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최석범
2007/2/20(화)
여론조사는 고도의 기술 필요(월드리서치조사의견)  
사회수용성의 오류
1)의식조사의 의도
 임진강유역의 홍수방지대책에 대한 선호를 위한 기초자료 제공을 목적으로 의식조사를 했다. 그러나 이 결과를 객관적인 기초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조사대상자로 하여금 모든 정확한 자료가 제공되어야 한다. 특히 “정부가 강행하려다 감사원의 감사결과 여러 가지 근원적으로 잘못 계획되어 원점에서 재검토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을 포함되어야 한다. 잘못되거나 불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는 주민들을 대상으로는 공정한 의식조사를 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찬반양측이 함께 기획한 조사이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금번 조사는 기초자료제공을 목적으로 내걸고 “잘못된 한탄강댐 계획을 정당화하기 위한 여론조작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
2)설문지의 문제점
①설문지의 제목
 설문지의 제목은 ‘임진강유역 홍수대책 수립 관련 지역주민 의식조사’이다.  그러나 실제로 논란은 한탄강댐 건설계획이다. 그렇다면 정확한 정보의 전달이라는 원칙에 비추어 제목을 ‘임진강유역 홍수대책과 한탄강댐 건설계획에 관한 지역주민 의식조사’로 해야 옳을 것이다. 따라서 이 조사는 제목부터 심각한 불신을 초래한다.
② 용어의 문제
  언어학 어떤 말을 사용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의식조사는 이런 사실을 감안해서 고도로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임진강특위의 설문지는 제방증고, 홍수조절용댐, 천변저류지라는 세가지 용어를 사용했다. 여기서 제방증고와 천변저류지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지만 홍수조절용댐은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다.  즉 홍수조절용댐이라는 용어는 제방증고나 천변저류지라는 용어에 비해 이해하기 쉽기도 하거니와 그 자체로 ‘홍수에 대비하는 전문시설’이라는 ‘답’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세가지 용어를 홍수대책으로 제시하고 ‘답’을 고르라는 것은 결국 홍수조절용댐을 고르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편파적인 설문지로 지역주민 의식조사를 한다는 것은 객관적 설문의 형식으로 지역주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③ 설명의 문제
  면접원은 주민이 각 용어의 뜻에 대해 모른다고 할 때에는 ‘설명문’을 읽어 주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편파적인 ‘설명’이기 때문이다.  홍수방지대책에서 제방증고는 “배수곤란으로 침수발생이 우려”되고, 천변저류는“농경지 침수가 불가피”라고 설명한다면, 반면  홍수조절용댐은 “하천의 홍수 및 수위조절에 효과적”이라면 누가 제방증고와 천변저류를 선호하겠는가? 홍수조절용댐을 제외한 나머지 대안들은 사실상 모두 부정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런 식의 ‘설명문’을 포함한 설문은 애초부터 설문으로서 성립될 수가 없다. 또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 배수곤란하기 때문에 펌프장을 증설하고, 제방을 증고하는 조치를 취하는 사업비를 추가시켰으며, 천변저류지는 개인의 농경지가 침수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농경지를 사들여서 침수시키는 것이다. 이런 설문을 작성해서 의식조사를 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예산낭비의 한 예로서 감사의 대상이 되어야 옳을 것이다.  특히  ‘기존 계획 한탄강 댐규모 3억 500만㎥보다 축소’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임진강특위는 건교부가 제시했던 3.05억톤보다 상당히 줄어든 1.27억톤의 규모를 제시했다. 그러나 건교부 최종안에서는 2.70억톤으로 확정되어 종래의 건교부 안보다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건교부는 사실상 기존의 계획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임진강특위의 지역주민 의식조사는 건교부가 기존의 계획을 강행하기 위한 한 수단으로 주민들을 속인 사례로 판단된다.
3)표본 선정의 문제
 ‘임진강유역 홍수대책’의 핵심적 논점은 한탄강댐 건설계획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탄강댐이 어디에 지어지는가, 어느 지역이 피해를 입고 혜택을 받는가의 문제이다.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강행하는 한탄강댐이 건설되면 수혜를 받는 곳인 경기도 파주시, 연천군, 포천시가 전체의 85.4%인 854명이며, 피해를 받는 곳인 강원도 철원군은 14.6%인 146명이다. 명백한 물리적 차이가 큰 문제인 사안에서 단순한 인구비례에 따라 지역주민의 표본을 선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피해를 입는 ‘소수 지역’에게 피해를 감수하도록 강요하는 결과를 빚기 쉽다. 여기에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개발독재 시대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희생의 논리’는 사회를 구성하는 제1의 원리인 ‘정의의 원리’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국가는 ‘정의의 원리’에 입각해야 한다. ‘정의의 원리’를 무시하고 소수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는 결코 올바른 민주국가라고 할 수 없다. ‘임진강유역 홍수대책 수립 관련 지역주민 의식조사’는 우리가 아직도 개발독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준다. 한탄강댐의 건설에 따른 피해를 입을 지역과 혜택을 받을 지역은 사전에 거의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피해를 입을 지역의 지역주민들이 한탄강댐 건설계획의 일차적 결정자가 되어야 한다. 혜택을 받을 지역의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지역의 지역주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피해를 입을 지역의 지역주민들이 반대한다면 한탄강댐은 건설되어서는 안 된다. 만일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한탄강댐이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피해를 입을 지역의 지역주민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오랜 시간에 걸쳐 설득해야 한다. 정의를 해치는 방식으로 공익을 실현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표본의 선정부터 잘못된 의식조사를 실시하면서 피해를 입을 지역주민들에게 피해를 강요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스스로 존재의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4) 조사 방식의 문제
  지역주민 의식조사는 모두 10개의 문항에 대한 답을 듣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우선 ‘홍수조절용댐 건설안’을 포함한 ‘5가지 대안’을 전화로 읽어주고 답을 듣는 방식은 그 자체로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렇게 여러 대안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서는 전화문답이 아니라 방문조사를 했어야 했다. 전화문답에서는 전화라는 기계를 통해 대화를 나누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한 질문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전화문답은 찬반 조사나 양자택일과 같은 단순조사에서 주로 사용된다.  
  제방증고, 천변저류지 같은 전문용어를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장 이해하기 쉬운 홍수조절용댐에 대한 선택이 가장 높게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을 구태여 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설명문’의 문제에서 잘 드러났듯이 설문의 작성과 조사방식의 선택 자체가 대단히 중요한 토론의 대상이다. 따라서 임진강특위가 진정으로 공정한 의식조사를 하고자 했다면, 설문의 작성과 조사방식의 선택에 대한 공개적 협의가 먼저 이루어졌어야 했다. 극히 심각하고 복잡한 사안을 전화문답이라는 지극히 편의적 방식으로 파악하고자 했다는 사실 자체가 임진강특위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결과적으로 이런 의심은 분명히 올바른 것으로 드러났다.
5) 해석의 문제
① 의식조사 결과와 최종 결론의 상충
  의식조사 결과에서는 ‘천변저류지+홍수조절용댐’ 안이 3.3%로 가장 낮은 선호도를 보였다. 그러나 임진강특위는 놀랍게도 이 안을 최종안으로 채택했다. 임진강특위가 스스로 지역주민 의식조사의 의의를 폐기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지역주민의 선호도가 가장 낮은 안을 최종안으로 결정한 것은 임진강특위가 지역주민 의식조사를 잘못했거나 그 결과를 무시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임진강특위의 구성과 활동 자체가 큰 문제를 안고 있다.
② 사실과 맞지 않는 의식조사 결과
  포천시는 예상 수몰면적이 가장 넓은 지역이고 표본조사수도 가장 많은 지역이지만 홍수조절용댐에 대한 지역주민의 선호도가 50.4%로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결과다. 수몰에 따른 각종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이상한 결과는 보상을 중심으로 한 각종 유인책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 이상한 결과는 그 자체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또한 포천시의회 의원 일동·한탄강다목적댐 건설 시민추진위원회는 2006년 10월 19일에 발표된 결의문을 통해 극단적인 언사로 거부하고 있다. 과연 어느 것이 올바른 것인가?
③ 인지도의 문제
  인지도는 임진강특위의 지역주민 의식조사에서 제시한 대안들에 대한 지역주민의 사전이해도를 뜻한다. 지역주민의 경우‘홍수조절용댐’(71.7%)에 대한 인지도가 4가지 홍수방지 대안 가운데서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반면, ‘제방증고’에 대한 인지도는 24.7%로 낮게 나타났고, ‘천변저류지’와 ‘혼합안’에 대한 인지도도 각각 12.8%, 10.9% 수준에 불과하였다. 이런 인지도의 높은 편차는 각각의 대안들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하는 것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홍수조절용댐’만을 대안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절대적 다수이며, 또한 그 명칭 자체가 ‘답’으로 보이도록 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안들의 선호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인지도의 높은 편차는 선호도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역주민들이 선택해야 할 대상과 관련해서 어떤 상태에 있는가를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다수 지역주민들이 선택해야 할 대상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지역주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학습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6)사회수용성에 대한 결론
 이제까지 상세히 살펴보았듯이 임진강특위의 지역주민 의식조사 결과는 원천적으로 잘못된 것이며 이것을 한탄강댐의 건설을 위한 ‘사회수용성’의 ‘기초자료’로 사용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의식조사 결과는 한탄강댐 건설계획이 얼마나 잘못된 방식으로 강행되고 있는가를 다시 확인해 준 또 하나의 불행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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