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원을_수복한_노병들의_소망(20200717).hwp
철원을 지킨 노병들의 소원
철원을 지킨 노병들의 소원 최종철 철원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 철원을 중공군으로부터 지켜냈으며, 계웅산 전투와 저격능선 전투를 통하여 김화군의 수복에 공헌을 한 9사단의 노병들이 철원을 방문했다. 백마고지 참전전우회 박명호 회장 등은 지난 7월 14일 오전 한탄리버스파호텔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의 역사적 의미와 철원이라는 학술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강세용 철원군의회 의장은 축사에서 백마고지 전투에 참가한 노병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으며 다과를 갔다드리며 담소를 나누었다. 나종남 육사 교수는 ‘미군 기록을 통해서 본 백마고지 전투’라는 논문을 발표하는 한편 백마고지 참전전우회 박명호 회장의 경험담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오후에는 철원문화원 향토사연구소 박종민 연구위원의 안내로 백마고지 전적지를 방문하여 그 당시를 술회했다. 한편 90대의 노병들은 금화의 오성산(五聖山)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감개무량해 했다. 이날 박명호 회장, 이건모 부회장, 김영린 부회장은 백마고지 전우 전사자비 앞에 서자 자연스럽게 ‘전사자에 대한 경례’와 ‘묵념’을 하였다. 나는 이 정경을 보면서 노병들의 인간애(人間愛)와 전우애(戰友愛)에 감동을 받았다. 박명호 백마고지 참전전우회장(89)에게 백마고지 전투의 승리 요인을 물었다. 그는 “명령이 엄했으며, 여기서 물러나면 포천까지 빼앗긴다는 각오가 있었다”며 “리승만 박사는 중요한 전쟁이므로 북진, 북진하라고 격려했다”고 밝혔다. 박명호 회장은 휴전회담 관계로 판문점이 있는 서부전선에서는 미군이 전투를 못하게 하였으나 동부전선에서는 치열한 고지쟁탈전이 벌어졌다고 했다. 박 회장은 리승만 대통령의 강력한 북진의지로 강원도 고성까지 회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나는 이 말씀을 들으며 그 당시 우리 조상들이 단순하고 순수하며 용감하였기에 백마고지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미군의 포병과 공군력이 승리의 주요인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현리 전투에서 패배한 9사단이 설욕을 하기 위하여 체계적인 훈련과 전력 현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했으며, 지피지기의 정보전 및 김종오 사단장(1921-1966)이 진두에서 지휘를 한 것이 승인이라고 본다. 1950년대의 고지전에서는 목숨을 걸고 싸우는 보병이 없으면 화력 지원도 위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백마고지 참전전우회 부회장이며 평창 이씨 대종회 고문인 이건모(91) 씨는 “백마고지에 묻혀 있는 전우와 그 부모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나는 살아남았으나 내가 저기에 묻혀 있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슬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그는 “매년 10월 16일 전적지에서 행하는 전사자 추모행사를 전우들이 묻혀 있는 백마고지(OP)에서 봉행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백마고지전투는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주야 10일간에 걸쳐 6.25전쟁 중 가장 치열하게 고지쟁탈전을 전개했던 전투이다. 국군 제9사단은 중공군 제38군 3개 사단(112, 113, 114사단)을 마침내 격퇴하고 백마고지를 탈환했다. 참전용사에 의하면 당시 1개 중대병력은 160~180명인데 한번 전투를 하면 사망자, 부상자, 실종자 등을 빼면 40명에서 30명 또는 28명이 남았다고 한다. 이때 9사단에 보충된 신병들은 1~2일 정도 용전분투를 하다가 전사를 하고는 했다. 이 고지전 중에 미군 포병의 오폭에 의하여 죽은 아군 병사도 있었다. 이 백마고지 혈전에서 미군은 유황도 공격의 2배나 되는 화력을 집중했다. 10분에 4천발의 포탄을 적에게 퍼부었다. 중공군은 아군에게 55,000발의 포탄을 발사했으며, 미군은 주야로 219,954발의 포격을 하였다. 이와 같은 백병전, 수류탄전, 폭격 속에 해발 395m의 백마고지가 394m로 1m가 낮아지고, 백마고지의 주인은 10일 사이에 24번이나 바뀌었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백마고지 전투(白馬高地戰鬪)는 세계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치열한 격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백마고지 전투에는 프랑스군도 참전하여 사투(死鬪)를 거듭했다. 백마고지 전투가 과거의 어느 전투보다도 그 양상을 달리한 것은 주야 10일간의 대혈전이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적은 낮에 숨어버리고 주로 밤이면 전투를 재개하였다. 그리하여 낮에 우리도 병력을 재정비하면서 전사자의 시신도 운반할 수 있었으며 따라서 식사도 운반하여 휴식과 함께 배고픔을 면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백마고지 전투에서는 낮이거나 밤이거나 또는 전투기가 떳거나 말았거나 상관하지 않고 150시간에서 200시간 이상을 줄곧 쉴 시간을 주지 않고 백병전을 전개했다. 이것은 백병전(白兵戰)의 세계적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백마고지의 혈전을 직접 목도한 소설가 박계주에 의하면, 아군은 밥 먹을 시간은 물론 오줌 눌 시간조차 없었으며, 이틀 동안 물을 마시지 못하여 바지에 쌀 오줌조차 없었다고 한다. 세계 전사상 유례가 없는 주야 10일간의 육탄전에서 아군은 3,422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중공군은 14,275명의 사상자와 포로가 발생했다. 이 중공군은 모택동으로부터 만세군이란 칭호까지 받은 최정예 사단이었다. 박명호 백마고지 참전전우회장은 “철원과 김화를 수복한 9사단 장병들의 사진과 증언이 청사에 기록되기를 희망한다”며 “우리 국군이 평양을 점령하고 압록강으로 진군할 때, 오성산의 북한군 2개 사단(낙동강패잔병)이 서울 침공을 위하여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면 까지 내려왔다가 UN군의 반격으로 패주한 사실이 있는데 우리 전사에는 누락돼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백마고지 참전전우회 김영린 부회장(87)은 “우리들이 1982년부터 정성을 모아 옛 전우와 3군신의 영령을 추모하는 사업을 해 왔으나 이제는 나이도 들고 경제적으로 어렵다”며 “백마고지 전적지를 철원군에서 이관을 받아 세계적인 전쟁유적지로 평화의 성지로 만들어 주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 때 9사단의 장병들이 중국군에 맞서 화랑정신으로 싸우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철원도 없고,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다. 이 땅에서 산화(散華)한 전우(戰友)들을 그리워하며, 나라를 걱정하는 노병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