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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7/24(일)
[과학으로 세상보기] 도시에 푸른 숲을 가꾸자  

[과학으로 세상보기]  도시에 푸른 숲을 가꾸자

[중앙일보 2005-05-27 05:17]

[중앙일보 김형광] 20여 년 전 처음 미국에 갔을 때다. 뉴욕공항에서 갈아탄 프로펠러 여객기가 시러큐스 상공에 다다라 착륙하는 순간이었다. 밑을 보니 도대체 시가지가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온통 푸른 숲뿐이었다. 지상에 가까이 내려가니까 그제야 주택이며 도로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받은 인상이 너무 강렬했다. 숲 속에 도시가 있다는 사실이, 자연 속에 사람이 산다는 사실이….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에서는 해마다 봄철이면 벚꽃 축제가 열린다. 1912년 일본이 기증한 왕벚나무(우리나라 제주도가 원산)를 포토맥 강변에 심어 지금은 장관을 이룬 그 자리에서 매년 수많은 여행객이 벚꽃의 향연에 매혹된다. 만약에 이 유명한 축제가 없었더라면 미국의 수도는 훨씬 삭막했으리라.

최근 우리나라도 지자체별로 도시 녹화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대전 유성에서는 이팝나무 축제가 열렸다. 대로변 큰 나무를 모두 덮을 정도로 흐드러지게 핀 흰 꽃송이가 도시의 경관을 아름답게 바꿔 놓았다. 조선시대 허기진 백성들이 멀리서 바라보면 사발에 수북이 얹힌 흰 쌀밥처럼 보인다고 '이밥나무'라고 불렀다고 하는 이 나무가 새로운 볼거리로 떠오른 것이다. 이외에 20여 년 전부터 느티나무 등 수많은 나무를 심어 여름철의 높은 온도를 낮춘 대구시, 그리고 40여 년 전부터 왕벚나무 군항제를 개최하고 있는 녹지도시 진해시, 가로수를 이중.사중으로 심어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든 과천시, 최초로 시민기금을 모아 민.관 협동으로 공원 조성을 하고 있는 서울 숲 등은 푸른 도시의 시범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부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도시 녹지 면적은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최저 기준인 1인당 9㎡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1인당 4.54㎡로서 뉴욕 23㎡, 파리 13㎡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크다. 또한 지난 40년간 국내 주요 도시에서 도시 건조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녹지와 하천이 줄어드는 대신 지표가 아스팔트로 뒤덮였기 때문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역시 나무를 많이 심는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도시 숲의 조성 효과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도시 미관을 아름답게 꾸며 주는 한편 방음.방풍.대기 정화 및 미세기후 조절 등의 편익을 제공한다. 울창한 가로수는 여름철 도시의 평균 온도를 2.6~6.8도 낮춰 주는 차광 효과와 높은 습도를 유지시켜 주는 보습 효과를 갖고 있으며 도시 내 수목은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는 데 있어 산림 내의 수목보다 15배 정도 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울러 도시의 녹색 공간은 휴식처 및 스트레스 완화, 자연체험 장소를 제공한다.

이러한 도시 숲의 사회.환경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도시 녹지 공간은 도시 인구의 급속한 팽창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민 생존권 차원에서 푸른 도시 가꾸기를 위한 정책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선진국처럼 강력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가칭 '푸른 도시 가꾸기 사업 지원법' 제정이 필요하다. 둘째, 1970년대 치산 녹화운동에 필적하는 21세기 '푸른 도시 가꾸기 운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범정부적인 사업 추진 체제와 제도 정비,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 셋째, 효과적인 사업 실시를 위해 '녹색자원봉사제도' 도입 등 자발적인 녹색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도시 숲 및 녹지 공간의 조성은 단절된 도시와 자연을 이어 주는 생태통로이자 푸른 도시를 향한 우리의 희망이기도 하다. 앞으로 식목일에는 도시에 나무를 심자! 그래서 푸른 숲 속에 푸른 도시를 만들자!

김형광 국립수목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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