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정지환 기자님의 글
2006/7/25(화)
분단에선 '변방', 통일되면 '중심' 왜 지금 한탄강인가?  
분단에선 '변방', 통일되면 '중심'
왜 지금 한탄강인가?
2005/6/1
정지환 기자 ssal@ngotimes.net

한탄강은 강원도 평강에서 발원해 철원, 포천, 연천을 거쳐 임진강과 합류하는 강이다.

이 강을 젖줄로 삼아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이 2000년 겨울에 창립한 풀뿌리 시민단체가 있다. 한탄강네트워크(이하 한타넷)가 바로 그것인데, 이 단체의 차별성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특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시민의신문DB 

첫째, 행정구역을 뛰어넘어 생활권과 문화권을 중심으로 만든 주민조직이다.

행정구역상 철원은 강원도, 포천과 연천은 경기도에 속해 있다. 그러나 이 지역 사람들을 정신적·문화적으로 묶어주는 상징적 공간은 역시 한탄강이다. 한타넷은 보기 드물게 수계(水系)를 단위로 한 풀뿌리 주민운동의 전형을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3개 군의 평범한 주민들이 함께 만든 주민조직이다.

한타넷 회원 중에는 농민회, 전교조 회원 등 진보적 단체의 관계자도 있고, 교장, 목사, 교수 등 보수 성향의 지역 유지도 있다. 철원, 포천, 연천이 만나는 꼭지점에 해당하는 포천군 영중면 양문리에 사무실을 마련할 때 영중면 이장들이 현판을 선물한 것도 타 지역에선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철원, 포천, 연천은 그 동안 휴전선에 인접한 이른바 접경지역이라서 보수적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한탄강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의미'를 깨닫고 난 뒤부터 주민들의 의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한탄강의 '엄청난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한타넷의 사무처장으로 활동했던 이철우 씨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한탄강 유역은 평화, 환경, 통일이라는 세계사적 화두를 지구상에서 가장 상징적으로 지니고 있는 공간이다. 첫째, 이곳에는 지구상의 마지막 남은 휴전선과 DMZ가 있다. '지뢰'라는 붉은 철표와 철조망에는 평화를 갈망하는 인류의 비원이 담겨 있다. 둘째, 한탄강 유역과 DMZ는 지구촌 온대지방의 마지막 남은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분단의 상처에서 새살처럼 돋아난 공간이기에 그 생태학적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이곳은 금강산으로 가는 육로의 길목으로써 통일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한타넷은 풀뿌리 운동도 결국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정체성(Identity)을 자각하고 자부심을 갖는 일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다시 이철우 씨의 말을 들어보자.

"숄로호프의 대하소설 <고요한 돈강>은 러시아 혁명의 원류를 형상화했고, 그래서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세계사적 화두를 안고 있는 한탄강도 세계적인 문학과 예술의 젖줄이 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지역운동도 이런 가치관과 자부심을 가지고 할 때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풀뿌리 운동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고는 지구적으로, 실천은 지역적으로"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하는 발언이다. 아울러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고, 가장 세계적인 것이 가장 지역적인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도 제공해준다. 이러한 세계사적 의미를 고스란히 간직한 한탄강을 깨끗하게 지키고 아름다운 삶의 터전으로 가꾸자는 것이 이 지역 주민들의 염원이다.

그렇다고 한탄강에 희망만 넘실대는 것은 아니다. 아니 현실은 황량하기만 하다. 한탄강의 수질오염이 서울의 중랑천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수도권에서 밀려난 공해업체의 난립, 지방관청의 무원칙한 행정처리,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이 없는 낮은 주민의식도 문제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한탄강 사람들은 절망하지 않는다. 속도가 느리더라도, 다소 미숙하더라도, 스스로의 손으로 아름다운 한탄강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망의 벼랑 끝에서 희망의 단서 찾기, 이철우 씨는 그것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탄강 유역은 분단된 나라의 기준으로 볼 때 '접경' 혹은 '변경'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통일된 나라의 기준으로 보는 순간 한탄강 유역은 한반도의 '중앙' 혹은 '심장'이 된다. 한탄강이 통일된 나라의 중심이 될 때 한반도가 진정으로 동북아와 아시아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중심을 댐으로 수장시키겠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정지환 기자 ssal@ngotimes.net    

* 이 글은 시민의신문 2004년 1월 5일자에 실렸던 기사입니다. 

2005년 6월 1일 오후 15시 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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