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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2(수)
정형근 의원,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정형근 의원,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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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의원이 직접 고문을 했다거나, 혹은 고문수사에 책임이 있다는 의혹은 몇년 전부터 여러 사람에 의해 계속 제기되어왔다. 얼마 전 정형근 의원은 최근에 제기된 고문 수사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받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지난 20일 정형근 의원은 자신이 고문에 연루된 것이 사실이라면 공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전향적인 제안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정형근 의원이 의사를 밝힌 이상, 여야는 정 의원의 제안을 즉각 수용하여 반드시 국정조사에 나서야 한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
/경향신문자료사진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넘어, ‘고문’은 그 어떤 대의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만행으로, 문명사회에서는 절대로 허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다.
만약 대한민국의 현역 의원이 직접 고문을 했다거나, 고문수사를 지시 내지 방조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민주주의를 기본가치로 삼는 사회에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울러 반인륜적 범죄에는 시효가 없다는 점에서 그저 공직을 사퇴하는 수준을 넘어, 그에 합당한 법적 처벌까지도 받아야 할 것이다.

다만 정형근 의원은 어느 수준의 증거를 제시해야 자신이 고문에 가담하거나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것인지 먼저 밝혀야 한다.
여러 사람이 고문이 이루어진 현장에서 정형근 의원을 보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몇몇 사람은 자신이 정형근 의원에게 직접 고문을 당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한두 사람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나서서 정형근 의원의 고문 연루 사실을 증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일치된 증언을 국민들이 왜 믿으면 안 되는지 그 이유를 제시해 주기 바란다.

고문 수사의 피해자들은 아직도 고문을 가했던 자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사건의 조사를 누가 맡았는지는 기록에 남아 있을 것이니, 그들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피해자들의 일치된 증언에도 불구하고 정 의원이 끝까지 부인을 한다면, 직접 고문에 가담했다고 말하여지는 당시 수사관들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진다. 국가폭력에 의해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범죄라면, 이 사건을 규명하는 일은 어차피 국정조사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자료사진

‘귀두치기’와 같은 변태적 성취향을 반영한 고문의 존재여부보다 더 끔찍한 것은 네살짜리 아이를 20일이나 구금했다는 피해자의 증언이다.
이게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짓인가? 네살짜리 아이를 구금하는 것이 ‘안보’란 말인가? 과거의 일이라고 그냥 덮어둬서는 안된다. 정략적 이유에서 10년 전의 수사기록까지 다시 들춰내는 마당이다. 그러니 고문이라는 반인권적 범죄를 조사하는 일에 시효 따위가 있을 수 없다.
생체실험을 한 나치 의사 멩엘레는 죽어서 두개골의 유전자 확인까지 마친 다음에야 비로소 수배가 풀렸다.

정형근 의원은 이철우 의원에 대해 ‘이미 처벌을 받았다고 용서할 수는 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하물며 아직 처벌도 받지 않은 범죄를 대충 용서하고 넘어가는 일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형근 의원의 제안대로 국정조사를 해서 그의 고문연루 여부를 밝혀내야 한다. 또 다시 여야가 짝짜꿍해서 이런 문제, 대충 넘기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만약 열린우리당이 이런 인권의 문제마저 정략적 관점에서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려 한다면, 그 역시 고문을 비호하는 행위로 준엄한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다.


진중권 / 문화비평가  

입력: 2004년 12월 21일 18:58:45 / 최종 편집: 2004년 12월 21일 19: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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