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후 이철우 전 국회의원과 구선호 한탄강댐반대 철원.연천.포천 공동투쟁위원장이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접수시켰다. ⓒ 한탄강댐 건설반대 투쟁위원회

결국 법원까지 가게 됐다. 철원, 연천, 포천 수몰 예정지 주민들이 지난 8일 서울행정법원을 찾아 지난해 12월 20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한탄강 댐 건설 기본 계획 고시’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나선 주민들은 “민의의 대표인 국회의 요구에 의한 감사원의 한탄강 댐 원점 재검토 권고를 무시한 채 사실상 백지화 된 한탄강 댐을 재추진 하려는 건교부의 잘못된 행정을 묵과할 수 없다”며 이번 소송의 배경을 설명했다.

누가 답답한 상황을 만들고 있는가?

8년이 넘는 이 갈등에서 결국 답답하고 막막해 지는 것은 지역주민이다. 지난 8년간 건교부를 비롯한 수자원공사는 오로지 ‘댐 건설’만을 목표로 계획을 진행시키는 인상이 짙다. 몇 년에 걸린 갈등 조정은 이루어 지지 않았고 2005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또 다시 무시당했다. 여기에 건교부는 아직 합의가 이루어지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일방적인 기본 계획 고시를 했고 수자원공사는 당장 3월 말 공사를 착공할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더구나 수자원공사는 지난 달 수몰예정지 주민들의 땅을 외상 매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마저 벌였다. 주무 부처인 건교부는 물론이고 시행주체인 수자원공사를 포함해 갈등조정을 맡은 총리실 산하 특위마저도 주민들의 의사는 애초 반영되지도 않는 결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사업 강행’의 의지만 보여줬을 뿐임을 반증하고 있다.

주민 의사를 반영하고 타당성에 대한 열린 검증 절차는 무시되었다. ‘건설 계획 철회’라는 또 다른 선택은 정부에게 있어 아예 없다고 보여 지는 것이다. 주민들 입장에서 지난 8년은 듣지 않는 정부를 향해 ‘쇠귀의 경 읽기’식의 대화 요청만을 반복하는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결국 주민들이 선택한 것은 사법부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소장을 통해 “한탄강 댐 건설 사업은 댐 건설사업의 일반적인 시행절차와 달리 기본계획도 고시(2006.12.20일 고시됨)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탄강 댐 기본설계에 들어가는 등 절차적으로 위법할 뿐 아니라, 댐건설이라는 공익사업에 있어 요구되는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 요건을 결하는 등 실체적으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이에 임진강특위의‘한탄강 홍수조절용댐+천변저류지’ 결정을 근거로 한, 건설교통부의 한탄강 댐 건설 기본계획 고시(2006.12.20)는 취소되어야 마땅하다”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내용으로 8일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주민들은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것을 호소했다. 한탄강댐반대 철원·연천·포천 공동투쟁위원회는 소장을 접수하러 온 지역주민 40명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성명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에서 정의롭고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며 “‘한탄강 살리기 시민연대’와 함께, 한탄강 댐 건설 계획이 취소되는 그 날까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반대 투쟁의 깃발을 꺾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성명] 아름다운 한탄강이 영원히 흘러가기를 염원하며, 사법부의 정의롭고 현명한 결정을 희망한다.

△ 소장을 접수시킨 후 철원, 연천, 포천 주민 45명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주문했다. ⓒ 한탄강댐 건설반대 투쟁위원회 우리는 민주주의가 국회나 행정부에서만 그 꽃을 피울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법원에서도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력으로 왜곡된 토건세력과 국가기관의 위법적인 처사에 주권자인 국민들이 침묵하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며, 이는 진정한 민주시민의 도리라고 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민의의 대표인 국회의 요구에 의한 감사원의 한탄강 댐 원점 재검토 권고를 무시한 채, 사실상 백지화 된 한탄강 댐을 재추진하려는 건교부의 잘못된 행정을 묵과할 수 없기에, 철원 · 연천 · 포천주민들의 결연한 의지와 뜻을 모아 오늘 건설교통부장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한탄강댐건설 기본계획 고시’ 취소를 위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에서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2004년 11월 2일, 기존 한탄강 댐 계획을 무효화한 점과, 감사원의 한탄강 댐 원점 재검토 결정(2005.5.23)의 의미를 참작하여, 정의롭고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또한 우리 국민들과 시민사회는 현재 대한민국은 기술독재를 바탕으로 하는 건설족과 관료의 나라이기에, 사법부에서 행정부의 잘못을 과감히 바로잡아 이 나라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 주기를 마지막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과 북을 가로 질러 흐르는 한탄강은 한반도 유일의 화산강으로 ‘자연생태문화재의 보고’ 이며, 우리 한탄강변 주민들의 자존심이며 희망이다. 우리는 <한탄강 살리기 시민연대>와 함께,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한탄강 댐 건설 계획이 법원에서 취소되는 그 날까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반대 투쟁의 깃발을 꺾지 않을 것이다. 이 길만이 우리 후손들의 소중한 미래를 위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며, 참 민주주의와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는 큰 사랑의 길이기 때문이다. 한탄강은 흘러야 한다. 2007년 3월 8일 한탄강댐건설반대 철원·연천·포천 공동투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