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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6_잡초밭이_주는_교훈(정춘근_시인_한탄강_원고).hwp
잡초밭이 주는 교육
잡초밭이 주는 교훈 “쥐꼬리만한 보상금으로는 갈 곳이 없어요.” 이 말은 한탄강 댐을 건설 중인 연천군 고문리에 마지막으로 남겨진 가겟방 할머니가 요란한 굉음으로 강의 푸른 줄기를 틀어막고 있는 중장비를 보면서 내뱉은 절규였다. 다른 사람 이름으로 된 가게를 운영하던 할머니가 받은 보상금은 다른 곳에서는 집 한 칸 살 정도가 아니라고 했다. 할머니는 몇 십 년 동안 주변 군인들과 재인폭포를 구경 오는 사람들에게 잡다한 식료품과 담배를 팔아왔다. 그런데 댐 공사가 시작 되면서 빨리 이사를 해야 하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마지막 까지 남아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할머니처럼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고문리를 떠나가야 했다. 계산이 빠른 사람들은 밭에 과일나무를 심고 마당에 쓰지도 않는 시설을 설치해 보상금을 받았지만 순박한 사람들은 그러지 못하고 떠나갔다. 사람들이 떠나가자 집들은 중장비에 의해 부서지고 논과 밭에는 잡초들 그늘만 깊어가고 있다. 물에 잠기지도 않으면서 수몰지역이 된 우스꽝스러운 장면은 전 국민의 질타를 받는 4대강 사업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사업이었다. 이 한탄강 댐 사업의 내면에는 역대 대통령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역대 대통령과 댐과의 특수한 관계를 알아보면 무능 하다기 보다는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피할 수 없다. 이 댐은 임진강 홍수 조절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임진강 홍수 조절만 잘 되면 굳이 한탄강에 댐을 건설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임진강 상류 북한 지역에는 3억톤 이상의 담수 능력을 가진 황강댐이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소 1억5천만톤 이상의 댐이 필요한데 북한 지역이 물에 잠긴다는 이유로 김대중 대통령은 7천만톤 규모의 군남댐을 건설했다. 결국 임진강 유역 홍수 조절을 위해 한탄강에 2억7천만톤의 댐을 세우는 수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엉터리인 계획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또 다음에 들어선 정권은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댐을 반대 하는 측에 공개 메일을 보냈다. 그 때 호기 있게 약속한 것이 ‘한탄강 댐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겠으며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댐 건설을 하지 않겠다’였다. 당연히 우리 철원은 지지를 했다. 하지만 선거에서 승리한 뒤에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한탄강 댐 건설 재검토는 구렁이 담 넘어 가듯 하면서 홍수조절용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더 놀라운 것은 2005년 감사원에서 ‘경제성’ ‘사업성’ 등을 따져 ‘재검토 하라는 사실상의 사업 포기를 권고’ 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권위는 한탄강 댐 문제에서 만큼은 잡초 밭에 버려졌다. 특수한 관계에 있는 수리·수문 학자들을 주축으로 임진강 특위(위원장 총리) 산하 검증평가단을 만들어 다시 댐 건설을 결정했다. 이후 들어 선 정권은 한탄강 댐 건설에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 당시 반대 투쟁위에서 제기한 행정 소송 1심에서 조정 권고안(2008)으로 감사원과 같은 이유를 들어 ‘절반 이하로 규모 축소’할 것을 제시했다. 이 조정안이 시사 하는 것은 댐이 필요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갑자기 조정안을 제시한 재판부가 바뀌는 사태가 발생하고 건설교통부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졌다. 결국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순수 홍수조절용 한탄강댐’으로 확정 판결이 났다. 이런 법원의 판결은 한탄강 반대 투쟁위의 사실상의 승리이다. 왜냐하면 잡초 밭으로 만든 토지 보상금과 콘크리트 덩어리 댐을 만드느라 들어 간 건설비용을 합쳐 1조원 이상의 돈이 들어갔지만 평소에는 담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다목적이 되었다면 환경파괴와 함께 상류 지역은 각종 규제로 건물 신축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댐이 생겨도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다. 우선 우리 철원이 반대 운동에 나섰을 때 상처에 소금 뿌리듯 찬성을 했던 이웃 지자체는 수백만평을 잡초 밭으로 만들었다는 부끄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 하류 지방은 대홍수가 발생해 10~15일 정도 담수할 경우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지하 동굴 지반이 무너질 가능성에 불면의 밤이 될 것이다. 더욱 우려가 되는 것은 인도 코이나댐이나 중국의 산샤댐에서 볼 수 있듯이 유발지진 문제이다. 한탄강 담수량 2억7천만톤의 수압에 유발지진이 발생한다면 댐 하류의 안전은 보장 받을 수 없다. 틀림없이 연천댐 붕괴를 경험한 경기 북부 지역 주민들의 댐을 해체하자는 여론이 들끓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옛말에 順天者는 存하고 逆天者는 亡한다고 했듯이 애초 한탄강 댐 사업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일이었다. 댐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 - 군부대 동의 - 주민 동의 – 사업계획 고시를 해야 한다. 그게 21세기 글로벌 시대 OECD국가에서 하는 행정 절차이다. 이런 것을 다 무시하고 야경국가에서나 하는 ‘시공업체와 먼저 계약하고 다른 절차를 무시’하는 원시적인 사업을 추진한 결과는 댐이 완공도 되기 전에 ‘해체’를 요구하는 주민 목소리가 들리게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한탄강 댐을 해체 하는 것을 반대를 한다. 잘못된 건설 행정이 천혜의 자연 환경을 망치고, 선량한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 잡초 어떻게 밭으로 만드는지를 후손에게 가르치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탄강 댐은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삼권 분립의 한 꼭지점인 대법원에서 ‘순수 홍수조절용’으로 공인을 받았다. 따라서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능멸하겠다고 작심하기 전에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경기 북부 일부 지자체에서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담수를 해달라는 요구는 가당치 않은 억지이다. 농업용수 관로는 매설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또한 한탄강은 유량이 작아 일정기간 담수를 하게 되면 하천유지용수 부족 문제도 발생한다. 이러한 점을 생각하면 말잔치 아니면 지극히 개인적인 희망 사항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한탄강 댐 건설 반대 운동에 나섰던 주민들의 투쟁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살을 에이는 겨울바람이 부는 승일교 옆의 공원에서 밤을 새워 투쟁을 했던 주민들의 외침을 한탄강 푸른 물살은 언제까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찬바람이 부는 고석정 광장에서 반대 집회가 열렸을 때 흔한 오리털 점퍼도 입지 못하고 가을 옷을 두겹씩 껴입은 주민들의 성난 눈빛은 잊지 않아야 한다. 평생 농사 밖에 모르던 선량한 주민들이 주름진 주먹을 꼭 말아 쥐고 목청이 터져라 외쳤던 반대의 함성은 철원의 산과 들에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철원의 역사가 존재하는 한 후손들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할 한탄강 사랑 정신임을 명심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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