 백방으로 발품을 팔았다. 그렇게 꼬박 1년 6개월이 지나 올 6월 소리 경전음반‘우리말 법화삼부경’출시됐다.
“각각 2000개씩 제작된 소리 경전음반의 제작비가 30배나 많아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신심을 가지고 부처님 말씀을 배우려고 하는데 글을 읽을 수 없는 이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어 더 힘을 냈지요.”
출가 전 대형서점에 점자 경전하나 없는 현실에 부끄러웠던 기억, 장맛비에 무너져 내린 토굴 흙더미 속에서 관세음보살을 염하며『법화삼부경』번역하겠다고 발원했던 기억, 좋은 도반이자 스승인 어머니가 번역에 손을 놓고 있다며 책하던 기억 등등 기억의 파편들이 시절인연을 맺고 ‘우리말 법화삼부경’의 조각을 짜 맞추었다.
“시각장애인들은 법회를 열고 싶어도 장소 섭외도 여의치 않고 법회 장소로 모이기도 여간 어려워요. 마음내기 쉽지 않죠. 그들이 소리 경전으로 부처님 품안에서 행복을 찾으실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음반이 팔린다면 수익금으로 소외된 이웃이나 변변한 요사채 하나도 없는 절에 불사도 도와드리고 싶어요.”
스님은 기거할 곳도 마땅치 않아 한 스님의 도움으로 부천에서 지낸다. 공양주도 없는 절 살림, 그러나 스님은 오히려 부처님의 가르침이 소리라는 방편으로 더 멀리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
불자들에게 복전이며 불교 공부도 할 수 있는 소리 경전음반. 성우 이의선 씨의 목소리를 빌린 소리 경전음반은 1편에 2장씩 8편으로 구성된 일반오디오 CD와 2장으로 구성된 MP3파일 CD, 보급용 CD 등 세 종류며 시중 음반가게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010)2273-2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