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경파괴 주범” 지적도 “정부가 환경파괴 주범” 지적도
[내일신문 2006-11-08 17:27]
[내일신문]
새만금, 천성산·북한산 관통터널, 한탄강댐, 경인운하
“한국의 환경론자들과 개발론자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 언어가 다르면 개발과 환경의 조화는 불가능하다.”
영국 습지학자 헐리어씨의 연설에 박수가 쏟아졌다. 이 박수는 곧바로 박장대소로 바뀌었다. 잠시 후 등장한 해남지역 NGO 대표가 “갯벌을 메워 ‘환경친화적 간척’을 한다는 사람들과 어떻게 더 언어를 통일하란 말이냐”라고 되물었기 때문이다.
새만금 찬반논쟁이 한창이던 2001년 여름,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한-영 습지보전 심포지엄’의 한 장면이다.
이렇게 조성된 ‘환경친화적 간척지’에 정부는 330만평 부지의 호텔과 카지노 단지와 920만평 규모의 골프단지를 포함한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낙후된 전남지방의 경제를 되살린다는 ‘명분’이 추가됐다.
정치는 명분으로 한다지만 국책사업은 명분만으로는 안된다.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하고 정책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 국책사업에는 적어도 수백억, 많게는 수조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새만금간척사업, 경부고속철 천성산터널, 북한산국립공원 관통도로, 한탄강댐, 경인운하 … 2000년대 이후 많은 국책사업들이 시민·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대운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떠오른 시대’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수많은 논란을 거듭하고도 이들 국책사업이 국민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가 진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 ‘불교계 공약 1호’ = 새만금 논란의 핵심은 ‘수질’과 ‘간척지 용도’ 문제다. 모든 대책을 다해도 새만금호 수질이 농업용수로 쓸 수 없는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사업은 강행됐다.
대법원이 ‘농업용지 이외의 용도로 쓸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사업 재개 쪽으로 손을 들어준 상태지만, 이 판결대로 새만금 간척지가 온전히 농지로 조성될 것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천성산터널에 대한 문제 제기의 핵심은 지율 스님이 말한 ‘도롱뇽’이나 ‘고층습지 누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노선이다.
천성산과 금정산에 40km의 긴 터널을 뚫지 않고 경주에서 부산으로 가는 지상노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 판단은 정부 몫이지, 비구니 스님 핑계를 댈 일이 아니다.
북한산국립공원 관통도로도 마찬가지. 당초 핵심 문제는 ‘국립공원을 우회하는 노선이 있느냐 없느냐’ 여부였다.
1997년부터 반대운동이 진행됐지만 도로공사는 5년 동안 ‘국립공원 우회노선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2003년 환경단체·환경부·도로공사 3자 회동에서 환경단체가 국립공원을 우회하는 현실가능한 대안노선을 제안했으나 결국 채택되지 못했다.
사패산과 천성산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 ‘불교계 공약 1호’였으나 이후 노선 재검토 과정에서 모두 ‘원안 확정’이라는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감사원 지적만 봐도 명백하게 드러나 = 한탄강댐, 경인운하 사업의 문제점은 감사원 지적사항만 봐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한탄강댐에 대해 감사원은 ‘한탄강 수계의 강우량은 많게, 임진강 수계의 강우량은 적게 조작했다’며 ‘수자원공사가 주장하는 한탄강댐의 홍수조절 효과를 믿을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내용도 비슷하다. 감사 결과 △경인운하 사업은 어떠한 방식으로 추진해도 경제성이 없으며 △KDI의 경제적 타당성 재평가 과정에서도 연구기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 연구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건교부는 굴포천 치수대책을 공사비가 더 드는 방법으로 변경하고 사토편입 등 일부 편익은 과다 반영하고 교량공사 등 일부 비용은 과소 반영하는 등 경인운하의 경제적 타당성 분석결과를 왜곡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명백한 진실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많은 국책사업을 강행하려면 정부는 국민과의 대화에 앞서 ‘철없고 순진한’ 감사원부터 입단속을 해야 할 것이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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