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농민
2004/4/14(수)
1인 2표제을 설명한 이야기[한겨레신문]  

1인 2표제을 설명한 이야기[한겨레신문]

“으잉, 투표지가 2장?”
“이하 그렇구나 흰색엔 후보 연두색엔 정당”


4월15일 실시되는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처음으로 1인2표제가 도입된다. 1인2표제는 유권자 한 사람이 지지하는 후보자와 정당에 각각 투표를 하도록 해 따로 집계하는 방식이다.

개표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 이어 전자개표기를 사용한다.

이에 따라 개표 시작 2∼3시간만에 대부분의 지역구 당선자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투표 요령과 준비물, 개표 절차 등을 미리 알아본다.



"아빠, 일어나 놀러가요" 아이들 성화에 잠깨자
아내는 투표부터 하라며 "신분증 챙겼어요?"
2장의 권리를 행사한뒤 친구에게 전화독촉까지 "그만 일어나 투표해라"




“헉!”

나한표씨는 뭔가가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에 놀라 눈을 떴다.

“아빠. 어서 일어나. 놀러가요.”

7살된 쌍둥이 누리와 나리가 아빠를 깨우다 못해 아예 가슴팍에 올라탔던 모양이다.

“아빠 조금만 더 자고.”

나씨가 여느 휴일처럼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들려는 순간, 부인 주권자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가 정말. 빨리 안 일어날 거예요. 아까부터 애들이 놀이공원 빨리 가자고 성화예요.”

그 말에 나씨는 단잠의 꿈을 깨끗이 포기했다. 회사를 쉬는 투표날 아이들과 봄나들이 가자고 약속했던 기억이 그제야 떠올랐기 때문이다.

주씨는 벌써 김밥 재료 준비에 한창이었다.

‘겨우 9시구먼, 너무 이른 것 아냐.’ 시계를 본 나씨는 슬며시 침대로 돌아가고 싶어졌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이들은 어느새 소풍 가방을 꺼내들고 있었던 것이다.

“어서 씻고, 투표부터 하고 와요.”

“나만 가 당신은”

“난 벌써 다녀왔어요. 당신도 부지런히 다녀와서 김밥 싸는 것 좀 도와줘요.”

하긴,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늘 주권 행사에 철저한 아내가 아니던가.

막 나서려는데 주씨가 신분증은 챙겼느냐고 묻는다.

선거인명부와 대조해 본인임을 확인하려면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경로우대증·공무원증 등 신분증이 있어야만 한다. 아내가 아니었으면 헛걸음 할 뻔 했다.
투표소인 동사무소엔 20여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윽고 나씨 차례. 집으로 우송돼온 투표안내문의 선거인명부 등재번호를 알아온 덕에 명부를 확인해 도장을 찍는 데는 3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등재번호를 몰라도 이름으로 확인이 가능하단다. 또 도장이 없어도 손도장이나 서명으로도 확인을 할 수 있다.

이번엔 옆 책상으로 가 투표용지를 받았다.
으잉, 그런데 순번표를 떼고 건네주는 투표지가 두 장이 아닌가. “왜 두 표…”라는 말이 막 나오려는데, 선관위 직원이 미리 눈치를 챈 모양이다.

“1인2표제인 것 아시죠 흰색 투표지엔 지역구 후보를,
연두색 투표지엔 좋아하는 정당을 찍으세요.”

그러고 보니 며칠전 아내가 “이번부터는 두 표”라며 일러주던 말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아내는 지역구엔 아무개가 인물이나 가능성에서 괜찮을 것 같고, 정당투표에선 △당을 밀어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나씨 스스로 그때 “정당과 후보자 사이에서 고민 안 해도 되겠네”라고 맞장구를 치지 않았던가.

이게 다 술 때문이구나 싶어 한숨이 나왔다. 어젯 밤 고등학교 동창 둘과 만난 자리에서 요즘 선거판을 안주 삼아 씹고 또 씹었던 그였다.

한 녀석은 제법 유식하게 “정책선거가 어디로 갔나 모르겠다”고 했고, 한 녀석은 “지역주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걸 보니 잠이 안온다”며 소주잔을 연방 들이켰다. 그 바람에 새벽 1시를 넘겨서야 곤죽이 돼 집에 들어왔던 것이다.

기표소로 들어선 나씨는 잠시 숨을 고른 뒤, 기표용구에 인주를 묻혔다.

‘그래, 이번엔 정말 제대로 찍자.’ 수능시험 수학문제를 찍을 때만큼이나 떨리는 손끝을 달래며 나씨는 투표지에 기표용구를 꾸~욱 눌렀다.

두 장 다 찍고 기표소를 나오자, 흰색과 연두색 투표함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색깔대로 맞춰 투표지를 넣으니 투표 끝. 투표소를 나서며, 나씨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한참 신호가 울린 뒤에야 “여보세요”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자다 깬 듯한 목소리다.

“여포냐, 아직 자면 어떡하냐. 얼른 투표해라. 그리고 재권이한테는 니가 투표하라고 전화해라.”

나씨가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어제 동창놈들과 “꼭 투표하자”며 술잔을 부딪쳤던 게 생각난 것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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