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한겨레
2004/5/27(목)
추곡수매가 인하와 농민  
  추곡수매가 인하와 농민(한겨레)



올해도 논마다 벼들이 심어진다. 트랙터의 엔진소리도 이앙기의 부산한 놀림도 오랜만에 농촌에 활기를 채워주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 얼굴에는 즐거움보다는 근심과 실망의 그늘만 짙어진다. 쌀 재협상에서 쌀수입이 어떻게 될 것인가도 문제지만, 당장 올해 추곡수매값을 4% 내린다는 소식은 농민들의 구멍난 가슴에 메울 수 없는 더 큰 절망감만 주고 있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추곡수매는 쌀가격을 유지하고 선도하는 구실을 해왔다. 지금은 정부 수매량도 대폭 줄어들고 수매값도 3년 연속 동결되면서 추곡수매는 예전과 같은 구실을 못한다. 그래도 농민들에게는 추곡수매를 통해 정부가 쌀농사만큼은 보장한다는 믿음을 지녀왔고 수매값은 곧바로 농민을 얼마만큼 대접하는지에 대한 징표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 11일 정부가 내놓은 추곡수매가 4% 인하 방침은 농민이 정부에 걸고 있는 한가닥 기대마저 짓밟은 것이며, 앞으로 쌀농사와 농민을 포기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이날 정부는 4% 인하하고 대신에 직접지불제로 보충한다고 하지만 이 또한 농민들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왜냐하면 지금 시행되고 있는 논농업직불제는 쌀소득 감소분을 보충하는 데 시늉에 불과하며, 쌀소득보전직불제는 보험형식으로 농민들에게 돈만 걷어갔지 보상해준 적이 한번도 없는 실정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쌀생산비는 전년도보다 20%나 올라 농민들이 농사짓고 남는 것이 없게 되었다. 올해도 기름값, 기계값, 농약값이 자꾸만 올라 모를 심고도 이것이 오히려 빚만 남을 것 같아 걱정이다. 세계화를 이야기 하기 전에 물가부터 이야기하고 농민의 삶 먼저 이야기할 수 있는 농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박형대/전남 장흥군 장흥읍 

  등록일 : 2004-05-25 [08:22] 조회 : 16 추천 : 0 다운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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