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강원일보 2005/10/6(목) | |
[사설] 누가 농민을 자살로 몰았나 [사설] 누가 농민을 자살로 몰았나 ( 사설 2005-10-6 기사 ) 철원평야의 벼베기 작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콤바인을 구하지 못해 고민하던 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사건이다. 농촌의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처럼 키워온 벼를 수확할 길이 없자 그는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 우리는 농촌을 살리자는 구호 속에 왜 그가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자살로 삶을 마감할 때까지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 우리의 농정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위기의 쌀 산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농업경영의 규모화와 클러스터 사업을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농촌문제를 압축하는 화두다. 특히 농업경영 규모화사업은 지금까지 우리 농촌의 현실이었던 노동집약적인 벼농사를 대단위 기계화 영농을 통해 기술집약적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 제1의 곡창지대인데다 전국에서 영농기계화 정책사업이 잘됐다는 철원평야에서 콤바인을 구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오늘의 현실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정책과 현실이 따로 놀고 있다는 얘기다. 농민들은 만성적인 농가부채에 시달리고 있고, 농산물가격 폭락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밀려오는 외국 농산물 틈에서 우리 농산물이 경쟁력을 잃은 지는 이미 오래다. 특히 지난 2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원도는 쌀 생산량은 적으면서도 109개의 브랜드가 난립하고 있다는 것이 도마에 올랐다. 정작 품질 우수성을 인정받는 데는 실패했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강원 쌀 농정이 질타를 받았다. 때문에 태풍 기상이변 등 갖가지 풍상을 이겨내고 풍년을 맞았다는 기쁨도 농민들에게는 잠시다. 농민들은 더 깊은 시름에 잠겨야 한다. 쌀 더 먹기 감자 팔아주기 양파 사주기 등은 언제부턴가 연례행사가 돼 버렸다. 집중적인 캠페인까지 펼쳐지고 있지만 농촌에 희망을 심기에는 역부족이다. 수지 맞지 않는 농촌생활에 지친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 농촌에는 노인과 부녀자만 남아 일손 구하기조차 힘든 게 농촌의 현실이다. 모든 면에서 불리한 우리 농업은 가격이 아닌 품질로 승부해야 하지만 현장과 밀착되지 않은 연구기관 위주, 전문가 위주의 연구 개발 및 기술보급 체제로는 농업 현장에서 기술혁신을 이룰 수 없다. 농업은 민족의 생존과 국가 장래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착실하게 농업을 지키고 있는 순진한 농민을 더 이상 죽음으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 말로만 농촌을 살리자고 떠들 게 아니라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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