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한겨레
2005/11/24(목)
군납 부식 파동 심화 / ‘경쟁조달’ 결정이 화근 '90. 5. 8  

군납 부식 파동 심화 / ‘경쟁조달’ 결정이 화근

[한겨레] 1990 - 05 - 18   05면  2569자  정치·해설 해설

◎ 농민들 1일부터 납품중단… 군부대선 현지조달/농민들 집단행동 조짐… 국방부 불가피 사정 강조/양쪽 주장 맞서 농림수산부 중재에 초점농산물의 군납을 둘러싼 국방부와 군납 농민 및 농협의 대립으로 납품이 중단된 가운데 군납 농가들이 농작물을 갈아엎는 등 집단행동을 벌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오는 22일로 예정된 농협과 국방부간의 이견조정회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현황 = 군의 부식조달은 지난 69년까지 단위부대가 자체적으로 구입했으나 그해 9월11일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강원도 지방 순시때 농수협을 통해 군부식을 계획생산,조달함으로써 중간상인의 배제를 통해 군의 급양을 향상시키고 농어민의 소득을 증대시키라고 지시함에 따라 70년 3월부터 농축수산물의 군납품 업무가 농수협(81년 1월부터 축산물은 축협으로 이관)으로 일원화됐다.

이에 따라 군부식의 납품단가는 전년도 11월까지 국방부와 3단체간의 협상으로 결정 고시돼 시중가격의 오르내림과 관계없이 공급돼왔으며 올해도 축ㆍ수산물의 공급가격은 지난 3월 이미 결정됐다.

농협중앙회를 통해 국방부에 납품되는 농산물은 무ㆍ배추 등 채소류 18개 품목과 사과ㆍ배 등 청과류 9개 품목 등 모두 32개 품목으로 연간 14만4천4백65t에 금액으로는 4백53억1천만원어치(89년도)에 이른다.

◇농민불만=농협쪽 자료에 따르면 농민들의 불만은 지난 88년 국방부가 군급식 현대화 계획을 발표,농협과의 수의계약에 의해 조달해왔던 농산물을 민간 식품가공공장 등이 참여하는 가공완제품의 경쟁조달 방식으로 전환하고 88년 후식용 여름 과채류의 경쟁조달을 결정한 데서 비롯됐다.

군납 농가들은 이렇게 될 경우 납품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안정적 공급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오던 중 지난해 11월 고춧가루가 경쟁입찰 조달로 바뀐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두부콩과 콩나물콩의 납품권이 재향군인회 산하 군인공제회로 이관된 데다 90년산후식용 과일도 일선 부대장의 재량에 의한 경쟁조달로 바뀌는 등 우려했던 문제점들이 현실로 나타나자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국방부가 지난 82년 수준에서 맴돌던 납품가격을 올해도 전년 대비 9.77% 인상(채소류),0.7% 인상(콩나물콩),5.5% 인하(마른고추)선으로 제시했고,그나마 4월말까지도 확정되지 않은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군납 농민들은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군납을 일체 중단했고,국방부와 계약당사자인 농협중앙회는 8일까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매입해 납품했으나 농민들의 실력저지로 9일부터는 이마저 중단됐다.

국방부는 이에 따라 채소류 및 김치류는 민수로 전환,중앙에서 긴급조달하고 일부 채소는 현지 급식부대에서 자체 조달하는 등 각군 참모총장 책임 아래 긴급조달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농협쪽 주장 = 농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자 농협중앙회는 농민들에게 과격한 행동을 자제토록 설득하는 한편 국방부쪽에 △부식농산물(후식 과채류 포함)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현행 계획생산체제를 유지,농협을 통해 납품토록 하고 △군부식 납품단가는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가격심의기구를 설치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파종 전에 결정하며 △고춧가루 가공을 농협에 위임하고 △올해 파종된 마른고추와 콩나물콩을 내년에도 계속 납품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농협쪽은 국방부가 농협을 통해 완제품을 조달한다는 방침만 확정하면 납품이 가능하다며 가공권의 사전 보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 국방부쪽 주장 = 군급식용 가공식품 가공권 전담 보장은 산업구조 및 경제논리상 무리한 요구이며 예산회계법상 특정조직이나 개인에 대한 사전보장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가격도 농산물 가격만 대폭 인상될 경우 군급식비가 1인당 하루 8백71원으로 정해져 있어 급식기준량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다른 품목에 대한 조정도 불가피해지고,조달본부의 기능상 원가산정에 의한 합리적인 적정가격이상의 협의는 회계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방부 당국은 무ㆍ배추 등 원품을 구입해 스스로 제조하는 부식은 맛이 없다며 먹기를 꺼려하는 등 군장병의 기호가 바뀌었기 때문에 경쟁입찰을 통한 완제품의 조달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또 이번 농산물 납품중단은 농민과 농협 사이에서 납품 중개역을 맡고 있는 경기ㆍ강원지역 17명 안팎의 사이비 농민들이 임의로 ‘전국군납농가협의회’를 결성,해마다 납품거부ㆍ집단시위 등 일방적인 요구만을 되풀이해온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면서 납품중단 및 농작물 폐기행위는 80만 대군에 대한 위협이며 반안보적 행태라고 비난했다.

◇ 농림수산부 중재 = 농민들이 납품을 중단하자 지난 9일 국방부 및 농협 관계자를 긴급 소집,올해 채소류 납품가격을 국방부쪽이 지난달 30일 수정제시한 9.77%만큼 인상하고 마른고추와 콩나물콩의 가격은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며 원품납품은 현재대로 1년간 보장할 것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농림수산부쪽은 이 안에 대한 수용 여부가 22일의 조정회의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농림수산부 관계자들은 가격문제의 경우 조정안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가장 핵심적인 사항인 납품제도 문제는 농협중앙회의 납품수수료(6%)문제 등이 걸려 있어 정치적인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유희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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