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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조선일보
2006/6/9(금)
[서평] '이상보다 현실' 전제로 주한미군 철수시기 논의해야  
[서평]  '이상보다 현실' 전제로 주한미군 철수시기 논의해야

조선일보 | 이선민 기자 | 2004.06.05


‘가능성’으로만 거론되던 주한미군 철수가 드디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우선 1개 여단 3000명이 이라크 치안 유지에 투입되는 것을 비롯해 전체 3만7000명 중 1만2000명의 감축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굳게 닫혔던 ‘판도라 상자’의 문이 열리고, ‘백가쟁명’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 책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그 시기와 방법에 따라 네 가지 시나리오로 나누고 각각의 장단점을 따져본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은 국제적이고 종합적이다. 미군 철수는 미국과 남한뿐 아니라 북한·중국·일본·러시아가 모두 관련돼 있으며, 군사적 차원과 함께 정치적·경제적 프리즘으로도 관찰해야 제대로 보인다는 것이다.

첫째, ‘조속한 철군’. 주한미군이 남한의 주권에 상처를 주고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가로막기 때문에 당장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량살상 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과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둘째, ‘평화체제 수립 후 철군’. 주한미군은 남북한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되지만 통일 논의에는 걸림돌이기 때문에 휴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교체되거나 남북연합 단계가 되면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은 남북한이 독자적인 군대를 보유하고 있으면 사소한 갈등이 거대한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시한다.

셋째, ‘통일 후 장기간 주둔’. 남북한 통일 이후에도 한반도는 사회 통합과 주변 강대국들의 주도권 다툼으로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이를 안정시킬 수 있는 주한미군이 상당 기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통일한국 국민이 더 이상 외국군의 주둔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주한미군은 주변 국가들과도 마찰을 빚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런 근거에서 저자는 ‘통일 후 철군’ 시나리오를 지지한다. 통일로 남북한의 군대가 하나로 통합되고 나면 주한미군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한반도의 구체적 통일 논의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미군 철수에 대한 일정도 포함시켜 통일과 함께 이행할 것을 제의한다.

이 책은 또한 ‘한미 동맹’에 대해서도 두 가지를 지적한다. 하나는 한미동맹을 보다 수평적 관계로 바로잡는 것이다. 이는 반미 감정을 촉발할 수 있는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하고, 주한미군이 갖고 있는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남한에 이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하나는 주한미군이 철수한 이후에도 동북아 안보협력체제가 만들어질 때까지는 한미동맹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지적처럼 사회과학, 특히 미래의 일을 따지는 경우는 정답이 없다. 곳곳에 숨어 있는 많은 변수들이 언제,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감정보다는 이성’ ‘이상보다는 현실’에 바탕을 두고 분석하는 지적 성실성은 저자의 희망처럼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건설적 논쟁’을 유도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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