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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업이 생계형에서 시장형으로 바뀐 지도 벌써 오래다. 이른바 자본제적 농업생산 양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게다가 가속화하고 있는 시장개방은 우리 농업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이에 따라 농산물의 공급과 수요는 수출과 수입을 포함한 총량에 의해 가격이 조절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 중 농산물의 총수요는 비교적 안정적인 데 반해 국내 생산과 공급은 농업 기반조건과 기상 등 자연조건, 생명과학과 영농기술 등 넓은 의미의 기술조건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농산물은 가격에 따라 작목의 선택과 생산량이 조절된다.
다시 말해서 수요보다 불안정성이 크다.
이와 같은 농업경영 환경의 변화는 증산 위주였던 농업인들의 의식을 소득 중심으로 변화시켰다. 또한 자본축적과 기술문제는 인위적인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 불확실성이 거의 없는 요소로 바뀌었다.
그러나 자연재해는 아직도 생산을 불안정하게 하는 1차적 불확실성 요소로 남아 있다. 기상관측·생명과학·생화학 등의 발전으로 1차적 불확실성 요인이 크게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농업의 또다른 문제는 가격의 불안정성이다. 이는 농업소득의 불확실성을 야기하며 시장의 불확실성과도 연계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 농업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과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 특히 도하개발아젠다(DDA)가 진행되면서 수입개방 극복을 과제로 남겨놓고 있다. 작목과 생산량 조정 등 농업진로를 바꿔야 하는 데 따른 산업체제 전환의 불확실성도 따른다.
더구나 농정이 시행 시점 이후 일정시간이 지난 다음에 합리성과 효율성을 잃으면 정책의 일관성을 해치게 된다. 농업정책의 일관성 상실은 우리 농업이 직면하는 3차 불확실성 요인이다.
농산물의 생산·판로·가격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는 농업인은 작목 선택과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영농의욕은 더욱 강해진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크면 소득 실현의 실패위험 때문에 영농의욕은 꺾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농업의 진로는 이 3가지 불확실성을 최소로 줄이고 예측이 가능한 영농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만일 불확실성이 최소화되고 생산량과 판로·가격의 관측이 가능해지면 농가는 훨씬 안정적인 영농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농업전문가와 농정 당국이 우리 농업이 직면한 이 3가지 불확실성 과제를 모른다거나 과소평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필자보다 훨씬 잘 알고 그 극복이 절박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한다고 본다.
다만 불확실성 요소를 축소하기 위한 연구인력의 확보와 정책개발에 충분히 투자하는 일이 절실하다고 말하고 싶다.
예컨대 기술혁신과 함께 자연재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자연적 불확실성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농업관측기법 개발과 농산물 수급조절기술을 높이면 농산물시장의 불확실성도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예측 가능한 개방시기 및 수입량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예고하고 심사숙고하면서 다른 농정의 일관성을 지킬 수 있으면 적응력이 높은 우리 농업기술로도 경쟁력 있는 농업으로의 재편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 농정이 직면한 과제는 이 3가지 불확실성 요소를 최소화함으로써 안정적 영농이 가능하도록 혁신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것이 시장의 무정부성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위험을 줄여 안정영농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농정철학이다.〈충남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