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오마이뉴스
2004/6/21(월)
[상허 이태준] "천재 이상을 알아본 이태준을 기억하는가  

 

'천재' 이상을 알아본 이태준을 기억하는가

[오마이뉴스 홍성식 기자]천재를 알아본 또 다른 천재 상허

▲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포스터.
ⓒ2004 작가회의

1934년 7월 24일 습관처럼 <조선중앙일보>를 펼쳐든 독자들은 경악한다.

한국 근·현대문학의 부정할 수 없는 최고 기린아 이상(李箱·1910∼1937)의 '오감도' 제1편이 발표된 것이다.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로 시작되는 전대미문의 이 난해시는 이후로도 70년 동안을 문학청년들의 뇌리에 남아 '천재'와 '시'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하지만 발표 당시 '오감도'는 칭찬보다는 욕을 더 얻어먹었다.

형식과 서술의 난해함은 차체하고라도 "오감도(烏瞰圖)와 조감도(鳥瞰圖)의 한자 구별도 못하는 어린 녀석에게 신문 지면을 함부로 주느냐"라는 독자들의 비난과 항의가 조선중앙일보에 쏟아졌다.

그러나 이상에게 시를 의뢰한 학예부장 상허 이태준(1904~?)은 의연했다.

"좀 더 기다려 보자구. 원래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가들은 비난받기 마련 아닌가."

이상에 대한 이태준의 절대적 신뢰 탓이었을까? 결국 '오감도' 연작시는 다음 달 8일까지 15편이나 조선중앙일보 지면에 연재된다.

'천재' 이상을 알아본 '또 다른 천재' 이태준이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좋은 시를 볼 줄 알았던 예민한 기자였을 뿐 아니라, <문장강화>를 쓴 학자, 이에 더해 <오몽녀>와 <해방전후>라는 빼어난 소설을 낸 작가로 유명한 그가 한국전쟁 중 월북하여 생사가 묘연해진지도 50년이 넘었다.

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 탄생 100주년 문학인의 삶과 문학 조명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와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이태준을 비롯해 '백치 아다다'의 계용묵, 윤동주와 함께 식민지 시대 최고의 저항시인으로 손꼽히는 이육사, 박용철, 이양하, 박화성 등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작가들을 추억하는 행사를 준비했다. 이름하여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어두운 시대의 빛과 꽃>.

4월 29일과 30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과 금호리사이틀홀에서 열릴 이번 문학제에서는 관련 심포지엄과 연구발표 등의 학술행사와 함께 유가족과 함께 하는 문학토크쇼, 작품 낭송, 이육사의 시를 모태로 한 시극(詩劇) 공연, 박화성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공연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동시에 열린다.

지난 2001년부터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행사를 진행해온 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은 행사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최동호(고려대), 김명환(서울대), 민충환(부천대), 서경석(한양대) 교수 등을 기획위원으로 위촉, 심포지엄을 준비해왔다.

문학제의 실무진행을 맡은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문화사업팀장은 "이번 행사와는 별개로 이태준 문학제, 조윤제(국어학자) 학술대회, 계용묵 문학을 망라한 전집 발간 등이 준비중"이라고 밝혔고, 행사를 통해 "근대화와 일제치하 격변기를 살며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한국문학을 개척한 작가들의 진면목을 독자들에게 확인시켰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동호 교수는 29일 심포지엄 주제발표를 통해 이육사의 저항시적 지향과 박용철의 순수시 지향을 하나의 문학사적 의미망에 포괄해 분석하고, 이화여대 김미현 교수는 여성소설가로서는 최초로 일간지(동아일보)에 장편소설을 연재한 박화성의 문학 속 페미니즘을 탐구한다.

문학제 관련 문의:

02)313-1486(작가회의 사무국)

02)725-5420(대산문화재단)

탄생 100주년 문학인 주요 프로필

계용묵: 1904년 평북 선천생. 본명은 하태용. 일본 동양대학 수학. 1927년 <조선문단>을 통해 등단. 1935년 '백치 아다다' 발표. 작품으로는 '별을 헨다' '바람은 그냥 불고' <병풍에 그린 닭이> 등이 있음. 1961년 타계.

박용철: 1904년 광주 광산생. 동경외국어학교, 연희전문에서 수학. 1930년 김영랑, 정지용 등과 <시문학> 창간. 작품으로는 '떠나가는 배' '밤기차에 그대 보내고' '만폭동' 등이 있음. 1938년 서른 넷의 나이로 요절.

박화성: 1904년 전남 목표생. 일본여대 영문학부 수료. 1925년 등단. 한국여류문학인회 회장, 예술원 회원 등 역임. 작품으로는 <백화> <사랑> <고개를 넘으면> 등이 있음. 1988년 타계.

이육사: 1904년 경북 안동생. 본명은 원록. 북경대 사회학과 수학. 의혈단에 가입 독립운동 전개. 1933년 <신조선>을 통해 등단. '자오선' 동인으로 활동. 작품으로는 '청포도' '광야' '절정' 등이 있음. 1944년 타계.

이양하: 1904년 평남 강서생. 동경대 영문과 수료. 서울대 문리대 교수, 학술원 회원 등 역임. <농악> <마음과 풍경> 등의 시집을 상재. 1963년 타계.

이태준: 1904년 강원도 철원생. 일본 상지대 수학. 1925년 <시대일보>를 통해 등단. 구인회에서 활동, 이화여전 강사와 조선중앙일보 학예부장 등 역임. 조선문학가동맹 중앙집행위원회 부위원장 등으로 활동. 해방 후 월북함. <구원의 여상> <사상의 월야> <해방전후> 등의 소설집을 남김.

조윤제: 1904년 경북 예천생. 경성제대 조선어문학과 졸업. 서울대 문리대 학장, 성균관대 부총장 등 역임. 저서로는 <한국문학사> <한국시가으 연구> <국문학 개설> 등이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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