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내일신문 2005/2/23(수) | |
정부 밀어붙이기식 해법이 갈등 키워. (한탄강 댐등) 정부 밀어붙이기식 해법이 갈등 키워 [내일신문 2005-02-23 12:33] 사업 추진여부 포함, 진지한 접근 필요 … 법 절차 ·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 새만금 찬반논쟁이 한창이던 2001년 여름, 주한 영국대사관 지하강당에서 ‘습지보전의 경험과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한-영 습지보전 심포지엄’이 열렸다. “한국의 환경론자들과 개발론자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 언어가 다르면 개발과 환경의 조화는 불가능하다.” 영국 WWT(The Wildfowl & Wetlands Trust) 소속의 습지학자 헐리어(Mr. Doug Hulyer)씨의 기조발제에 연신 박수가 쏟아졌다. 헐리어씨는 템스 강변의 버려진 유수지를 습지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그 주변을 고급 빌라촌으로 만든 사례를 소개하며 “개발과 환경의 ‘파트너십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발제에 대한 참가자들의 박수는 곧바로 박장대소로 바뀌었다. 잠시 후 등장한 해남습지보전모임 이정식 정책실장이 “갯벌을 메워 ‘환경친화적 간척’을 한다는 사람들과 도대체 어떻게 더 언어를 통일하란 말이냐”라고 되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성된 ‘환경친화적 간척지’에 정부는 330만평 부지의 호텔과 카지노 단지와 920만평 규모의 골프단지를 포함한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낙후된 전남지방의 경제를 되살린다는 ‘명분’이 추가됐다. ◆ ‘원안대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 = 정치는 명분으로 한다지만 국책사업은 명분만으로는 안된다.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하고 정책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 국책사업에는 적어도 수백억, 많게는 수십조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새만금간척사업이나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만이 문제가 아니다. 근래 들어 북한산국립공원 관통도로, 한탄강댐, 경인운하, 계룡산 관통도로 등 수많은 국책사업들이 시민·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대운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환경운동의 특징으로 ‘정부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떠오른 시대’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국책사업이 국민적 합의와 정책적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이런 지적에 대해 열린 자세로 임해야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논란을 거듭하고도 이들 국책사업이 국민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가 진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 논란의 핵심은 ‘수질’ 문제였다. 온갖 수질개선대책을 다해도 새만금호 수질이 농업용수로 쓸 수 없는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사업은 강행됐다. 당시 농림부는 “수질이 나쁘다고 해서 농업용수로 못 쓸 이유가 없다. 질소와 인이 문제인데, 모두 비료 성분이다”라는 매우 특이한(!) 논리로 새만금 사업을 밀어붙였다. 전라북도는 이렇게 조성될 새만금간척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골프장을 짓겠다고 나섰다. “간척지 용도부터 정하고 사업 계속 추진 여부를 판단하라”는 법원 판결을 자초한 셈이다. 북한산국립공원 사패산 관통터널의 경우, 당초 핵심 문제는 ‘국립공원을 우회하는 노선이 있느냐 없느냐’ 여부였다. 1997년부터 반대운동이 진행됐지만 도로공사는 5년 동안 ‘국립공원 우회노선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2년 6개월에 걸친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도 대안노선은 ‘논외’였다. 도로공사 측이 환경부에 국립공원 우회노선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3년 환경단체·환경부·도로공사 3자 회동에서 환경단체가 국립공원을 우회하는 친환경적 대안노선을 제안했지만 결국 채택되지 못했다. 사패산과 천성산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 불교계 공약 1호였으나 이후 노선 재검토 과정에서 모두 ‘원안 확정’이라는 똑같은 과정을 거친다. 당시 두 문제 모두 시민환경단체 쪽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조승헌(생명과 평화를 위한 환경연구소) 박사는 “노선 설계라는 전문적 영역에서 시행사 측이 일방적인 대안제시를 했다”며 “환경 문제라면 몰라도 노선 문제는 시행사 측의 발제에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었다”고 말한다. 정부가 모든 노선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지하게 검토했다면 ‘원안 확정’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 “2조 5000억 손실” 주장의 허구 = 지율 스님 단식 사태 이후에도 이런 우려스러운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16일 이해찬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2심에서 전문가들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한만큼, 이번 조사 결과도 같은 방향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천성산 구간 민관 공동조사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내비쳤다. 지율 스님 단식 중단 직후에는 ‘천성산 터널 공사가 지연될 경우 최소 수천억원에서 최대 수조원의 손실이 발행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2조 5000억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금액은 현재 대구까지만 개통된 경부고속철도가 부산까지 개통됐을 경우 얻게 될 운영 수익을 포함한 것이다. 고속철 완전개통 이후의 기대수익을 근거로 1년 동안의 손실액을 역산한 것이다. 과연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이런 기대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오히려 반대다. 경부고속철도 사업은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이는 이미 고속철 건설 초기부터 예견된 문제였다. 98년 4월 감사원은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 감사에서 △편익은 전체사업비(22조 292억원)를 투자해서 발생하는 편익을 모두 계상한 반면 △투자비용은 우선 개통시까지의 사업비(17조 5028억원)만을 적용,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잘못 분석했다고 지적했다. 또 재무성 평가에서도 △고속철 운영수입은 2035년 1일 237회 운영시를 기준으로 계산한 반면 △투자비는 1일 최대 149회 운행에 필요한 사업비 20조 3944억원만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 고속철 대안노선 진지하게 고민하자 = 최근 부산지역 시민·환경·종교 단체를 중심으로 천성산과 금정산을 우회, 기존 경부선 노선을 20km 이상 재활용하는 ‘대안노선’이 제안되고 있다. 금정산·천성산 시민종교대책위는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 지난 1월 28일 노선재검토위 전문가들이 발표한 ‘새로운 대안노선’에 대해 정책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대안노선 채택시 공기도 1년 이상 단축할 수 있고 공사비도 3700억 아낄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진지하고 합리적인 정책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저작권자ⓒ (주)내일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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