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풀꽃평화연구소
2005/7/29(금)
송전탑 재앙지, 포천시 일동면에 다녀왔습니다. [펌]  

송전탑 재앙지, 포천시 일동면에 다녀왔습니다.  



3월11일(금), 포천군 일동면에 다녀왔습니다.
포천 일동면에 계시는 금정스님께서 연구소 사람들을 포천 일동면으로 초청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스님은 지난 해부터 그곳의 한 골짜기에 부처님을 모시고, 법당을 지으신 뒤, 요가선원을 열고 계십니다. 금정스님은 제가 히말라야를 자주 다니던 꽤 오래된 시절부터 뵈어 알고 있는 스님으로서 재작년에는 네팔인 샨티 라마를 연구에 소개하신 적도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정상명선생님과 '풀꽃세상' 일을 하던 시절, 네팔여성 찬드라 꾸마리 찬드라 사건을 공론화한 뒤 찬드라를 위한 참회모금액을 전달할 때에도 카트만두에서 현지 네팔인들과 만남을 주선하시고, 네팔에 참회모금운동 사실을 알리는 일에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스님과 연구소와의 인연이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일동면에 좀 와주시라"고 부탁하신 까닭은 그곳 일동면에 찾아온 대단히 불길한 손님인 송전탑 건설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송전탑 건설 주체는 한국전력.
한국전력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일동면을 가로질러 송전탑을 지어야 한다고 하더니만, 주민반대에 부딪치자 3가지 안을 내놓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희는 송전탑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라고 답하며, 연구소는 송전탑 건설 문제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녹색연합의 서재철국장을 일동면에 소개해 드렸습니다. 그후, 서국장은 저희 부탁을 받고 일동면까지 찾아가 성심껏 그동안의 경험과 송전탑건설의 문제점에 대해 주민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그런 뒤에도 마을 분들이 이 난데없는 소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급기야 스님께서 연구소 사람들을 다시 초청하신 것입니다.
"스님, 전기를 쓰면서 송전탑 건설을 하되 내 지역을 관통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한다는 게 얼마나 모순되고 어려운 이야기입니까. 저희는 할 말 없습니다."
그렇게 사양했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꼭 송전탑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으니 무슨 이야기든, 환경이야기를 좀 해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래서 부득불, 어렵게 일정을 잡은 것이 2005년 3월11일(금)이었습니다.

저는 이 나라의 일반적인 국책사업 이야기, 거기 대응해야 할 주민들의 태도, 그리고 이런 난제에 처한 마을의 어려움에 대해 일반적인 이야기만 겸손하게 드릴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들으나마나한 이야기밖에 안 될 것이니 실망을 각오하시라, 그렇게 조용히 이번 초청강연을 치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현장에 가보니 의외로 주민들의 표정과 일어나고 있는 일의 심각성이 제 마음속의 무엇인가를 건들기 시작했습니다.
강연장은 일동면 농협건물 3층 강당(회관)이었는데, 면장님과 대책위 분들이 널리 강연을 홍보하고 애를 써 제법 널찍한 회관 안의 좌석이 다 차 있었습니다. 송전탑 건설로 인해 마을 분들이 지니고 있는 불안과 답답함이 그 열기 속에서 그대로 전달되어 왔습니다.
대책위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농협회관 조합장 방에서 일동면 면장님과 농협조합장, 군의원들과의 인사를 마친 뒤, 곧 강연장에 갔습니다.



사회자(나이 드신 군의원)가 제 소개를 마친 뒤, 단상에 올라 먼저 인사를 드렸습니다. 제가 몇 군데 대학에서 강의를 했고, 한 대학에서는 겸임교수직을 역임한 적이 있기에 사회자는 자꾸만 '교수님, 교수님!', 하며 저를 호칭했기에 "나 교수 아니다. 나 글쟁이다. 굳이 말하자면, 환경운동하는 작가다', 그렇게 소개를 고쳐 드린 뒤, 1992년부터 상계소각장건설반대운동을 하던 이력에서부터 풀꽃운동, 새만금살리기 운동, 삼보일배 운동, ...그리고 '환경책큰잔치'를 비롯해 연구소에서 펼치고 있는 활동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퇴골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얼추 드림으로써 제가 송전탑 건설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인사로 강연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강연 초청을 받자 준비했던 메모를 살피는 것으로 강연내용을 대신하겠습니다. 최초의 메모는 매우 온건하고 유순했으나 주민들의 열기 때문에, 그리고 3가지 안을 내세워 마을을 분열시키고, 우회로선의 불가피성을 대는 한전측의 여러 이유들이 매우 애매하고 불투명한 것을 느낀 뒤, 이 사람들이 마을주민들을 얕잡아보고 희롱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왔습니다. 제 속에서도 주민들처럼 분노가 치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드리려던 톤보다 몇 배는 더 제 어조가 격해졌고, 다소 선동적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래 부터는 제 강연요지입니다.



인사,
나, 송전탑 잘 모른다.
내 얘기가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다만 그동안의 환경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환경분쟁, 환경적 소동에 대한 주민들의 태도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1992년께 상계소각장 운동의 발단..주민들이 도로를 점거했다. 그건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어리광을 부리는 방식의 운동이다. 그래서 대책위를 공식 출범했다. 이후 3년여에 걸친 서울시와 에너지관리공단의 거짓된 태도에 대한 분노. 한편, 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 님비현상에 대한 반성....주요 언론들의 한결같은 무관심, 국민들의 다이옥신, 쓰레기 문제에 대한 무관심....등과 싸웠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하지만, 배운 것이 많았다. 이 나라 국책사업 진행과정의 부정부패와 절차적 민주주의의 왜곡과의 싸움이었지 '쓰레기소각장 무조건 안 된다'는 아니었다.

여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송전탑을 건설하려는 측은 한전이다. 한전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사업을 하는 곳이다. 한전은 이 경우, 발전된 전력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송전탑에서 나쁜 기운이 나온다는 것이다. 어떤 나쁜 기운이냐? 전자파다. 그래서 송전탑 주변의 농작물, 가축들, 임산부, 노약자, 동식물...등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 피해가 온다는 것이다. 소음공해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한전이 취할 태도는 무엇이고, 주민들이 취할 태도는 무엇일까?
한전은 송전탑의 문제점을 공부해서 주민피해가 없는 쪽으로 돈과 에너지를 써야 할 것이다. 그런데 대개 주민의사는 묵살하고, 진실은 은폐하거나 호도한다. 송전탑, 안전하다고 호도한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내 집 앞, 내 동네를 지나가는 송전탑, 반대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지역이기주의라기보다 하나의 권리 같은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가 어려운 문제다.

여러분들은 그러므로, 거짓말과 싸워야 한다.
안전한 송전탑을 요구하기 바란다. 송전탑 자체를 반대하면 공감을 못 얻는다. 지나가야 한다면, 꼭 우리 마을에 송전탑을 세우려면, 그것의 안전대책에 대해 요구해야 한다. 거짓말 시키지 말라고 해야 한다. 만약 거짓말을 한전이 시키려들면, 바로 그 거짓말 때문에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워야 한다. 내 집 앞은 무조건 안 된다...는 집단이기주의가 강조되면 절대 안 된다.
한전의 약속들이 있을 것이다.
보상과 안전교육, .......그런 데 쓰려고 작정한 돈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보상이 안전을 담보하지 않거나 안전문제를 거짓말로 덮으려고 하면, 필사적으로, 사생결단으로 싸워야 한다. 그래야 한전이 궁지에 빠진다.

이때 한전이 할 일은 송전탑 방식으로는 안 되겠구나. ...그렇게 송전 방식을 변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만약 사람들에게 피해가 온다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술개발을 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돈을 써야 할 것이다. 주민보상, 회유책..에 쓸 돈을 건설적으로, 친환경적으로, 기술개발로 극복하기 위해 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찬성여론을 조성하며, 교묘하게 3가지 안을 내세워 주민들 이간질 시킨 뒤, 보상이나 적당히 해주고, 한 마을의 영구적 피해를 나몰라라, 하면서 송전탑 건설을 계속한다면, 그런 한전은 반드시 궁지에 빠져야 한다.
이 자리에도 한전 사람들, 정보과 형사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말하겠다. 메모지 꺼내 내 이야기를 잘 적어라. 녹음을 해도 좋다.

이 대목에서 부안핵쓰레기장 반대운동 예를 들겠다.
부안은 핵쓰레기장(방사선 폐기물센터)이 '내 지역'에 들어서면 안 된다, 그렇게 싸우지 않았다. 물론 처음에는 보상금을 바라고 부화뇌동했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핵마피아들이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알아챈 뒤, 주민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핵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다.
핵에 대해 공부하다가 우리 환경문제, 이 나라 건설족들의 실체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동안 무관심했던 새만금건설의 문제점도 알게 되었다. 주민들이 똑똑해졌다. 똑똑해지면 할 일이 보이게 된다. 부안군 전체가 하나가 되었다. 공권력 침투가 극에 달할 수록 분노와 깨달음도 커졌다. 결국 이겼다. 이긴 뒤, 지역의 독립신문도 창간되었다. 핵쓰레기장 소동으로 피해도 컸지만, 소득이 더 커졌다. 그렇게 싸워야 한다. 그들은 '핵없는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 그러니 전국적인 공감을 얻었다. 국민들 모두 핵발전소, 핵쓰레기장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 점에서 부안주민들에게 우리 국민들은 감사해야 한다.

여기도 마찬가지다.
송전탑 싸움으로 얻는 게 있어야 한다.
공감을 얻어야 한다.
언론은 반드시 님비로 몰고 갈 것이다. 그러니 언론을 잘 활용해야 한다.
주민대책위는 송전탑 공부를 해서, 한전과 논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때 환경단체 중 송전탑 문제로 싸운 경험자들을 마을에서 모셔, 공부해라. 공부하면 한전도 못 속인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래서 이 초대하지 않은 불길한 손님으로 인한 소동이 아니라 '다행'이 되도록 해야 한다. 주민들이 통합되고, 환경의식에 눈 뜨게 되고, 한 농부로서, 한 시민으로서, 한 국민으로서 자각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 농산물 문제, 농정대책, 교육문제, 교통문제에 대해서도 전과 다른 견해를 가지게 될 것이다. 사는 모습도 달라질 것이다. 우리 사회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우리 지역의 지자체 살림꾼들이 어떤 놈이 똑바로 된 놈이고, 어떤 놈이 거짓말쟁인지 더 잘 알게 된다. 그게 소득이다.
그 소득 없이 한전의 말에 분열되고 찢어지고 서로 싸우면 이 사태는 재앙이 된다.

듣기로, 공청회가 곧 있을 것이라 했다.
참석하려면 몽땅 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 가야 한다.
한전은 주민설득과정의 업적으로, 기록으로 남기려는 수순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가면 안 된다. 공부가 부족하면, 아는 사람과 같이 가면 된다.  접때 소개했던 녹색연합의 서국장 같은 사람은 이 문제에 관한 한, 이 나라의 최고 경험자다. 한전측의 말을 잘 듣고, 거짓말을 시키거나 의심나는 말을 하면, 단호하게 논리적으로 항의해야 한다.
거짓말 시키지 말라고.

"송전탑의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아서 안전하다고 한전에서 말할 때, 바로 그 검증되지 않은 점 때문에 못 믿겠다라는 논리를 전개해야 한다. 저쪽의 말속에서 대개 이쪽의 할 말이 다 개발될 수 있다. 그러니 공부를 해야 한다."

공청회를 또 열면 한전측에만 유리하게 이끌려가지 말고, 그 기회를 공부와 주민통합의 기회로 활용해라.

주민과 대책위는 한전의 태도를 예의주시하고, 정보를 나눠야 한다.
마을방송을 활용해야 한다. 인터넷 사이를 얼른 개설해라. 그리고 노인들에게 인터넷 공부를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라. 주부들, 노인들, 모두 이 기회에 인터넷을 배워라. 자꾸 모여라. 모여 웃고 놀면서 공부해라.

대책위는 지역 방송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마을 분들, 다섯 명만 이 일에 미치면 송전탑 건설 바로잡을 수 있다. 이 일에 집중할 세 명 정도만 정신 차리면 송전탑 마을 관통이라는 어불성설을 막을 수 있다. 한전에게도 교훈을 줄 수 있다.

주부들 몇 분, 예전에 이 마을의 골프장 건설 때 싸웠던 분들(현재 50대), 그분들만 똘똘 뭉쳐 한전측의 분열책에 휘말리지 않으면 이긴다.

여러분들은 자존심도 없는가. 그토록 안전하다는 송전탑을 왜 '압구정동'과 '성북동' 여의도'를 관통해 세우지는 않는가, 여기 지명은 물론 상징적인 장소다. 여러분들 누대에 걸쳐 살아온 마을 한복판에 송전선로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한전에서 여러분들을 우습게 보고 벌인 계획이다. 그들의 비용절감을 위해 여러분들이 희생되어선 안 된다. 이 싸움은 자존심과의 싸움이다.

이 나라 어떤 나라인가.

이 나라는 이상한 나라다. 참으로 그렇다. 3월 초순, 국세청에서 밝힌 자료인데, 전체 인구 중 1%가 이 나라 국토의 45%를 소유하고 있단다. 인구 10%로 따질라치면 그들이 전체 국토의 72%를 지니고 있단다. 이 자료에 의하면, 숫자에 약한 나 같은 사람도  인구 90%가 전체 국토의 28%의 소유자라는 것이 이내 계산된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을까.

지방의회 의원들 80%가 건설회사 사장들이다.

농업문제, 잘 모르지만, 농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
얼마전 부총리 이헌재...이야기. 그는 악질 땅투기꾼이 아니었던가.
똑바로 봐야 한다. 어떡할까. 속지 않고, 자신이 확보하고 지킬 것, 싸워 얻을 것을 얻어내고 사는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똑바로 알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 잘 모르면, 그 문제로만 고민하고 싸우는 시민단체, 환경단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시민단체, 환경단체...를 시민들, 국민들이 키워야 한다. 어느 단체든, 일본이 우리나라 점령한 것 잘했다는 한심한 단체만 빼고, 시민단체에 가담해라. 이 기회에 환경단체가 하는 일 관심 가지기 바란다.

여러분들 새만금갯벌에 대해, 부안 핵쓰레기장 건설로 인한 불행에 관심 가진 적 있었는가. 없었을 것이다. 내 일 아니면 무관심하게 살아왔던 것 반성해라. 그런 반성 이후에야 진짜 힘이 생긴다.

제가 벌인 운동은 삼보일배 운동, 풀꽃운동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달라져야 하겠다는 운동이다. 송전탑 문제, 핵쓰레기장 문제...이런 다급한 문제에 봉착해서도 생태적 감수성이 없이 반대운동에만 몰두하면, 싸우는 사람도 황폐해진다.

환경문제의 뿌리에 대한 이해, 나도 책임이 있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나는 농약 막 쓰고, 내 먹는 것 내다파는 것 다른데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안 느끼면서, 쓰레기 막 버리고, 전기 펑펑 쓰면서, 한전만 나쁘다고 하면, 말빨 서겠는가. 그러면 여러분 주장부터 허구가 된다. 진짜 주장이 되야 한다.

우리 주변을 살피고, 우리 소비생할, 배금주의, 실적주의, 황금만능주의, 부정부패, 건설만능주의, 경제성장 지상주의...를 살피고, 내 삶에 대해서도 살피고, 그런 뒤 한전의 정책이 어떻게 잘못되었는가, 바라다보면 주민들이 할 일이 보일 것이다. 그렇게 무장하고 싸우면 어떤 싸움도 이긴다. 모든 일들이 실타래처럼 연결되어 있다. 모든 문제들은 다른 문제들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습니다.
제 어조는 시간이 흐를수록 격해졌습니다.
적잖은 주민들이 메모를 했고, 앞자리의 대책위 분들은 깊은 공감을 하는 얼굴이었습니다. 청자들의 그런 반응은 강연자를 더욱 고무시킵니다.
그렇찮아도 이헌재 전총리를 정부가 감싸려고 하고, 총리는 '봐 주세요' 헛소리해대고, 감옥에 처넣어야 할 땅투기꾼을 사퇴로 어물쩍 넘어가려던 그 즈음의 분노가 겹쳐 제 어조는 극히 선동적이 되어갔습니다.

한 분이 질문하셨습니다.
"저희들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이곳 일을 중앙에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도록 도와주실 순 없겠습니까?"
그런 요지의 질문이었습니다.

"중앙이 어디 있느냐? 여러분들 서 계신 이곳, 여러분들 살아오신 일동면, 이곳이 바로 세상의 중심이다. 서울도 서울지방일 뿐이다. 언론보도를 희망하시는데, 언론을 오라 하면 안 온다, 언론이 관심 갖고 오도록 만들어라. 마을 전체가 송전탑건설 반대 분위기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어야 한다. 사자는 다람쥐 한 마리를 잡아도 전력을 다한다고 한다. 중앙의 누구한테 의존하고, 언론이 제발로 찾아오기를 기다리면, 실패한다. 여러분들 속에 힘이 있다. 그 힘을 발견해라. 그 힘이 진실하고 감동이 있으면 언론은 절로 온다. "
그런 식의 대답을 드렸습니다.

또다른 질문도 있었습니다.

"어떤 일부터 해야 하겠습니까?"

"먼저 전기를 아껴 써라. 그러면 핵발전소 더 짓지 않아도 되고, 그러면 처치 곤란한 핵쓰레기장도 덜 나오고, 고압선 매달려 소음 속에서 엄청난 유해 전자파를 배출하는 송전탑 건설이 완화될 것이다. 송전탑 건설 수를 줄이게 되면, 일동은 이런 불청객들을 맞이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핵발전소에만 의존하는 이 나라, 대체에너지 개발에 돈 쓰도록 요구해라. 이 나라 대체에너지에 쓸 비용이 2.2%밖에 안 된다. 풍력발전소, 태양에너지 개발에 도통 관심없는 나라다. 그런 데 돈 쓰게 해야 한다. 우리 모두 책임이 있다."

"공청회가 곧 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겠습니까?"

"공청회를 마련한 한전측이 바람둥이라면, 여러분들은 시골처녀다. 그들은 (거짓말로) 주민들 설득하고 회유하고, 분열시키고, 안심하게 만드는 데 이골이 난 사람들이다. 돈도 펑펑 써댄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이런 불청객을 처음 맞이한 사람들이다. 이 나라 국책사업 벌어지는 어느 곳이나 똑 같다. 처녀가 똑바로 알고, 자신을 지키면 더 무섭다. 공부부터 해야 한다. 누구도 두려워 말라."

강연시간은 1시간 30분여. 이후에도 질의 응답시간을 30분여 더 가졌습니다.



강당에서 나온 뒤, 농협조합장실에서 대책위 분들과 다시 만났습니다.
이때에도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전개되었습니다.
대책위 분들은 대단히 진지했습니다.
벌써 주민들은 적잖은 비용과 에너지 낭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2,200여명 주민 중 1,200명의 서명을 받아놓은 상태였습니다.

서명을 다 받은 뒤, 환경부나 고충처리위원회에 보낼 생각이라고 하기에, "서명운동은 하나의 상징적 열기를 드러내는 것이지 법적 효력으로 작용은 못한다. 보낼 곳이 어디 한두 군데이겠는가, 다만 서명을 못다 한 분들의 서명을 다 받아라, 서명을 받을 위치를 마을 입구와 출구 두 군데에 만들어, 그곳에서 교육이 함께 이뤄지도록 하는 게 어떨까 싶다.

서명하는 장소에 여러분들이 직접 망치 두드려, 뚝딱뚝딱 무대를 만들고 그곳에서 항상 전기에너지, 대체에너지, 핵발전소의 문제점, 송전탑의 유해성, 컴퓨터 교육 안내, 마을의 문제점을 토론하는 장소로 삼아라. 거기 가면 마을 사람들을 만난다, 거기 가면 얻을 게 있다. 그리고 거기 가면 아주 즐겁다....이런 분위기의 공공장소를 만들어라.

군의원, 면장님, 농협조합장, 기타 마을 유지분들이 현재로 볼 때, 아직 분열되지 않아서 승산 있다. 지금의 좋은 분위기와 믿음을 절대 잃지 말아라. 여러분이 송전탑이라는 이 초대하지 않는 나쁜 손님 때문에 분열되면 그보다 바보는 없을 것이다....와 같은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국책사업인데 반대하면 빨갱이로 몰고 가는 분위기는 여러분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접적지역이라 늘 빨갱이공포로 몰고갔는데, 그런 국가주의 유습이나 방자하고 버릇없는 협박에 굴하지 말라. 그리고 언제나 말단직원이 아닌 책임질 수 있는 책임자와 만나라. 그 외의 인물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면 시간낭비이고 아무도 나중에 책임지지 않는다.

그들이 여러분들더러 대안을 내놓으라고 하면, "대안은 문제를 일으킨 자들이 내놓아야 한다"라고 맞받아쳐라. 우리 마을은 평화롭게 생업에 종사하고 싶다. 문제를 누가 일으켰는데, 대안까지 우리더라 내놓으라 그러느냐? 그렇게 되물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진 찍은 일을 맡으신 정상명선생님은 마을 주민들이 풀꽃운동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면서 조금 이야기를 나누셨는데,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서 인터넷을 통한 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하시기도 했습니다.

정선생님은 부안의 '독립신문' 발간 이야기도 드리면서, 마을의 젊은이들 도움을 받아 사이트를 개설한 뒤, 인터넷공부, 환경공부를 병행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서명운동에만 전념하던 마을 분들, 모두 인터넷 사이트 개설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 깊은 관심을 표했습니다.



저희들이 이야기하는 조합장실 중앙 벽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었습니다.
좀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어야 할 텐데, 이 태극기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꼭 그렇게 가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일일이 성함을 밝힐 수는 없지만, 마을 주민들. 군의회 의원도 계시고, 전의원도 계시고, 대책위 위원장도 계시고, 마을 수의사님도 계시고, 자치단체장도 계십니다. 서울에서 시민운동하시다가 꽃농장을 가꾸는 분도 계셨습니다.

농협건물에서 나온 뒤, 저녁식사를 대접받을 때 제안했습니다.
식사시간에도 여전히 향후대책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식사 도중, 여전히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 제안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매우 무력하고, 아는 게 없다고 하시는데, 절대 승산 있는 싸움이다. 언론보도에서 소외되어 있다고 하시는데, 여러분들이 매체를 만들어라. 정상명선생님 말씀처럼,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하는 것도 훌륭한 매체다. 송전탑 반대는 사이트 타이틀에 앞세우지 말고, 다른 이름을 붙여라. 전기를 덜 쓰는 사회, 그런 식으로 가야 한다. 대체에너지를 생각하는 일동사람들, 그런 식도 좋다. 그리고, 밤 10 이후에 일제히 마을 전체가 소등을 하는 게 어떨까 싶다. 1,200여 주민이 모여 사는 이런 마을이라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불을 켜야 할 일부 상인과 병원 응급실...들을 제외하고 마을 전체가 밤 10시 이후에는 불을 끄는 것이다.

공부하는 학생들의 공부방은 최소한의 전기만 쓰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포천군 일동면은 송전탑건설 소동으로 말미암아 밤 10시 이후부터는 전기를 쓰지 않는다, 그런 실천운동을 벌이면, 저절로 언론들이 찾아온다. 그러면 절로 운동이 된다.

여러분은 전기세 적게 나와 좋고, 마을의 멋진 운동이 외부에 알려져 외롭지 않아 좋고, 한전측은 당황해 할 것이고, 그런 절전운동을 통해 다른 엄청난 것들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일거양득, 삼득, 오득....의 효과를 얻을 것이다. 그러면 부안이 '핵없는 세상'의 반핵성지가 되었듯이, 이곳은 대한민국 '절전의 본산지'가 될 것이다....멋지지 않겠냐.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싸움은 저비용으로 해야 한다. "

그런 제안을 드렸습니다.
정상명선생님은 주부들의 힘을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마을 분들은 반갑고도,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는 눈치였습니다.
저희 풀꽃평화연구소의 일동면 방문이 마을 일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이 깊습니다. 일동면 분들이 이번 일로 깊어지고, 달라져서, 마을의 재앙을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 기회로 변화시키리라 믿습니다.


사진 : 정상명
글    : 최성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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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3월16일 아침, 금정스님을 통해 듣기로, 15일에 가졌던 공청회는 "'책임자급의 사람이 나오라"는 주민들의 단호한 요구로 지연되었고, 마을 분들은 저희들 다녀간 뒤 한전측에서 내세운 3가지 안으로 인해 다소 무기력해지고 분열되었던 마을 분위기가 단단하게 통합되면서 뜨겁게 열기가 살아났다는 소식을 전하셨습니다.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입니다.

스님 말씀으로는 "주민들이 단호해지고 똑똑해진 것 같자, 한전측은 매우 당황하더라", 그 비슷한 말씀도 전하셨습니다. 마을분들로부터 좋은 분들 소개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스님이 받고 계신 모양입니다. 그 점 또한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03/17-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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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하루 : 연구소에서 하는 일, 언제나 정말 소중한 일입니다. 단순한 투쟁이 아니라 자기 성찰과 자기 실천을 동반케하는 것, 보통 일이 아니지요. 좋은 소식 계속되길 기원합니다. 그럼.... -[03/17-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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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짱 : 참 옳은 말씀입니다.어찌보면 산다는게 끊임없는 그런 싸움이지요.잘 읽었습니다. -[03/18-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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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 절로 박수가 나오는 강연,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는 강연, 공부가 하고 싶어집니다. 못각님, 왕풀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03/18-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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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도 : 불길한 불청객 송전탑을 맞은 포천군 일동면 주민들에게 좋은 말씀과 격려를 주고 오셨네요. 두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03/18-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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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꾼 : 몇몇이 뒷방에 모여 감자 등속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와중에 못각님께서는 외출 준비를 하고 계셨군요. 애 쓰셨습니다. 동일한 사물 하나를 두고도 보는 시각이라는 게 천양지차이지요.

언젠가 영화판에서 일하는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 놈의 송전탑 때문에 이 땅의 어느 산을 가더라도 무협영화 촬영을 못하겠다는 불평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송전탑 그거, 인간과 자연에 대한 해악도 그러하려니와, 우선은 시각적으로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폭력적이어서 몸서리가 쳐질 정도이지요. 못각님의 이번 강연을 들어보니, -[03/18-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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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꾼 : 무엇보다도 인문적 요소가 풍부해서 호소력이 컸던 것 같습니다.
이른바 신군부가 등장했던 80년대에 환경운동을 했던 분들은, 당시 우리 사회의 변혁운동에 헌신했던 분들로부터 '개량주의자'이니 뭐니 해서 욕도 적지 아니 먹었던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당시 저는 그 환경운동을 바라보면서 그 운동을 지탱하고 있는 논리들이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쪽의 논리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어서, 훗날 언젠가는 어떤 철학적인 한계랄지 또는 감성적인 호소력의 한계랄지 그런 문제에 부딛치지 않을까 염려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그 시대 환경운동의 주류를 이루었던 분들이 지금에 와선 철학성의 빈곤 따위를 그대로 드러내고 외면당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형국입니다만, 역시 환경운동의 본질은 딱딱하거나 메마른 게 아니라, 부드럽고 축축하고, 인문이니 철학이니 감성이니 하는 것들과 깊이 닿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03/18-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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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못각 : '인문적 요소'라기보다 제가 송전탑의 유해성에 대해 잘 모르니까 아마 그것이 핵쓰레기장이든 댐이든, 터널이든, 그 진행시키려는 자와 당하는 자와의 관계가 일정한 패턴이 있는 듯해서 평소 생각을 털어놓았다 봐야 할 겁니다.

하나마나한 이야기만 어눌하게 더듬거리리라 생각하고 갔는데, 막상 현장에 가서 들의 초조한 얼굴을 만나자 저도 모르게 다소 흥분을 한 듯합니다. 그래서 작정을 하고 선동을 할 생각을 하게 됐지요. -[03/19-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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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못각: 송전탑의 심미적 파괴력과 꼴볼견까지 우리 산하를 바라보는 시선이 무르익지는 못한 처지라, 그저 우회선로도 있지 않겠는가, 그 정도만 이야기했는데, 사실 화천군의 경우에는 듣기로 전봇대 없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그곳 군수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송전선로를 땅에 묻는 방법도 있는데, 비용이 어쩌구 저쩌구 하더군요. 하지만, 비용이야기는 핑계이고, 그런 연구를 안 해 본 것으로 보는 게 옳을 것이고, 한전이든 에너지관리공단이든 수자원공사든...그패들이 국책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아주 무례한 태도가 있지요. 일동에 들이닥친 소동이 주민들 에너지를 많이 소모 -[03/19-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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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못각 : 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기에 매듭지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깊습니다. 싸움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 주민들도 심정적으로 많이 다치게 될 것은 뻔한 일이고, 그 과정에서 실제 뭔가를 얻기보다는 상처가 더 깊어지기 일쑤일 겁니다.

그러니, 한전이 그분들에게 예의를 차리고 상식적인 대안을 스스로 찾아내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그 집단이 아주 방자한 집단이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지요. 두고 볼 일인데, 좋은소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03/19-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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