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99 2004/12/17(금) | |
색깔론의 지역색-이철우의원 간첩논란 (3) : 706 : 902 간첩논란(2)에서 이어진 칼럼입니다.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이 올바로 지적한 것처럼, 이번 사건은 한나라당의 고질병인 색깔론과 지역색의 발현이다. 이번 폭로(?)에 나선 의원들은 모두 영남의 초선의원들이었다. 한나라당 법사위원들이 지난 11월부터 법원에 시국사건 재판자료들을 요청한 것으로 보아, 이번 사건은 한나라당이 오래 전부터 계획해 왔다고 봐야 한다. 다만 이철우 의원을 폭로의 타깃으로 삼은 것은 3류 신문의 기사가 일으킨 우발적 사건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나라당 법사위원들이 요청한 자료들 중에 재미있는 항목이 눈에 띈다. ▲12월 1일 - 법무부 및 대검찰청, 고검 및 지검, 사법연수원의 부장검사급 이상 검사 중 대구/경북 출신자 현황(성명, 근무지, 직책, 출신지, 연락처) 왜 하필 특정지역 출신자의 현황이 필요한 걸까? 그리고 그들의 성명, 근무지, 연락처는 도대체 어디에 쓰려는 것일까? 어딘지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이번 폭로에 참가한 3인의 의원 중에는 재미있게도 과거 민변 출신의 변호사도 있다고 한다. 그런 성향의 의원까지 이 추접스러운 폭로에 가담했다는 것은 두 가지 사실을 보여준다. 첫째, 이번 사건이 개인적 의지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 당에서 사주해서 벌인 일이라는 것이다. 둘째, 한나라당에서는 영남에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은 이런 추접스러운 일을 해도 당선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이번 색깔론 공세는 지역색을 통해서 가능했던 것이다. 실제로 서울이라면 문제가 좀 다를 것이다. 여기서는 적은 표차로 당락이 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계속 ‘꼴통’ 짓만 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적잖이 타격을 받을 게다.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제 아무리 ‘꼴통’이라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룰은 있다. 한나라당 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 역시 개인적 성향의 차이라기보다는 상당 부분 이런 유물론적 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민변 출신의 변호사라도 지역색의 프리즘을 거치니 곧바로 ‘꼴통’의 역을 자임하게 되지 않던가.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한나라당의 홍준표 의원 역시 “박근혜 대표가 영남 보수파의 덫에 걸려 제대로 운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번 사건의 배후에 “영남 보수파”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에게 간첩으로 암약중이라고 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면서 당 차원의 색깔론 공세와도 개인적으로 거리를 두고 나섰다. 최근 한나라당이 보이는 수구적 행태의 원인이 “영남 보수파”에게 있음은 사실이고, 그 정서의 총대를 메고 실행에 옮긴 의원들 역시 영남의 초선인 것도 결코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 수도권과 다른 지역의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는 장기적으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고리타분한 “영남 보수파”에 묶여 있는 한 한나라당은 수구적 행태를 보일 수밖에 없다. 수구적 행태를 보이는 한 한나라당이 정권을 창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이른바 ‘뉴라이트’ 운동의 동기였다. 이 운동을 주도하는 홍진표가 외려 이철우 의원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바로 이런 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같이 참여하고 있는 서경석 목사 역시 한나라당의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이런 식의 저급한 정치공세는 특정 지역의 유권자에게는 만족스러울지 모르나, 향토색이 약한 다른 지역의 유권자들에게는 눈꼴사나울 뿐이다. 심지어 악명 높은 조선일보 기자도 이번 사건을 “헛다리”로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낡은 우파’ 한나라당의 행태에서 드러나듯 이념싸움을 하는데 있어서나 정책대결을 벌이는데 있어 비판자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한나라당 지지자에게조차 ‘낡았다’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 예를 들어 엊그제 한나라당에서 불거져 나온 이철우의원에 대한 ‘간첩 규정’도 그렇다. 어쨌거나 이의원은 대한민국의 법절차를 거쳐 응당의 처분을 받았고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또 유권자의 심판을 통과했다. 국회에서의 ‘간첩신고’는 낡았다는 인상밖에 주지 못한다. 이런 헛다리를 짚기 때문에 정작 당당하게 공인의 사상문제를 제기해야 할 때는 못하는 것이다. (이한우 <‘내 탓이오’가 먼저다> 조선일보 12월 12일) 이제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지역색과 색깔론으로 먹고 살던 시대는 지났음을 안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자 한나라당에서 슬슬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모양이다. “정치 공방은 중단하자.” 하지만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끝까지 따져서 진실을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무책임한 발언을 한 의원들에게 법적, 윤리적,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최소한은 꼴통 삼총사의 형사처벌 및 의원직 사퇴다. 행여 열린우리당에서 이번 일을 덮어두는 대가로 다른 흥정을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은 국가보안법의 그늘이 얼마나 끔찍한지 보여주는 사건이다. 국보법의 위세는 초법적이다. 처벌을 받고 사면복권이 된 사람도 국가보안법은 용서하지 않는다. 국보법의 효력은 초월적이다. 사건이 끝난 지 10여년이 흘러도 국보법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바로 이 때문에 국가보안법은 완전히 철폐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일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미리 보여준 사건이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이 나라 분위기는 일거에 비명 소리가 들리는 남산 지하실이 될 것이다. 진중권 / 문화비평가 입력: 2004년 12월 16일 17:37:55 / 최종 편집: 2004년 12월 16일 19:3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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