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물폭탄’으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수재민들은 수마가 휩쓸고 간 삶의 터전을 어떻게 재건해야 할지 시름에 잠겨 있다.

집중호우 피해로 고민하고 있는 건 환경부도 마찬가지다.

‘환경론자들이 댐 건설을 무조건 반대해 피해가 커졌다’는 여론과 함께 댐 건설 추진 논의가 부상하면서 환경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곤혹스러워진 것이다.

''물폭탄'' 이후 댐 건설 논리는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 18일 당정 협의에서 논의 끝에 임진강과 남한강, 낙동강 지류인 남강 등 3개 수역에 다목적 댐을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이후 다목적댐 건설을 결정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영월댐, 한탄강댐, 문정댐, 동강댐 등이 환경단체와 지역주민 반발로 건설이 무산됐거나 지연됐다.

일부에선 이들 댐이 예정대로 건설됐더라면 어느 정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댐이 없어 수해가 났다는 주장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난개발을 누가 해 놓고 책임을 누구에게 돌리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호중 환경평가과장은 "댐 건설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비 피해 원인을 먼저 규명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댐 건설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국민 피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산간 지역 피해는 댐으로도 할 수 없는 부분인 만큼 여러 대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댐 건설은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면서 “한탄강댐의 경우 환경부는 평상시에도 계속 물이 흐를 수 있게 하는 친환경적인 설계기법을 도입하도록 의견을 냈다”고 덧붙였다.

임채환 자연정책과장은 “과거에는 댐 건설에 있어 환경을 중요시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환경을 고려한 뒤 댐 건설 계획을 시작하고 있다”며 “국가적으로 다양한 검토를 통해 환경과 댐을 저울질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해 피해에 대해서는 “강원도 평창의 경우 고랭지밭 등으로 인한 토사유출이 원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환경부 다른 관계자는 “하천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땅을 파헤치고 도로를 건설해 물이 빠질 길이 없어 홍수가 난 측면도 있다”며 “환경보호론자들이 댐 건설을 반대해 일이 이렇게 됐다는 것은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속사정에도 환경부로서는 그렇다고 제 목소리를 낼 수도 없어 끙끙 앓는 소리만 하고 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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