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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빚…빚…벼랑끝 농촌 ②농가부채 원인 2003-5-19 개방 쇼크로 맥 못추다 농정실패로 ‘나락’
마늘을 비롯한 농산물의 무차별 시장개방, FTA 등 개방농정이 농가부채의 원인이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보라매 공원에서 한농연 주최로 열린 농민총궐기대회.
농가부채의 원인은 정부의 무차별적인 농산물 시장개방에 따른 가격폭락, 소득보장과 수급안정보다는 경쟁력 강화와 규모화 일변도의 정부 농정 실패, 국제통화기금(IMF) 충격 등이 꼽힌다. 농가부채 문제를 정부가 책임성 있게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고금리와 연대보증, 가혹한 채권추심으로 대표되는 농협의 신용사업이 맞물려 농민들을 더욱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농가부채특별법을 비롯한 여러차례의 대책을 내 놓았지만, 농가부채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무엇이 농가부채의 원인이며, 종전 대책은 어떤 문제가 있는가.
무차별 시장개방…95년이후 농산물값 폭락 거듭 규모화 위주 정부 구조개선사업 실패 ‘빚잔치만’ 97년 IMF 충격…농가소득 2년새 29.7% 떨어져
●시장개방과 가격폭락
80년대 이후 계속된 정부의 개방농정, 93년 12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 타결과 이에따른 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이후 계속된 쌀을 제외한 무차별 시장개방으로 농림축산물 수입이 급증했다.
농림축산물의 연평균 수입액은 WTO 출범 이전인 88~94년까지 65억달러에서 WTO 출범 이후인 95~97년까지는 연평균 98억달러로 51.2%가 증가했다. 이는 같은 시기 세계 평균인 32%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특히 농가들의 주요 소득원인 대표적 작물의 농가판매가격은 95년 이후 급격한 하락을 보이고 있다.
농협조사월보에 따르면 마늘의 경우 95년 1접당 7865원에서 2000년 3월 3912원으로,
토마토는 15kg당 8936원에서 895원으로, 수박은 5kg당 3877원에서 2629원으로, 감귤은 15kg 당 1만6651원에서 1만2842원으로,
포도는 10kg당 1만9224원에서 1만2228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농촌임금은 남자의 경우 95년 3만3237원에서 2000년 3월 4만7239원으로 상승했다.
농산물 수입급증에 의한 가격폭락 사례는 오렌지 수입으로 인한 2000년 과실·과채류 가격폭락, 감귤값 4년째 대폭락, 한·중마늘 밀실협정에 의한 마늘·양파값의 상시적 불안 등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농산물 수입증가는→해당품목 가격폭락→국내 농산물간 작목전환→대체작목 가격폭락이라는 악순환을 구조화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 정부 말기 타결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참여정부에서 비준을 강행할 경우 과실류의 연쇄적인 가격폭락이 예견되고 있다.
●농정의 실패
정부는 UR 이후 개방농정을 강화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이란 명목으로 시설현대화와 규모화에 의한 경쟁력 강화를 정책기조로 삼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농민후계자(농업경영인), 전업농, 선도농 등 30~50대의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농어촌구조개선자금을 투자했다. 이른바 ‘엘리트농정’이다.
UR 타결 이후 문민정부는 42조 구조개선사업(92~98), 15조 농특세사업(95~2004), 국민의 정부는 45조원 농업·농촌투융자계획(99~2004년)을 세워 농어촌에 투자해 왔다.
표면적으로는 막대한 자금이 농어촌에 흘러든 것처럼 보였고, 이 때문에 비농업계에서는 이것을 퍼주기식 지원이라며 폄훼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정책은 수입개방속에서 시설과 생산 증대를 불러 과잉을 구조화시켰고, 가격과 소득은 보장되지 않아 농가부채를 증가시키는데 일조했다.
특히 42조 구조개선사업과 15조 농특세 사업 등 52조원 가운데 농민에게 지원된 돈은 13조원 정도로 이중 농민에게 직접 돌아간 보조금은 2조5000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10조9000억원의 융자금이 상당부분 농가부채로 전환됐다.
김충실 경북대 교수는 “농가부채의 급증은 1차적으로 구조개선사업에 따른 신규투자에, 2차적으로는 투자성과가 충분히 발휘되기 이전에 운전자금 부족이 발생하고 원금 및 부채상환을 위해 또 차입을 늘린것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IMF 충격
문민정부 시절 97년말 엄습해온 국제통화기금(IMF) 충격은 농자재가격과 농업자금 금리의 폭등, 농산물 소비 급감을 불러와 농가들을 파산으로 몰아 넣었다.
농민들은 송아지를 키울수 없어 정부 청사 앞에 내다 버렸고, 기름이 없어 가동 못하는 하우스는 잡초로 채워졌다. 부채를 갚지 못한 농민들의 야반도주, 자살이 이어졌다.
96년 2829만원이던 호당 농가소득은 97년 2348만원으로 17% 하락했으며, 98년에는 2049만원으로 다시 12.7% 하락, 2년간 29.7%가 떨어졌다.
반면 농가부채는 96년 1173만원에서 97년 1301만원으로 10.9%, 증가하고, 98년에는 1701만원으로 30.7%나 증가했다.
●고금리와 낮은 수익률
지난 20년 동안 농가 농사일에 돈을 투입해서 얻는 순수익의 개념인 농업자본수익률은 농업자금 조달금리를 밑돌았다.
그것은 곧 농협에서 상호금융자금과 정책자금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농사를 지어 봤자 농협 빚의 이자를 갚을 만큼도 수익을 얻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농업자금 조달금리는 80년부터 99년까지 20여년간 9.30∼ 18.75%였던 반면, 농업자본수익률은 3.90∼10.92%에 그쳐 평균적으로 3~4%간의 차이가 생기고 있다. 특히 IMF직후인 98년의 경우 농업자본수익률은 3.9%에 불과한 반면 조달금리는 9.92%로 6.02%나 차이가 났다.
이는 정책자금과 상호금융을 합해 계산한 것이어서 만일 상호금융만을 따진다면 조달금리와 수익률간의 차이는 더욱 심화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농협 상호금융의 일반대출금리는 IMF 직전인 97년 10월 13.3%에서 98년 6월 16.5%로 올라갔다.
농협은 금리가 한자리수로 내려간 최근까지도 상호금융 연체금리의 경우 14~18%의 고리로 물리고 금융리스크가 거의 없는 농신보 담보 대출까지도 10% 가까운 이자를 물려 농민들의 부담을 높였다.
경남 함안에서 수박농사를 짓는 김태영씨(47)의 경우 본인 부채 5000만원에다 타인에 대한 보증으로 생긴 부채 7000만원이 또 있다.
그는 “한 해 농사가 뒤틀리니까 이자를 제때 못갚아 각종 거래가 마비, 자본 회전을 할 수 없었고, 부득이 하게 고리의 사채를 썼다가 그것이 연체가 돼 연 25%의 고리를 물게 되면서 집이 5차 경매까지 부쳐지는 신세가 됐다”고 하소연 했다.
한편 농협 상호금융 금리는 지금까지 꾸준히 내려 신규 평균 금리는 2001년말 8.66%, 2003년 3월 7.37%까지 낮아졌으며, 지난 5월1일부로 농협은 상호금융 연체금리와 농신보 담보대출 금리, 정책자금 연체금리를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 미봉에 그친 ‘부채특별법’
2001년 농가부채특별법 등 그동안의 농가부채대책은 저리대체자금 지원, 상환유예 등으로 농가부채 문제의 확산은 일단 유보시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당시 특별법 내용은
△2001~2003년간 상환이 도래하는 정책자금 3조6000억원을 2년거치 5년 분활상환하고 △고금리 상호금융자금 9.6조원을 6.5% 5년 상환자금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아울러 △6.5%의 경영개선자금 1조원을 2년거치 3년상환토록 지원하고 △채무를 대신 상환하는 연대보증인에 대해 5000억원을 5%에 3년거치 7년 분할상환하는 조건으로 지원하는 내용이다.
부채특별법은 지난해말 부분적으로 개정돼 부채대책자금중 중장기 정책자금과 연대보증피해자금의 경우 연 4~5%에서 연 3%로 금리를 내렸고, 지난 4월30일자로 다시 개정돼, 오는 6월부터 상환이 도래하는 경영개선자금의 상환기간을 3년거치 7년 상환으로 바꿨다.
그러나 이는 전체 정책자금 중 올해까지 2조6113억원만 지원대상금액으로 전체 정책자금중 일부만 혜택이 돌아가는 한계가 있다.
또 농가부채특별법 대상액 15조원 가운데 8조원에 이르는 농협 상호금융 자금은 6.5%의 고금리로 농가가 향후 부담해야 할 금리가 2조5992억원에 달한다.
특히 특별법은 연대보증 피해자금으로 일부 지원하는 내용 외에는 농업금융의 폐단인 연대보증을 해소할 근본적 대책은 없다.
2001년말 현재 8조5000억원의 연대보증이 농신보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43.7%가 연대보증이다.
농가가 담보로 제공할 것은 부족하고, 인보증을 요구하는 농협의 대출관행 대문에 농가들이 상호 맞보증을 서는 바람에 연쇄파산의 위협에 시달리는 현실, 대출한도 제한으로 신규 자금 차입도 어려운 현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농업금융의 원로인 K교수는 “자기가 꾸지도 않은 돈을 갚아야 하는 연대보증이야 말로 가장 전근대적이고 비인간적인 제도”라며 “우리나라에서 뿌리 깊은 연대보증 관행을 빨리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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