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금학산
2004/5/3(월)
눈앞에 닥친 식량위기[농민신문]  

김영호 칼럼 - 눈앞에 닥친 ‘식량위기’


식탁을 보면 밥만 빼고 온통 중국산 농산물이다. 인건비가 싸니 김치는 아예 담가오고 마늘은 까서 가져온다. 중국산 쌀도 올해를 고비로 밥상에 오를 듯하다. 농산물은 수입해서 먹는 게 값이 싸다고 믿는 비교우위론자들이 득세하다보니 벌어진 일이다.


이제는 한술 더 떠 농지의 절반쯤은 농사를 짓지 않아도 좋다며 농정의 방향을 바꾸겠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까지 중국의 값싼 농산물을 먹을 수 있겠느냐 하는 데 있다.


중국은 20년이 넘도록 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다. 내수침체에 빠진 한국도 지난해 ‘중국돌풍’을 타지 않았다면 마이너스 성장에 그쳤을지 모른다.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인구 13억의 그 중국이 세계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의 원자재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로 변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른바 ‘중국충격’(China impact)이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4,000억달러로 세계 6위이며 2006년에는 1조7,000억달러를 넘어 세계 4위에 이를 전망이다. 장기호황의 불길을 타고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활황세다. 철강제품·합성수지·석유화학제품·자동차부품 등 각종 원부자재의 수입이 폭주하고 있다. 지난해 도이체방크(Deutchebank)는 ‘중국-세계경제의 지형을 바꾸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향후 10년간 매년 7% 이상의 고도성장을 이룩한다고 예측했다. 2017년에는 국내총생산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눈부신 성장세 가운데 눈여겨볼 것은 중국 내에서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이농현상이다. 이미 2억명가량이 도시로 이주했는데도 이농인구가 해마다 1,500만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간의 소득격차, 발전 중심지인 연안지역과 낙후한 중서부 지역간의 발전격차로 인해 계층·지역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농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산업화·도시화와 함께 나타난 사막화 현상은 농지를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곡물 생산량은 4억3,000만t으로 부족분이 5,500만t에 달했다. 전세계 부족량 9,300만t의 절반이 넘는 물량이다. 중국의 식량안보에 비상이 걸리자 국제 곡물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곡물 생산량은 1988년 5억1,200t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02년 4억5,700t을 나타냈다. 만일 육류소비가 증가하면서 사료용 곡물수요가 크게 늘어나면 곡물 부족량은 더 커진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계속 떨어져 지난해 26.4%를 나타냈다. 결국 부족분은 수입해서 먹는다는 뜻이다. 중국이 농업생산의 감소로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면 그 때도 중국산 식량을 값싸게 사먹을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식량안보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이니 경제적 논리가 아닌 국가발전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ekim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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