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회장과 이카루스의 역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과 구속으로, 대우그룹의 급성장과 그보다 더 갑작스러웠던 몰락이 새삼 화제다. 대우의 영욕은 어떤 기업도 영원히 번창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동시에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의 운명은 늘 같을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이는 대우 몰락의 잘잘못을 따지는 일보다 중요하지만,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진실이다.
대우가 30년도 안 돼 와이셔츠 무역상에서 자동차와 선박을 제조하는 3대 재벌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국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능력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대우그룹은 계속 부실기업들을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이런 대우그룹의 성공 요인은 김우중 회장 개인의 역량에 기인한 바 크다. 그는 자신만의 다양한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통해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원하는 만큼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그가 대우그룹을 일종의 개인 기업화 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능력 때문이었다.
언제든, 어디서든 외부에서 돈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김우중 회장의 자신감이 극적으로 표출된 것은 외환 위기 직후였다. 당시 그는 자신의 자금 조달 능력을 활용해 우리나라가 외환 위기를 조만간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5백억달러 정도의 자금을 끌어들여 외채를 우선 막는다. 그 후 1년 안에 비슷한 수준의 무역수지 흑자를 내고 외부 조달 자금을 갚는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었다. 당시 그는 이런 프로젝트를 정부와 여론 주도층에 열심히 설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른 기업들이 소극적인 경영으로 일관하던 당시, 그는 무서운 기세로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외환 위기 전부터 구체화된 세계 경영의 기치 아래, 사업을 벌리는 데 주력했다. 외환 위기를 위기로 보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경쟁 그룹을 따돌릴 기회로 봤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자금 조달 능력을 과신했다.
그가 간과했던 것은 당시 이미 우리나라와 대우의 신용이 추락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조건 없이 돈을 빌려줄 외국 금융기관은 거의 없었다. 그의 믿음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정작 그의 성공요인이 빛을 잃기 시작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대우그룹이 온전히 그만의 기업이라는 것도 불리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외환 위기 직후부터 외국 금융기관들은, 대우그룹을 김 전회장 외에는 누구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블랙박스에 비유하기 시작했다. 당시부터 김우중 전 회장과 대우그룹의 성공 요인은 순식간에 실패 요인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성공한 기업들의 몰락에 적용되는 똑같은 공식이 대우에게도 적용된다. 경제와 경영 환경이 급격하게 변할 때, 경영자와 기업이 집착해마지 않는 과거의 성공 요인은 실패 요인으로 둔갑하고 만다. 신조어를 좋아하는 경영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이카루스의 역설이라고 한다. 이카루스는 아버지와 함께 갈매기 깃털을 밀랍으로 붙여 날개 삼아 탈옥을 감행한 그리스로마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탈옥에 성공하자마자 나는 데 열중해 지나치게 태양 가까이 다가가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 결과 밀랍이 녹아 땅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자신의 날개를 지나치게 믿고 태양 가까이 다가섰던 현대판 이카루스였다.

이코노믹 리뷰 칼럼

mysql.fast2host.c -[07/04-07: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